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식당이 없던 남이섬에 이국적인 식당들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중국 요리사가 내놓는 카오야부터 화덕에 구운 나폴리 피자까지. 공화국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이색 식당들로 뽑아봤다.
화쟈이웬 1층 내부 만국기 펄럭이는 유람선 타고 나미나라공화국에 입국했다. 지난 2006년 3월에 독립을 선언한 공화국은 놀 거리에 비해 먹을거리가 약했다. 그런데 지난 5월에 중국 10대 식당인 ‘화쟈이웬’이 남이섬에 정식 개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칼로 저미듯 얇게 떠낸 오리고기 껍질 요리(카오야)를 남이섬에서 맛볼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했다. 간 김에 새로 정비된 남이섬 식당들도 둘러봤다. 밥플렉스(Baplex)를 중심으로 이국적인 식당이 모여 있었다. 공화국의 배고픈 시민들은 알아서 그리로 몰렸다.
화쟈이웬 남이섬에서 카오야를 맛볼 줄이야
남이섬 강우현 사장이 직접 중국을 찾아 ‘화쟈이웬’의 화레이 사장을 설득해 분점 형식으로 문을 열었다. 밥플렉스의 1, 2층 오른쪽 측면을 쓰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온 요리사들이 정통 방식 그대로 요리를 해서 낸다. 물론 식재료는 한국산. 동네 북경반점에서 깐풍기, 유산슬, 양장피를 즐기던 기자에겐 요리 이름부터가 생소하다.
팔기소양배, 궁보계정, 어향육사…. 이름에서 일단 대륙의 포스가 풍긴다. 먼저 이곳의 ‘카오야’는 얇은 밀전병에 소스를 찍은 바삭한 오리 껍질과 파채를 싸 먹는 전통 베이징 카오야와는 조금 다르다. 무채, 오이채 같은 채소와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을 추가로 낸다. 또 춘장으로 만든 기본 소스인 ‘야장’ 외에도 두 가지 맛의 소스가 더 나온다. 현대적으로 맛을 살린 일종의 퓨전식이다. 베이징 오리 요리는 부위마다 맛이 다른데, 이 미묘한 차이는 칼질에서 나온다. 중국에서 온 전문가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원파왕계’(2만5000원)는 닭고기를 좋아하는 여배우 무이임퐁(매염방)을 위해 화쟈이웬에서 특별히 개발한 요리. 유리 볼에 담긴 닭고기를 걸쭉한 마장(참깨장)에 찍어 먹고, 고기가 빌 때쯤 남은 채소 위에 면을 넣고 마장과 함께 비벼 먹는다. 톈진의 특산품인 마화(꽈배기)를 같이 내는데 매울 때 먹으면 우유와 같은 효과를 낸다. 술안주로는 ‘팔기소양배’(4만5000원)가 있다. 청나라를 주름잡던 만주족 지도층(팔기)이 먹던 양갈비 요리로, 새끼 양의 부드러운 갈비가 홍고추, 땅콩과 짝을 이룬다. 백주와는 찰떡궁합이다. 또 새우 요리인 ‘조초명하’(3만5000원)는 식감도 좋고 매콤 달콤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카오야 한 마리에 6만원으로 가격은 센 편이다.
문의_031-580-8081~2
디마떼오 피자 먹을 때만큼은 여기가 나폴리
연극배우 이원승이 대학로에 운영하는 피자집 ‘디마떼오’가 밥플렉스로 들어왔다. 전국에 딱 두 곳이다. 대학로 본점이 13년 역사를 지닌 클래식한 분위기라면 남이섬점은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젊고 캐주얼해졌다. 이탈리아에서 화산재를 공수해서 지었다는 재래식 포르노(나폴리식 정통 장작 화덕)가 일단 눈에 띈다. ‘스페셜 피자’(3만원)를 주문하고 피자 만드는 모습을 지켜본다. 얇게 편 도우에 토핑을 마친 피자가 화덕 안에 입성한다. 노랗게 단 참나무 더미를 툭 치자 불길이 확 인다. 300℃가 넘는 고온의 화덕에서 2분 안에 재빨리 굽는 게 비법. 피자 삽을 다루는 이탈리아 조리사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흘 안에 공수해 온 신선한 치즈에 버섯, 토마토소스, 옥수수, 올리브 오일 등 이탈리아 현지에서 들여온 식자재만을 써서 나폴리 현지 맛을 그대로 살렸다. 모차렐라 치즈와 민들레 잎을 닮은 루콜라, 얇게 썬 방울토마토가 도우와 함께 씹힐 때 식감이 좋다. 맛은 전체적으로 담백하다. 햄과 버섯을 좋아하면 프로슈토 풍기 피자를, 토마토소스 대신 크림소스가 당기면 알라셰프 피자로 가면 된다. 사람 좋은 이원승이 중앙광장에서 거리 공연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가볍게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마르게리타 조각 피자(4000원)와 아이스크림도 인기가 좋다.
문의_031-582-8822
두 손으로 흔들어 먹는 ‘양은 도시락’ 남이섬에서 누구나 한번쯤 맛본 음식이 ‘연가지가’의 도시락이다. 먹는 법은 간단하다. 도톰한 고무장갑을 손에 끼고 뜨겁게 달군 ‘옛날 도시락’(4000원)을 신나게 흔든다. 몇 초 후면 셰이커에 든 칵테일처럼 밥과 달걀, 볶은 김치가 먹기 좋게 섞여 있다. 흔드는 재미를 더한 한국식 패스트푸드 정도로 보면 된다. 애들을 위한 ‘어린이 주먹밥’(3000원)도 있다. 밥에 김 가루가 뿌려져 있고 들기름과 간장으로 간이 돼 있다. 비닐장갑을 손에 끼고 메추리알 크기로 주먹밥을 만들어 애들 입에 넣어주면 맛있다고 잘 받아먹는다. 또 김치전을 안주 삼아 가볍게 막걸리를 마실 수도 있다. 김치전 두께가 얇은 건 좀 아쉽다. 밥플렉스 지나 ‘남이섬 역사문화관’ 바로 옆에 있다.
문의_031-582-2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