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7. 물날. 날씨: 조금 쌀쌀하지만 바깥 활동하기 괜찮다. 햇볕도 나고 바람은 불지 않는다.
다 함께 아침열기-방학 이야기-글쓰기-누룩 깨기-점심-청소-관악산 용마골 썰매타기-마침회
[개학하는 날 얼음썰매와 졸업하는 6학년]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학교를 여는 날답게 학교 쪽으로 걸어가는데 벌써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일상이 시작된 게다. 식구 들살이 때 모두 봤지만 학교에서 보는 아이들은 방학동안 쑥 자란 모습으로 들어온다. 모두 훅쩍 커서 한 학년 올라갈 몸이다. 개학 하는 주는 아무래도 졸업잔치를 앞두고 있어 졸업하는 6학년을 위해 할 것도 많고, 방학 숙제와 방학 이야기로 떠들썩한 흐름이다.
8시 50분, 알찬샘 3학년은 개학 첫 날 아침 걷기로 학교 안팎을 둘러본다. 학교 출입문이 빡빡해서 수축과 팽창 이야기를 하게 되어 철로 이야기로 이어져 3학년 때 함께 공부한 수축과 팽창을 복습하게 된다. 학교 옆집 공사가 거의 끝나 가는데 경계가 없어 어린이들이 놀 때 살펴야 하겠다. 밧줄놀이터 옆 텃밭 밀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푸른 기운을 유지하는 걸 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확인하고 학교 텃밭으로 가서 꽁꽁 얼은 땅과 녹아가는 땅을 함께 본다. 양파가 다시 살아날지 궁금하다. 하늘이 파랗고 날도 적당해서 몸놀이하기 좋다. 낮에는 맑은샘회의를 하지 않고 관악산 용마골 골짜기로 가서 얼음썰매를 타러 가기로 했으니 개학날 즐거운 몸놀이 한마당이 열리겠다.
다 함께 아침열기를 마치고 방학때 독일연수에서 사온 사탕을 모든 어린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작은 것도 고마워하며 받는 어린이들이다. 10시부터 알찬샘 교실에서 피리를 한참 분 다음 방학 이야기를 나눈다. 간 곳도 많고 숙제하느라 애쓴 흔적도 보고 교실이 꽉 차고 떠들썩해서 좋은데 빈 책상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오제와 은후가 생각났다. 지난해 두 어린이가 전학을 갔으니 이제 열 개 책상으로 바꾸어야 하겠다. 방학 숙제를 함께 살펴보는데 세 어린이가 모든 숙제를 다 해왔다. 대단하다. 다 못한 어린이들은 줄곧 해서 다 마칠 예정이다. 조금 쉰 뒤 다 함께 다락방으로 올라가 만화책을 한바탕 정리했다. 겨울방학 때 보리출판사에서 개똥이네 놀이터를 잔득 보내주셨는데 2층에 뒀더니 아이들이 보고 아무렇게나 놔두서 정리를 하는 게다. 덕분에 다락방 책 정리를 알찬샘 모두가 하게 되었다. 다음은 다락방에서 발효시킨 누룩을 꺼내 살펴보며 우리가 같이 만든 누룩에 우리 몸에 유익한 백국균과 황국균을 찾는다. 좋아보이는 누룩 네 개를 망치로 깨서 사흘 밤낮으로 이슬 맞혀 소독하고 말리는 과정을 밟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술빵을 위해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줄 아이들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방학과 개학을 글쓰기 주제로 방학을 되돌아보고 개학하는 마음을 글로 써본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책 두 권을 공부한 어린이들이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려있어 서로 웃는다. 자꾸 까먹는 재미가 있어야 다시 공부하는 재미가 있지 않겠는가. 일찍 글을 쓴 윤태가 먼저 망치로 누룩을 깨고 있으니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동생들이 나와서 뭐하느냐 묻는다. 동규는 조용히 해달라고 도움말을 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망치질을 줄곧 했다. 역시 점심 먹으러 내려온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망치로 누룩 깨는 재미를 느낀다. 1학년 승원이는 자꾸 뭐하는지 물어보며 누룩을 알아간다. 학교 마치고 누룩을 줄곧 깨니 아이들도 저마다 해본다며 달려들어 누룩 깨는 게 재미난 개학날 활동이 됐다.
점심 먹고 졸업하는 6학년 세 어린이와 선생들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전화 때문인데 방학때 들살이에 손전화를 가져오거나 따로 만남에서 손전화 쓰임을 조절하지 못한 게 큰 문제가 되어 모인 자리다. 본디 졸업잔치를 하기 전까지는 손전화를 사지 않고 쓰지 않는 원칙부터 손전화에 푹 빠져 절제를 하지 못하는 것이 학교 어린이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것인지 모두가 이야기를 했다. 6학년 세 어린이도 모두 공감을 해주어 졸업잔치까지 사흘 남은 학교생활에서 그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1층 청소를 세 어린이가 하고, 동생들 설거지도 번갈아 해주기로 했다. 더욱이 집에 있던 손전화도 학교에 보관하기로 했다. 졸업을 사흘 앞둔 학생들로서는 대단한 사흘을 보내는 셈이다. 어른들도 조절 못하는 손전화인데 아이들이 오죽할까 싶고, 졸업이 코앞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학교 어린이문화를 가꿔가는 큰 뜻에서 선생들의 마음을 받아준 세 어린이가 참 고맙다. 남은 시간 더 살뜰한 추억을 나누는 일이 남았다.
낮에는 모두 관악산 용마골 골짜기로 가서 얼음썰매를 탄다. 6학년은 졸업준비로 할 게 있어 같이 가지 않았다. 같이 가서 다 함께 동생들과 마지막 몸놀이를 즐기면 좋겠는데 아쉽기는 하다. 이준이와 예준이가 집에서 눈썰매를 가져오고, 최명희 선생이 비료포대를 가져와 골짜기가 웃음과 환호성으로 울린다. 넘어져도 웃고 미끄러져도 웃고 뒹굴어도 웃는 어린이들과 선생들이 겨울놀이에 푹 빠진다. 추운 기온 탓에 골짜기 얼음이 정말 잘 얼어서 길게는 80미터 길이가 넘는 긴 얼음썰매장이 만들어져있다. 비료포대에 마른 풀을 넣어주니 엉덩이가 덜 아프다. 이준이 썰매를 차례로 빌려 타는데 단희와 서연이가 앞에 앉고 내가 마지막에 앉아 뒤에서 손으로 조종하며 갔더니 한 번도 걸리지 않고 끝까지 가서 정말 재미나다. 그 재미를 알렸더니 모두 세 사람씩 타서 무게를 높여 속도를 낸다. 방학이 더 좋다는 우리 1학년 시우는 얼음썰매는 재밌다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언니들이 같이 안 와 외로워 보이는 우리 5학년 민주는 재미난 썰매를 탈까말까 망설이다 끝내 썰매 타는 재미에 빠져 줄곧 탄다. 6학년 언니들이 졸업하면 가장 큰 언니가 되는데 여자 동무가 없어 아쉬운 우리 민주를 위해 4학년 여자 어린이들과 선생들이 함께 애를 써야겠다. 봅슬레이를 외치며 앞으로 엎드려 썰매를 타는 현우는 온 몸을 얼음판에 내놓으며 노는구나. 어디서든 잘 노는 맑은샘 어린이들이기도 하고 관악산 용마골 얼음썰매 맛을 겨울 때마다 아는 어린이들답게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썰매를 탄다. 얼음썰매에 모든 어린이들이 푹 빠져 노니 추운 줄도 모른다. 윤태랑 병찬이 준우는 셋이서 타서 가장 멀리 100미터도 더 되게 나갔다며 그 소식을 알린다. 역시 어린이들과 신나게 놀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알찬샘은 내일이나 모레 한 번 더 타러오기로 했다. 얼음이 녹기 전에 가는 겨울을 실컷 즐기는 게다.
학교를 마치고 교실 책상 정리를 해서 열 개 책상으로 바꾸니 교실이 갑자기 넓어보인다. 2월 수업 계획을 다시 확인하고, 2월부터 학교 운영일꾼 노릇을 시작하는 것을 살피는데 개학과 함께 줄곧 되는 글모음 일과 바깥 공모사업과 하나 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당장 회의와 모임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느슨했던 감각과 집중력을 되살려야 하니 이 또한 한동안 연습이 필요하겠다. 중심을 잡고 호흡을 가다듬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선생이 되길 기도하는 개학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