1. 모두들 부러워한 효성그룹 3세 3형제
재벌그룹 회장 중에서 자식농사를 가장 잘 지은 것으로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을 따를 사람이 없다. 조회장은 아들이 셋인데 다들 똑똑한 것으로 소문 났다. 그들은 하나 같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미국 최고 명문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최고의 직장에 다니다 그룹경영에 참여했다. 장남 조현준 사장은 예일대학에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 차남 조현문 사장은 하버드대 법학박사에 미국 유명 로펌 변호사, 그리고 3남 조현상 부사장은 미국 브라운대학에 일본 NTT와 베인앤컴퍼니에 다녔다. 누가 뭐라해도 이 3형제는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그들은 효성그룹 경영에 참여한 후 차근차근 최고경영자 코스를 밟아 모두 그룹 내 핵심부문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좋은 성과도 냈다. 조석래 회장은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뿌듯함도 느꼈을 것이며, 주위로부터 대단한 부러움도 샀을 것이다. 효성그룹은 조홍제 회장이 세웠는데 현 조석래 회장은 2세 회장이고, 지금 여기에서 거론하고 있는 3형제는 3세들이다.
그런데 2011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차남 조현문 효성중공업 사장이 회사의 구매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되고 있지 않다면서 아버지 조회장에게 불법비리를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가족들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습니다 라고 진언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대 법학박사로써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최고의 법률전문가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장은 효성그룹 내 모든 직책을 그만두고 국내 어느 로펌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효성그룹에서는 조사장은 리더십과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마케팅활동 등에 대해서 사사건건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등 비정상인 행태를 보였다, 그래서 조석래 회장도 그런 둘째 아들에 대해 점점 기대를 접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급기야 작년 초 조사장은 그가 갖고 있던 효성그룹 모든 주식을 처분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유하고 있던 골프장 조성 관련 회사 주식(지분율 49%)은 다니던 교회에 기부했다.
그 후 조사장은 형과 동생이 대주주로 있는 부동산 관련 두 회사에 대해서 법원을 통해서 장부열람을 신청, 장부를 열람했다. 그리고는 그 두 회사 전문경영인 사장을 업무 상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있다면서 형사 고발했다. 이 형사고발 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주주인 형과 동생을 조사할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면 자연히 효성그룹 전체로 그 여파가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조사장 본인이 어느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효성의 잘못된 경영 행태에 대해 반대하다가 밉보여 쫓겨났는데, (효성이 계속) 언론과 찌라시 등을 동원해 내가 불법행위와 관련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 내가 계속 (불법행위에 대해) 입 다물고 있다가는 나중에라도 (효성이) 나에게 불법행위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생각해 고발을 결정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내가 효성의 부정행위와 비정상적인 경영과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밝혀달라.”
위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조사장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데는 뭔가 더 깊은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10년 이상 아버지와 형과 동생과 함께 같이 일해온 그룹을 박차고 나갈 수 있으며, 나아가 부모 자식 간의 혈육 관계까지 연을 끊는 듯한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호사다마랄까, 효성그룹은 작년 5월부터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 결과, 조석래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몇 천억대의 분식회계와 국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수천억원의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지난 6월부터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조현문 사장이 교회에 기부한 주식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기부다, 아니다, 교회의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서 신규 주주인 교회 측의 참석 없이 증자를 결정한 것은 위법이다, 아니다는 등 법적 다툼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지금 효성그룹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석래 회장 집안 일이지만, 부모 자식 사이, 조씨 집안 형제들 사이는 물론이고 그 부인들 사이 그리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나아가서는 사돈 간에도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왜 조씨 가문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 효성그룹은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을까?
2. 후계자 교육과 후계구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오너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쯤 가면 2세 경영이나 후계자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얼마 전에는 중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식 경영에 대해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마지막 쯤 되자 한국 기업 오너들은 후계자 교육은 어떻게 하며, 후계구도는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야기를 한다.
첫째, 이것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어느 자녀에게 그룹(기업)을 승계시킬 것인지,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어떤 기업을 줄 것인지, 기업을 주지 않으면 어떤 회사 지분이나 무슨 재산을 얼마만큼 줄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하게 밝혀놓아야 한다. 그것을 확실히 한 후, 후계자로 지명한 자녀 한 사람만 경영에 참여시키든지 또는 모든 자녀들을 그룹 경영에 참여시키더라도 후계자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해놓아야 한다. 이것이 불분명하면 결국 사업도 잃고 자식도 잃을 수 있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작고하기 근 20여년 전에 벌써 3남(이건희)에게 그룹을 상속한다는 것을 밝혔으며, LG그룹은 자손이 많은 다산 집안으로써 장자상속이 집안 전통이라는 것을 모르는 후손이 없기 때문에 후계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둘째, 가족 간에 화목하고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 아무리 성공한 기업가라도 집안이 화목하지 않고 가족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인간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며, 그런 오너가 하는 사업은 2세 승계조차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너들 중에는 사업만 생각하고 가정의 화목이나 가족 간의 소통에 대해서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결혼으로 분가한 자식들 가족을 몇 개월에 한 번씩 모두 불러서 집에서 식사 같이 하는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것은 큰 오산이다. 그것은 화목도 아니고 소통도 아니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호출이고 부름일 뿐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한 기업인들은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면 자연히 가족 간에 소원해질 뿐 아니라, 인식이나 관습 또는 생활환경측면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것을 권하고 싶다. 즉, 매년 방학 때 1개월 정도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공부를 끝내고 돌아와 회사에 합류하기 전 필히 그런 기회를 가지길 권하고 싶다.
내가 아는 어떤 중견기업 오너회장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두 아들과 매년 그런 기회를 가졌다. 자동차를 현지에서 렌트해서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동유럽 미국 등을 20-30일씩 여행했다. 여행 중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인생이야기와 사업의 실패와 성공 이야기는 물론이고 자식의 고민과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경영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이런 멋진 소통이 있어서 그런지 이 중견기업은 2세에 와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셋째, 미국의 기업경영과 한국의 기업경영에 대한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중심의 미국식 경영과 몇 십년 간 현장에서 경험으로 쌓은 한국 특유의 경영에 대한 이해와 차이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 재벌들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와 군사정권과 민주화를 겪으면서 풀뿌리 같이 밟히고 차이는 치열한 적자생존의 전쟁터에서 살아 남은 기업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하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재벌도 이제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3세대 오너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며, LG그룹에서는 4세 오너도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3세 4세 오너로 내려가면 자연히 창업자 가문의 지배력(지분율)은 점차 줄어들게 되어 GE BMW 도요다자동차처럼 전문경영인이 회장이 되고 그룹을 경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그런 시기가 대세가 되기까지는 이번 효성사태(?)와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한국의 기업들은 더 단련될 것이며, 평소 이에 대한 대비를 잘 해 놓지 않으면 회사의 생존이 걸린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경우도 많이 생길 것이다.
(참고사항)
우리 나라 재벌 3세 경영자 중 제일 연장자는 LG그룹 구본무 회장(70세)이다. 그 다음은 CJ그룹 이재현 회장(54세)이다. 이 두 사람을 제외하면, 재벌 3세들은 대부분 40대 중반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효성 조현준 사장은 모두 46세(1968년생),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44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