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선남자 선여인은 어떻게 생활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지녀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했다면 이와 같은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내가 마땅히 일체 중생을 제도하리라. 일체 중생을 제도했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도 제도된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만약 보살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가지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진실로 유법(有法)에 집착함이 없어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사람이니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래가 연등 부처님 계신 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얻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이해한 바에 의하면 부처님이 연등 부처님 계신 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법을 얻은 일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와 같다. 수보리여, 그와 같으니라. 참으로 여래는 법(法)이 있으므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 아니다.
수보리여, 만약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얻었다면 연등 부처님께서 나에게 '그대는 내세에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석가모니라고 하리라'는 수기(授記)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실로 법이 있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연등 부처님께서 내게 '그대는 내세에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석가모니라고 하리라'는 수기를 주셨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곧 제법(諸法)이 여여(如如)하다는 뜻이니 만약 어떤 사람이 있어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한다면 실로 유법(有法)이 없으므로 부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니라.
여래가 증득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실(實)함도 허(虛)함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법이 모두 불법(佛法)'이라고 설한 것이다.
수보리여, 일체법(一切法)이란 곧 일체법이 아니니 그 이름만이 일체법이다. 비유컨대 사람의 몸이 장대하다는 것과 같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사람의 몸이 장대하다는 것은 곧 큰 몸이 아니라 그 이름이 큰 몸임을 설하신 것입니다."
"수보리여, 실로 유법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이름하여 보살이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법은 무아(無我)이며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없다'라고 설했느니라.
수보리여, 만약 보살이 '내가 마땅히 불토(佛土)를 장엄하리라'라고 한다면 보살이라고 이름할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여래가 불토를 장엄한다고 설한 말은 곧 장엄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이름을 장엄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무아법(無我法)에 통달한 사람이 있다면 여래는 그를 '참다운 보살'이라고 이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