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는 왜 글로벌무대의 신사(紳士)가 되지 못하는걸까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1979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비판적인 표현이다. 투명한 천장이라 직접 부딪치기 전까지는 있는 줄 모른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나무천장’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따금 열정적인 한국인들이 글로벌 무대에 깜짝 등장하지만 대부분 반짝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도 글로벌 주류사회에 끼지 못하고 국내로 쫓겨 들어온다. 일본인, 중국인, 인도인들은 이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데 한국인들은 왜 못 해낼까? 불행히도 한국인들은 이 유리천장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부딪치고 나서도 그저 인종차별이겠거니 하고 쉽게 체념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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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매너가 부족한 한국인들은 아직도 국제 사교무대에서 입지가 좁다. 사진은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을 만나 평창 올림픽 유치를 호소하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이건희 IOC위원. |
지난 9월 30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은 140개국을 상대로 한 금융시장 성숙도 조사에서 한국이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 뒤처진다고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한국에서는 100명이 응했는데, 주로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금융회사의 간부들이 대상이었다. 이에 한국 금융위원회는 “조사 방식이 설문조사 위주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만족도 조사의 성격이 높지, 국가 간 경쟁력 비교 잣대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던 차에 10월 10일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은행(WB) 개발위원회에 참석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 금융계 인사들을 모아 놓고 만찬 건배사로 “우간다를!” “이기자!” 하고 외쳤다 하여 뒷말들이 많았다.
세계경제포럼의 이 같은 발표가 유독 이번만이 아니란다. 이전부터도 한국의 순위가 그랬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인들은 그때마다 매번 무시해 왔다. 왜 그렇게 나왔는지 깊이 성찰해 보지 않았으니 대책 또한 있을 리가 없겠다. 아무렴 세계경제포럼이 심심풀이로 그런 조사를 했을까?
‘만족도’라 하든 ‘성숙도’라 하든 그건 곧 신뢰이고, 신뢰가 곧 금융업의 출발점이자 경쟁력이라는 기본조차 망각하고 있으니 우리가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고부가가치(高附加價値)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화는 요원한 일이겠다. 한국 금융인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소통 매너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유 없는 왕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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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회장 도전을 선언했다 좌절한 정몽준 전 의원. |
내년 2월 26일 실시되는 FIFA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설 예정이었던 정몽준 명예회장이 지난 8일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6년과 벌금 10만 스위스프랑(약 2억원)을 부과하는 징계를 받았다.처분이 공개되자 정 회장은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와 같은 애매한 이유로 6년의 자격정지 제재를 가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면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를 계획함과 동시에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에 FIFA 윤리위원회가 내린 징계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윤리위원회가 절차상 문제를 범하지 않았으며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도 않았다”며 기각했다. 결국 정 회장은 “이번 선거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후보가 아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FIFA에 대한 고언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자격정지 6년이면 그 나이에 끝이다. 그러니까 제발 그만두고 나가 달라는 거나 다름없다.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 그 ‘애매한 이유’가 혹 매너 없음이 아닐까? ‘고언’은 곧 조직에 대한 배신일 수도 있음을 모르는 한국적 순진한 발상 아닐까. 짐작하건대 한국식 정치투쟁 하듯 조직의 부정적인 면을 떠벌린 것에 대한 징계는 아닐까. FIFA 내부의 마피아식 운영을 잘 모르지만, 그냥 글로벌 매너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조성진에게 1점을 준 프랑스 심사위원 |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
지난 10월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의 조성진이 영광의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3일에는 콩쿠르협회가 본선 1·2·3차와 최종 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의 채점표를 공개했다.한데 유독 프랑스 출신 심사위원 필리프 앙트르몽은 조성진에게 10점 만점에서 최저점인 1점을 매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앙트르몽은 결선에 앞서 본선 2차와 3차에서도 조성진에게 다음 라운드 진출이 불가하다는 뜻의 ‘no’를 연달아 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진이 1위를 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2위를 했더라면 이 역시 제소를 한다며 법석을 떨었을지도 모르겠다.조성진이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았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같이 극단적인 채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이를 두고 앙트르몽이 조성진의 스승인 미셀 베로프와의 불편한 관계이기 때문이라거나, 그의 쇼팽 해석이 자신의 해석과 달라 이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1점을 부여했다는 뒷말도 나왔지만 그것 역시 추측에 불과하다. 채점표가 공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칫 평생 쌓아 온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조성진에게 1점을 줬다는 것은 연주의 실력이나 음악적 해석을 떠나 인격적으로 인정하기 싫다는 뜻이 아닐까. 그것이 조성진 개인에 대한 감정 때문인지, 한국인 전체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는 한국인이 그 무대에 서는 것 자체를 모욕으로 여긴 듯하다. 하여 어떻게 해서든 조성진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나름의 의무감에 보란 듯이 1점 처리를 한 것은 아닌지?인터넷 유튜브에는 북한 어린이들의 가히 천재적인 연주 동영상들이 올라오는데 흡사 서커스를 보는 것 같아 감동보다 소름이 끼친다. 어쩌면 앙트르몽 역시 조성진을 북한 어린이들처럼 일찍부터 기계적으로 훈련된,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연주자로 오해하고 있을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자신의 채점에 한국인들이야 펄쩍 뛰겠지만, 그가 속한 영역의 대다수 사람들은 내심 동감하리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근자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서 자주 입상하고 있지만, 이처럼 상당수 선진국 상류층 사람들은 한국인을 문명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한국인들에겐 지극히 언짢은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아무렴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증명될 것이다. 조성진이 음악적 재능을 발판으로 선진 문명사회 상류층 사교 무대에 어떻게 데뷔하고 대접받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그가 국제무대에서 외로운 반짝 스타로 끝난다면, 앙트르몽이 단순히 인종차별적 편견으로 1점을 준 것이 아니었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우승 순간 자신의 장래를 망치는 한국 스포츠 스타들 |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가 판정에 불만을 품고 제소한 것은 향후 그의 진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세계의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삶의 목표일 수 있다. 한데 그 다음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이 없다.2014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데 어리석게도 한국빙상연맹은 판정에 불만을 품고 제소를 했었다. 당연히 기각이다. 제소 이유에 소트니코바가 경기 시연 직후 심판석에 달려가 러시아 심판과 포옹을 한 것까지 지적했다가 “그건 매너일 뿐”이라는 단호한 핀잔까지 받았다. 말 그대로 망신이다. 그게 한국식 한풀이라 해 두자. 매너도 모르는, 매너도 없는 피겨의 여왕? 덕분에 김연아는 기껏 쌓아 온 글로벌 명성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장래까지 망쳐 버렸다. 과연 그녀가 나중에 국제빙상연맹 이사나 IOC위원이 되고자 할 때 그들이 호의적으로 받아 줄까?노벨상이 문(文)의 축제라면 올림픽은 무(武)의 제전이다. 노벨상위원회가 지성(知性)의 사교클럽이라면 IOC는 야성(野性)의 사교클럽이다. 스포츠를 핑계로 한 세계 최상급 사교클럽 중의 하나다. 박사학위나 금메달 순으로 집행위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의 인기가 아니라 글로벌 매너와 품격으로 승부하는 곳이다.김연아가 우상으로 삼았던 미국의 미셸 콴은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 국빈 방문했을 때 백악관 만찬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글로벌 매너가 갖춰져 있어 상류층 인사들과 사교하는 데 걸림이 없기 때문이다. 소통교감 지향적 외국어 소양과 고품격 테이블 매너, 그리고 한국 선수들 모두가 그렇듯 겉옷 정장 상의를 부자연스럽게만 느끼는 등 발달장애 미성년자 마인드의 극복 없이는 본선 데뷔가 불가능하다.올림픽 금메달은 글로벌 상류층 이너서클에 들어가는 디딤돌이다. 쉽게 말해서 그들의 파티에 초대될 수 있는 자격증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데 글로벌 매너가 되어 있지 않으면? 춤을 출 줄 모르는 신데렐라! 아무 소용 없는 유리구두!아무튼 한국인으로서는 불세출의 스타가 드넓은 세계무대를 마다하고 국내에 안주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짜 비즈니스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꿈이 크지 않았거나, 그마저 실현시킬 솔루션도 없어 보인다.스포츠는 본래 신사의 오락LPGA에서도 박세리 이후 한국의 낭자(娘子)들끼리 우승을 타툰 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미국 상류층 인사들과 라운딩 제의를 받거나 그들의 파티에 초청받아 본 적이 없다. 하여 몇 푼의 우승상금과 후원비에 흡족해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외모가 받쳐 주면) 국내 광고모델료 얼마 더 챙길 수 있다. 미국 중상류층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 선수들은 그저 골프 벌레 내지는 로봇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미국 골프 시장이 점점 죽어 가고 있다.또 심심찮게 한국 영화가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입상하지만 그 작품들 중 유럽의 극장에서 상영되어 호응을 얻은 작품은 아직 하나도 없다. 작품성과 연기는 입상감이지만 감독이나 배우들의 매너는 완전 하인격이기 때문이다. 한류의 주역인 드라마 역시 후진국들에서는 인기지만 선진국 안방에서는 감히 방영할 수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들의 기준에서 보면 모조리 짝퉁들이다.한식(韓食)의 세계화가 어려운, 심지어 불가능한 이유는 입맛이나 조리법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소통 도구로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이블 매너 부재로 토할 것만 같은 한국의 ‘먹방’,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를 알 리 없는 셰프들이 아무리 애를 써 봤자 헛일이다.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매너가 선진국 수준이 되면 아무리 입맛이 달라도 세계인들이 즐겨 찾게 마련이다.밥맛없는 한국인들?‘2015 베니스비엔날레, 밀라노엑스포’에 예상되는 많은 관광객을 위해 2013년 베니스 문과대학에서 밀라노 등 5개 도시의 서비스 관광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었다. 한데 부끄럽게도 ‘가장 꺼려지는 관광객들’ 1위는 중국인과 한국인이었다. ‘공공기물 파손’과 ‘식사 후의 자리가 가장 더럽다’는 식사예절 지적이 부연설명으로 따랐다. 반면에 ‘가장 호감 가는 관광객들’ 1위는 일본인이 차지했었으며 ‘가장 가 보고 싶은 나라’ 역시 일본이 1위를 차지했다.출장, 관광, 연수 등으로 수많은 한국인들이 줄지어 해외로 나간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분탕질을 쳐 놓는 사람들 때문에 다음에 그곳으로 여행 가는 한국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입구에 한국인들 받지 않겠다고 써 붙이는 호텔이나 식당이 있는가 하면 어떤 도시엔 한글로 음주운전을 경고하는 팻말을 달아 놓은 거리도 있고, 한국인 출입을 금하는 박물관도 생겨났다. 이왕 돈을 쓰고도 제대로 사람 대접 못 받는 것이다.흔히들 함께하기 싫은 사람을 두고 ‘밥맛없다’란 표현을 쓴다. 당연히 그런 사람과는 친구로 사귀기는 고사하고 같이 일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한데 한국은 이미 선진국 초입에 들어 원하든 원치 않든 세계인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에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한국인의 밥맛없는 매너다.만약 세계의 지도자들이 한국 대통령을 ‘밥맛없는 사람’으로 여긴다면? 국무총리, 장관, 대사를 매너 없는 유학생 정도로 여긴다면? 위급 시에 걸려 오는 전화를 성의 있게 받아 줄 수 있을까? 도와주는 척하면서 자국(自國)의 이익을 한껏 챙기고, 이참에 혼 좀 나 봐라고 딴전 피우며 한 바퀴 돌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고, 그 피해는 당연히 국민들의 몫이겠다.스스로 혁명할 수 없는 민족인가?혁명이나 유신(維新)은 구(舊)체제의 전복 혹은 단절을 통한 신(新)체제로의 전환이다.인류사에 그 유례가 없는 ‘문화대혁명’을 통해 중국은 누천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을 일시에 파괴하고 구시대와 단절했다. 끔찍한 문화파괴였지만 의외의 부산물(副産物)도 없지 않았다. 바로 전통적인 된장통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예절, 관습, 매너, 사고방식을 일시에 내다버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비록 일시적인 암흑기를 거쳤지만 덕분에 절대후진국 중국은 ‘모든 인민은 동등하다’는 철학을 공유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창조하는 데 옛것의 걸림이 없는 개혁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지금 중국은 그 관성으로 빠르게 글로벌화하고 있으며, 그 옛날 로마 공화정과 흡사한 정치형태를 갖추어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만약 문화대혁명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이 과연 그 질긴 타성(惰性), 된장통 질곡을 떨어낼 수 있었을까? 분명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집트 등 다른 고대 문명발상지처럼 전통과 구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것이다. 파괴가 곧 창조라는 문명의 속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이보다 앞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전 시대의 유습을 버리고 근대화했다.반면에 한국은 다행이라기엔 좀 어색한 표현이지만 외세 덕분에 내부적 갈등 없이 군주제가 폐지되고 서양문물을 피(被)강제적으로 수용하면서 구체제와 단절했다. 그리고 해방 후 군사혁명과 새마을운동을 통해 경제성장도 이룩하고, 민주주의도 정착시켰다. 그렇지만 자의반 타의반(自意半他意半) 몇 차례 단계적으로 진행된 까닭에 한국인 스스로 유신(혹은 혁명)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기를 꺼린다. 오히려 굴욕의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구체제에 대해 연민을 갖는 등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프랑스대혁명 이후 유럽 시민들은 고품격 궁정문화를 다투어 따라함으로써 민중의식과 매너가 업그레이드되어 선진사회로 나아갔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 100여 년에 걸쳐 국민을 계몽시켜 에티켓의 나라가 되었다.한국은 피식민지배로 인해 고품격 상류문화가 민중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대신 종복(從僕)문화가 강제되었다. 해방 역시 외세에 의해 이뤄졌고 이후 무분별하게 그 본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작정 서양(양키)문화를 받아들여 현대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전통의 양반문화는 미신타파 운동 하듯 끌어내려 자근자근 부수어 버렸다. 이후 한국문화는 천민민중화, 하향평준화의 길을 걸었다.선진국으로 들어설 준비를 못한 대한민국 |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지만, 의식의 선진화까지 이루지는 못했다. |
88올림픽 이후 한국은 본격적으로 대중소비 시대를 열었고, 내친 김에 1996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까지 가입했다. 한마디로 기고만장의 시대였다. 당시 서구사회에선 한국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며 충고해 줬지만, 못살던 나라가 갑자기 잘살게 되니 저들이 배가 아파서 하는 소리이겠거니 하며 들은 척도 안 했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 문턱에 한 발을 올려놓았으니 웬만한 선진국들을 뒤로 밀어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자신했었다.그러다가 고작 1년 만에 외환(外換)위기. 하나 그마저도 선진국들의 시기와 텃세 때문이라 치부하며 금 모으기 등 특유의 순발력으로 극복해 냈다. 그러자 더욱 기고만장해진 한국인들은 본격적으로 위스키, 레드 와인을 부어 마시기 시작했다. ‘이젠 우리도 선진 국민이다. 아무렴 우리도 이제 우아하게 즐겨 보자!’며 웰빙 시대, 명품(名品) 시대를 활짝 열었다.그렇지만 재물이든 권력이든 복지든 그것을 담을 그릇이 되는 사람에겐 당연한 행운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에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 일. 갑자기 복권에 당첨되었거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일확천금의 수익을 잡은 이들 중 많은 이가 오히려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기실 미처 그걸 감당할 능력을 지니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아무렴 개인 국민소득 2만5000달러는 우리가 흘린 땀에 비해 보잘것없고 마음에 차진 않지만 기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겐 분(매너)에 넘치는 것일 수도 있다. 해서 지금 급격하게 소득 수준에 비례해서 한국 사회가 타락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여 지금 이 나라에서는 살인, 성(性)추행, 자살, 왕(王)질, 쩐(錢)질, 갑(甲)질, 완장(腕章)질로 아수라장이다. 머슴이 갑자기 주인 노릇을 하게 되자 그만 억눌렸던 천민근성이 터져 나온 것이겠다. ‘인간존엄’ ‘자기존엄’에 대한 각성도 못하고, 그걸 확보하기 위한 훈련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든 갑(甲)의 위치에 오르면 언제든 그 짓을 할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더 끔찍한 일이다.儒學의 치명적인 결함은 인간존엄성 不在세계 10위 무역대국이면서 왜 소득은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왜 행복하지 못한지? 왜 희망의 지표가 보이지 않는지? 왜 가진 자들이 더 타락하는지? 기술 일등을 하고서도 왜 일류가 못 되는지? 딱히 외부적인 장애나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한국 사회 스스로 타락하고 붕괴해 가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라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하여 이쯤에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난날 선진국 사람들이 왜 우리더러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지만 한국인들은 인내는 강할지 몰라도 절제는 많이 부족하다. 인내와 절제는 다른 성질. 절제는 매너를 통해 길러지고 품격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매너에서 3만 달러를 넘어선다면 한국인들은 더욱 타락할 것이라는 게 선진국 사람들의 선험적 충고다. 그 어느 때보다 선진사회로 들어갈 체질개선 작업, 즉 품격운동이 절박하다.이 땅의 그 많은 유학자(儒學者), 예학자(禮學者), 경학자(經學者)들은 갓 쓰고 도포 걸치고 공맹(孔孟)만 받들 줄 알았지 정작 이 시대의 예법엔 나몰라라 하고 있다. 끔찍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선비정신’ 부재(不在)를 탓하며 공자 말씀 읊조리는 게 고작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교(儒敎)를 붙들고 온 나라가 이렇게 타락했으면 그것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고 달리 방법을 강구해야 함에 불구하고 오히려 전통예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세상에 둘도 없는 ‘인성(人性)교육진흥법’까지 만들어 냈다. 법으로 인성을 어찌해 보겠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인성은 절대 바뀌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절제하고 남을 배려하면 결국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여 공동선(共同善)을 따르도록 가르치는 길밖에 없다. 그러니 ‘인성교육’이 아니라 ‘인품(人品)교육’ 즉, ‘매너교육’이어야 한다.우리에게 절실한 건 글로벌 비즈니스 전사 매너 또한 기술이다. 아무렴, 옛것에 집착해서 새것을 못 받아들이면 굴욕을 피할 수 없음이 역사의 대명제. 혁신 없는 전통은 박제일 뿐,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혁신, 혁신 그 자체를 전통으로 삼아야 글로벌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조선은 유학을 국본(國本)으로 삼았지만 대한민국은 글로벌 매너가 국본이어야 한다. 군사력, 경제력만이 경쟁력이 아니다. 매너가 진짜 자원이고 경쟁력이다. 당장 우리에게 절실한 건 글로벌 스타가 아니라 5000명의 글로벌 비즈니스 전사다. 지도자는 물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사가 되어 세계인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건 지식이 아니라 매너다! 학자금 보태 준다고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게 아니다. 공부벌레, 운동벌레, 일벌레, 돈벌레는 날개가 없다. ‘유리천장’은 고사하고 ‘종이천장’도 찢고 날아오르지 못한다. 끝까지 애벌레로 기어오르다 정상에 이르면 굴러 떨어진다. 한국인 중에 이 ‘유리천장’을 깨고 날아오른 사람은 김용 세계은행총재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고작이다.세상이 아무리 넓다 해도 매너를 모르면 ‘노가다’밖에는 할 일이 없다. 대학 졸업장은 총알 없는 총에 불과하다. 용기와 도전만으로는 더 이상 올라설 곳이 없다. 글로벌 소통매너도 안 가르쳐주고 젊은이들더러 바깥 세상으로 나가라는 건 무기도 안 주고 전장(戰場)으로 내모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지식은 지혜의 화석이다. 매너는 그 지식을 당장 실현 가능한 지혜로 바꾸는 환원프로그램이자 공용줄기세포다. 진품 글로벌 소통매너가 진짜 공부다. 우리 세대가 반드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진짜 선물이다.주인은 떼 짓지 않는다.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는,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바이더피플(by the people) 사회,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 사회, 영웅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그게 민주(民主)이고 주체(主體)다. 품격을 다루며 양반 상놈 운운할 때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며 역정부터 내지 말고 함께 고민하고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종복이 아닌 주인장 매너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리하여 금선탈각(金蟬脫殼)!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품격경영’으로 ‘유리천장’을 깨고 날아올라야 한다. 품격이 날개다!
글 | 신성대 도서출판 東文選 대표·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첫댓글 <글로벌 매너>,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이 성공한 것도 바로 그런 의식이었다.
이제는 하향 평준화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혀야 할 때가 왔다.
한국은 지난 날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넘어갈 때 치열한 정신무장 및 체질개선작업을 했었다.
<국민교육헌장>과 <새마을운동>이 그것이다. 책임과 의무, 그게 바로 주인의식이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때다’
이 얼마나 거창한 말인가!
세 끼 밥도 못 먹던 후진국이 감히!
그렇지만 구호만으로 거치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으로 실천했다.
그토록 바라던 자유와 평등은 방종과 태만을 불러들여
그나마 남은 주인의식마저 싹 지워버렸다.
정부가 외치면 그 어떤 아젠다도 국민들은 순순히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그래야 민주인사이고 지성인인 줄 알았다.
하여 매 정권마다 ‘개혁’이니 ‘혁신’이니 ‘참여’니 ‘새정치’니 하는 구호만 남발하며
헐뜯기와 떼쓰기로 세월만 낭비한 것이다.
한데 이후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
그에 부응할만한 보다 업그레이드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락해버렸다
이것이 소위 잃어버린 십년이다.
그러다가 바야흐로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는 순간,
조선, 철강, 전자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줄줄이 위기다. .
기업의 추락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원인 또한 마찬가지다.
삼성이나 애플, 현대나 벤츠가 기술이나 디자인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삼성이나 현대는 명품이 되지 못하는가?
대한민국의 저품격, 무품격이 원인이다.품격이 곧 경쟁력이고 부가가치다.
때를 놓치면 대한민국호는 침몰할 수 밖에 없다.
선진국민이 되기 위한 국민개조, 국가개조, '품격경영'이다
영국의 젠틀맨이나 일본의 무사를 흉내 낼 수는 없다
우리는 조선의 선비정신이다.
목표만 결정되면 뭐든지 달성하는 국민이라 걱정은 없다
아직도 국민들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 세대가 이를 걱정하면 수구꼴통 소리나 하니 어찌 통탄치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