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탓인지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내 삶 깊숙이 파고든다.
한때 가까이 지냈던 친구를 수십 년 만에 만났다. 반가움에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며 웃었지만, 헤어지고 나니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오랜만의 만남은 반가움만큼이나 짙은 그리움을 남겼다.
붙잡지 않으면 결국 떠나고 만다. 세월도, 사람도 그렇다.
어릴 적 코흘리개 친구들도 보고 싶다. 함께 뛰놀던 골목과 개울가, 이름만 떠올려도 웃음이 나는 얼굴들이 아련하다. 만나서 옛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멀어진 거리와 달라진 형편을 생각하면 선뜻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친구들의 부고 소식도 하나둘 들려온다. 언젠가 만나야지 하고 미뤄둔 만남이 영영 기약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하다.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사람도 세월이 흐르면 멀어지고, 다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날이 온다. 그때 가서야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와 건네지 못한 안부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든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먼저 안부를 묻고, 연락을 주고받고, 기회가 되면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려 한다.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좋다. 그저 잘 지내느냐는 한마디, 함께 웃는 짧은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살아 있는 동안 나눌 수 있는 마음을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아서다.
돌이켜보면 그리움은 함께했던 시간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별일 없이 어울려 웃고 떠들던 날들,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던 인사와 안부가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된다. 그때는 몰랐던 평범한 순간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귀한 시간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만남은 귀해지고 이별은 가까워진다. 예전에는 다음에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다음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오늘 나눈 안부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무심코 건넨 인사가 오래도록 기억될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자주 연락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보고 싶다는 말을 아끼지 않고, 만나자는 약속을 너무 오래 미루지 말아야겠다.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리워하기 전에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그리움은 지나간 사람을 붙잡는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아끼라는 삶의 당부인지도 모른다.
그리움이 깊어지는 계절, 오늘은 오래된 친구에게 안부라도 물어야겠다.
첫댓글 춘천행 열차를 타고 김유정역에 내린 기분이 드는 수필입니다.
항상 기차는 떠나고, 그곳은 언제나 거기에 있지만 닫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을
세심하게 그려내셨습니다. 늘 그렇듯이 사랑도, 친구도, 우정도 멀어지면 그만이지요.
더 늦기 전에 연락하고 안부를 전하는 것이 오늘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날 좋은 날 춘천 한번 오셔요 ㅎ
그리움이 쌓여 먼지가 되기 전에 먼저 다가가 손 내밀고 표현해야겠어요
쉽지가 않네요 ㅎ
여튼 친구는 초동친구가 제일이예요
함께 했던 시간도, 각자 살고 있는 거리도 멀어지고 나면
다시 연락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옛 친구에게 연락 한 번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