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중흥회의 集中診斷 ■
《 서글픈 ‘정치의 사법화’ 초상
한방 터져야만 內紛수습 》
매일 같이 TV화면과 신문지면을 어지럽게 주름잡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대표, 아직은 지하철 경로석 무임승차의 자격에 훨씬 못미친 64년생 만59세다.
나이 60이면 세상물정의 이치를 통달하고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소화한다는 뜻을 담아 ‘이순’(耳順)으로 칭한다.
이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산전수전’(山戰水戰)을 가로세로 뚫고 용케 버텨 오늘에 오른 여럿 속에서 뛰어난 ‘생존자’다.
숱한 사법리스크에 갇힌 상혼(傷魂)을 훈장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그의 투혼은 질기고도 야무지다. 문제는 투쟁의 진정성이다. 당익(黨益)인가? 사익(私益)인가? 무게 중심을 투시해야 한다. 이재명이 거야(巨野)의 몸통을 사당화하다시피 틀어쥐고 자신의 방탄(防彈) 몫으로 내몬 그간의 거친 언(言)과 동(動)은 신물이 날 정도로 목격해 오지 않았는가. 지면이 아깝다. 거두절미 건너뛰자.
‘인간 이재명’을 호되게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람 냄새가 없는 사람’이라고 우악스럽게 몰아세우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수족처럼 부리던 측근들이 5명이나 줄줄이 죽어간 마당에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은 사람이 사람이냐”는 서릿발 목청이 꽤나 높다. 차라리 모골이 송연한 ‘저주의 신음’ 소리로 들리지 않는가.
이재명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역임과정에 줄곧 비서실장을 맡았던 전형수씨가 64년의 삶을 마감하는 자결 유서에서 “이대표님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가 없어야지요”라고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의 인성(人性)이 새삼 세간 관심의 말머리로 떠올랐다.
“내 탓이 아니라 검찰의 강압 탓”이라고 우기는 이재명의 ‘차디찬 눈매에 살기가 넘친다’는 따위 입에 담기 거북스러운 맹랑한 입소문이 번지기도 했다. 성남시 FC후원금사건과 관련, 이대표와 공범혐의로 검찰수사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전실장은 자택문전에 CCTV를 자비로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포심에 짓눌린 고된 일상의 흔적은 미루어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면 필자의 과민 탓일까.
생리학에서는 사람이 6순 연륜(年輪)일 때가 눈물을 분비하는 누선(淚腺)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고 적고 있다. 이재명의 눈물샘은 흙수저 역경을 딛고 살아온 젊은 시절에 이미 말라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의 부덕한 소치’라는 말은 민망한 일을 당했을 때 인사치례로 흔하게 쓰이는 한국사회의 습관성 언어다.
이재명은 어떤 경우에도 좀처럼 이 말을 안쓰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이재명은 전실장 자진 소식을 접하고 “공직자로서 가장 모범적인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도 자기몫은 쏙 빼고 검찰의 포악한 칼질 탓이라고 주장했다. 장례식에 불참한 당일 윤석열대통령의 방일을 규탄하는 장외 집회에 앞장섰다. 한점꺼림없는 빛나간 행동에 이재명의 몰인정(沒人情)을 꼬집는 말들이 어지럽게 오갔다.
“그가 당대표란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실명을 밝혀도 좋다는 한 여성의원이 사방둘러보지도 않고 쏟아낸 육성이다.
이재명의 인간성 논란이 도마에 오르면 어김없이 초대받는 화두가 있다. 형수에 대한 원색적인 쌍욕시리즈. 여배우와의 1년여 애정행각을 끓기 위해 육두문자로 감옥에 처넣겠다고 겁박한 악담들은 ‘온전한 인간성’을 포기한 ‘야만’(野蠻)의 맨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 섬뜩한 현장이었다.
“여심(女心)이 한(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 내린다”는 경구가 있다.
반백을 까맣게 염색한 단정한 두발, 옷맵시도 한점 책(責)잡힐 구석이 없다.
이렇듯 겉모양새 멀쩡한 이재명대표도 밤잠 설칠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측근자의 줄초상, 옥죄어오는 사법리스크,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반란 사태의 후폭풍 여진이 자욱한 오늘이다.
이재명체제로써는 명년 4월 총선에서 패할 거라는 위기감이 일렁거리고 있는 중에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켈럽)가 국민의힘 39% vs 민주당 29%로 나타났다. 당내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가뜩이나 궁색한 이재명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표자리는 좌불안석(坐不安席)이요, 생각은 좌사우고(左思右考)하니 갈피를 종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재명 특유의 악착같은 승부근성은 호락호락 주저앉질 것 같지 않다.
“내 탓이외다” 가슴에서 우러나올 이재명의 회심곡(悔心曲)을 기대할 순 없다.
이재명은 공천권을 불끈 쥔 채 끝까지 간다는 배짱이다. 강성지지세력인 ‘개딸’은 ‘옥중공천(獄中公薦) 불사라는 배수의 진을 칠 요량이다.
일각에서 피어오른 분당설은 ‘봇짐을 먼저 싸는 쪽이 쪽박 신세’를 기록한 이 나라 정당의 풍속도를 교훈삼고 선뜻 나서기를 꺼리는 눈치다. 소수인 비명(非明)진영은 ‘시간은 내편’이라는 계산을 깔고 앉아있다. 어느쪽도 ‘양수겸장’의 뽀족한 외통수가 없는 판국에 문재인을 따르는 ‘문빠’의 집단적 향배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늦어도 가을의 문턱 어쩌면 그전에 무엇이 터져도 한방이 터진다는 전망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다는 확신에 기초한 분석이다.
친명(親明)계와의 뜨거운 한판 승패는 결국 사법의 군배(軍配)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라는 또 하나의 서글픈 초상화가 이땅 정치사 중심에 걸린다는 이야기다. 정치 선진화의 지평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2023년 3월 20일
민족중흥회 회장 鄭在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