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가 복잡해지고 문명이 발달하면 인간들은 자연을 찾게 됩니다. 특히 태어나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치를 알게 되는 연령이 되면 더욱 자연이 그리워지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른바 자연스럽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찾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연은 스승과도 같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평생의 목표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들의 말이 일부 맞기도 하지만 오류도 상당합니다. 다시말해 자연에 대해 겉과 속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자연은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화롭고 평등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편안하게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과 풀들은 정말 무한 경쟁속에 놓여 있습니다. 요즘처럼 장마철에는 그렇지 않지만 가뭄때에는 서로 한방울 물이라도 섭취하기 위해 정말 살벌한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인간이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식물은 물 없이는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땅위의 상황으로 판단합니다. 땅위의 상황도 편치 않습니다. 서로 햇빛을 더 받기위해 무한 경쟁을 벌입니다. 빽빽하게 심어놓은 나무들이 줄기는 굵어지지 않고 높이만 삐쭉 높아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식물들이 햇빛을 얻지 못하면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아 성장이 안됩니다. 그러니 어떻해서라도 높이를 키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땅속은 어떤가요. 땅위의 모습을 그대로 꺼꾸로 해 놓으면 됩니다. 땅속에 식물들은 땅위의 모습처럼 깊숙하게 뿌리를 내립니다. 옆으로도 한없이 뻗어갑니다. 만일 땅속 상황을 단면으로 드러낸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뿌리들이 땅속으로 휘감고 있을 것입니다. 뿌리들도 서로 자신들이 물기를 더 흡수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입니다. 다른 식물들의 뿌리가 접근하면 더 깊게 더 넓게 영역을 넓히게 됩니다. 그런 경쟁에서 뒤지게 되면 그 식물은 죽음을 맞게 됩니다.
자연속에 살아가는 동물들은 어떤가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힘이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생활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날씨나 지형도 동물들의 생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인간이 느끼는 그런 동정이나 감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인간사회에서도 약육강식이 철저하게 지켜지지만 말입니다.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개체는 멸종을 면하기 힘듭니다. 인간도 여러 종이 존재했지만 가장 강하고 가장 영악하고 가장 비열한 호모사피언스가 생존해 지금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자연인 그러니까 도심을 벗어나 전원에서 살아가는 부류들은 자연을 존경한다고 말합니다. 자연의 속내를 모르고 하는 소리지요. 겉도 마찬가지입니다. 광할한 바다속을 상상하지 못하고 겉으로 나타난 바다만을 바라보니 평화롭고 여유롭지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그 살벌한 생존 경쟁을 생각하지않고 하는 소리겠지요.
자연은 아주 솔직합니다. 가식이 없습니다. 참을성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비가 많이 쏟아지면 그대로 아래로 흘러내려 보냅니다. 뭔가 좀 기다리거나 지체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대로 행합니다. 물론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다고 하지요. 뭔가 표현하고 싶은데 기다리거나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인간부류와는 전혀 다릅니다. 자연을 좋아해서 도심을 벗어나 먼 곳까지 찾아와 거처를 마련하고 사는 인간을 위해 자연은 그들의 본성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런 인간을 이해하지도 않습니다. 물이 많이 생기면 그냥 아래로 밀고 내려갑니다. 그래서 산사태도 자주 발생합니다. 자연이 인간을 위해 좀 참아야지 그런 생각 1도 하지 않습니다. 계곡이 멋지다고 거처를 정했다가 폭우에 낭패를 보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자연은 그냥 그대로 놓아줄 때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자연을 즐기겠다고 그 오지까지 밀고 들어가 요상한 집을 짓고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자연을 닮고 싶은 마음도 아닐 것입니다. 자연은 무위자연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자연입니다. 하지만 자연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결코 무위자연스런 모습은 아닙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존재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장마철이거나 태풍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자연처럼 무서운 존재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자각할 수가 있습니다. 자연은 결코 인간에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평화롭고 너그러운 존재도 아니며 오히려 무한경쟁의 무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2024년 7월 1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