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뱃살 관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신경교종’
병원 연구팀 “복부비만, 악성 뇌종양 발생률 최대 37% 높여”
복부비만 정도가 심각한 당뇨병 환자는 악성 뇌종양 중 하나인 신경교종 발생 위험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복부비만은 대사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자 주요 진단 요건에 포함된다.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3~5배 높아지는데, 당뇨 발병 후에도 허리둘레를 줄여 복부비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뇌종양에 걸릴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내분비내과 교수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89만명을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에선 복부비만이 심할수록 신경교종 발생률도 높아져 특히 허리둘레가 남성은 100㎝, 여성은 95㎝ 이상으로 복부비만이 심각할 경우 복부비만이 아닌 당뇨병 환자보다 신경교종 발생률이 최대 37% 높게 나타났다.
허리둘레가 남성 90㎝ 이상, 여성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된다. 복부비만과 함께 중성지방·고밀도지방·혈압·공복혈당 등의 수치가 기준치에서 벗어나 흔히 성인병이라 부르는 질환의 인자들이 3가지 이상 나타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다. 복부비만의 원인인 체지방 중에서도 복강 내 내장지방은 특히 혈압을 올리고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의 역할을 방해하는 여러 물질을 분비해 당뇨병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성을 높이고,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2019년 기준 국내 성인 당뇨병 환자의 63%는 복부비만이었는데, 전체 성인의 복부비만율 24%에 비해 약 2.6배 높았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2년 건강검진을 받은 당뇨병 환자 189만명을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분석했다. 이들 중 2009년부터 2018년 사이에 신경교종이 발생한 환자는 모두 1846명으로, 연구진은 이 환자들을 허리둘레에 따라 1그룹(남성 80㎝ 미만, 여성 75㎝ 미만)부터 6그룹(남성 100㎝, 여성 95㎝)까지 5㎝ 단위로 나눴다. 연령, 성별, 흡연 여부, 비만도(BMI), 당뇨병 유병 기간, 인슐린 사용 여부 등을 보정한 분석 결과 신경교종 발생률은 허리둘레가 가장 가늘었던 1그룹에 비해 2그룹이 5%, 3그룹 18%, 4그룹 28%, 5그룹 32%, 6그룹 37% 증가했다. 특히 65세 미만의 당뇨병 환자는 65세 이상 고령 환자보다 복부비만에 의한 신경교종 발생률의 증가 정도가 16% 더 높게 나타났다.
내분비내과 교수가 복부비만이 있는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악성 뇌종양인 신경교종은 뇌와 척수의 내부에 있는 신경교세포에 생기는 종양이다. 신경교세포는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생긴 신경교종은 대부분 주변 조직에 침투해 빠르게 자라나 정상 조직을 파괴한다. 명확한 경계가 없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특징을 보인다. 종양이 생긴 위치에 따라 해당 뇌 부위가 담당한 기능을 저해하는데, 운동·감각마비가 일어나거나 실어증, 평형감각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되다 보니 2년 생존율이 약 26%일 정도로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
이번 연구 결과로 당뇨병 환자는 신경교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복부비만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신경교종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지방세포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신경교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뇨병 환자는 복부비만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매일 30분씩 걷는 등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