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도발로 바이든 대통령 몰아가는 김정은, 한국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 1/7(일) / 동양경제 온라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다양한 도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긴장 완화를 위한 수단이 마땅치 않아 당분간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2024년 새해를 맞았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채로 있다. 2024년 1월 5일에는 황해상의 남북한 해상 국경인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북한이 200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한 것에서 보듯 2024년도 2023년 못지않게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ICBM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핵실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한다.
■ 핵실험 가능성 높지 않지만…
한·외무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2024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고 있겠지만 바이든 행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ICBM 시험 패자를 계속할 것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2018년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노린 '9·19 군사합의'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지면서 북한이 쏟아내는 도발 카드가 굉장히 늘었다.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한국의 총선과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도 있다. 핵실험까지는 아니더라도 ICBM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황 씨의 취재는 1월 3일 이뤄졌지만 이틀 뒤 919 군사합의로 금지됐던 황해상 사격이 이뤄졌다.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북한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비대칭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 역시 이들은 ICBM을 비롯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연구위원은 ICBM이나 중거리 탄도미사일 실험 등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북한이 어떤 목적으로 언제 하느냐 하는 정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도 남북관계 역시 밝지 않다. 앞서 나온 황 씨는 "전반적으로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 씨도 "암울한 시나리오" 라고 표현한다.
■ 5년에서 10년은 긴장 상태가 계속된다
국제정치학회 회장인 마상윤 한국가톨릭대 교수는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2024년 국제정세가 그리 낙관적일 수 없다" 고 지적한다. 통일연구원 박모 씨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함께한 것은 1950년대 이후 처음이다. 북한으로서는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다. 남북 간에는 적어도 5~10년은 현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앞서 나온 외무성 A 씨는 "2023년 말 개최된 북한의 중요 회의 중 하나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봤듯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4월 한국 총선이 끝난 뒤부터 미국 대선까지 최악의 상황이 이어진다. 정권 기반이 정해지지 않은 사이에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가 될 것" 이라고 예상한다.
동국대 김 교수는 남북 간 힘과 힘으로 맞서는 구도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며 특히 우발적 돌발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두렵지만 그런 현 국면을 돌파할 카드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완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 교수는 "위기관리,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 간 공식 비공식 대화채널을 복구해야 한다" 고 제안한다. 외무성의 A씨는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쓴소리를 한다. "적어도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국론을 통합하고 긴 호흡을 유지하는 정책이 필수다.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진 외교안보 정책을 펴지 않는 나라에 어느 나라가 진지하게 대화를 하려 하겠는가."
통일연구원 박모 씨는 "북한이 태도를 바꾸기 전까지는 한국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 고 지적한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황 씨는 "안보의 핵심은 국민통합이고 국민통합에 있어 핵이 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다. 정부가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 이라고 말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황 후보자는 "한국 신원식 국방장관은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진정으로 실력 있는 사람의 발언은 절제된 것이 항상 옳다. 한국의 국방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북한을 포함해 세계가 알고 있다. 북한에 강경한 발언을 한다고 그들이 두려워하겠느냐" 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