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의 스펙트럼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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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조카가 쌍둥이를 낳아 기르는데 육아가 힘들어서인지 쓸개에 돌이 생겨 고생했다. 몇 달 전 담석 제거 수술을 하느라 며칠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두 아이는 처음으로 장시간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엄마가 퇴원해 돌아오자, 딸내미는 힘겹게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고, 아들내미는 너무 좋다며 거실을 빙글빙글 돌았다.
이번에도 뭔가 좋지를 않아 조카는 다시 입원해야 했다. 그리하여 갓 4살 된 두 아이에게 엄마가 병원에 가서 큰 주사를 맞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빠와 잘 지내라고 하였다. 그러자 딸이 자기는 아빠가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지 못하는 게 걱정이라고 했단다.
나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걱정하는 게 머리를 예쁘게 묶지 못한 채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라니, 그 얼마나 아이다운 걱정인가. 예쁘고 싶은 자신의 욕구나 생각하지, 엄마가 얼마나 고생할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어린애였다.
나는 새벽마다 한 시간 남짓 걷는데 이때 다양한 것을 한다. 발걸음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기도 하고, 무엇에 대한 글을 쓸까 궁리하기도 하고, YouTube로 시국에 흐름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BBS에서 방영하는 빨리어 번역 불경을 듣기도 한다.
얼마 전 불경을 듣는데 이런 내용이 나왔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는 그 좋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줄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념에 잠기셨다. 어렵게 깨달은 그 미묘하고도 심오한 내용을 기쁨이나 즐거움을 좇는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그들이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면 자신만 피곤해지며 힘들어질 텐데 하며 가르침을 펴지 않기로 작정하셨다. 그러자 부처님의 이러한 생각을 알아차린 범천의 신 사함빠띠는 부처님께 다가가 그래도 지혜로운 이는 알아들을 수 있다며 가르침을 펴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어둠에 뒤엉켜 쾌락에 물든 사람들에게 말해봐야 소용없을 거라며 거절하셨고, 사함빠띠는 다시 간청하였다. 그렇게 하기를 세 번이나 반복하여 마침내 부처님은 눈에 티끌이 적은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가르침을 펴기로 하셨다.
나의 가슴에 와 꽂히는 말은 ‘기쁨이나 즐거움을 좇는 사람들….’ 이었다. 깨달음을 얻은 분에게 우리는 그저 기쁨이나 즐거움을 좇는 이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금하기 어려웠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를 더 높은 것을 보지 못하고 단지 현세의 즐거움을 최고의 목표로 삼으며 환희하거나 슬퍼하는 우둔한 존재로 보셨다는 말이다.
머리를 예쁘게 묶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는 조카의 딸이 어른의 눈에 마냥 어리석어 보이듯, 부처님은 우리를 감각기관의 즐거움이나 추구하는 어리석은 존재로 보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자신의 눈높이가 얼마냐에 따라 대상을 평가하는 게 달라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란 한낱 허상에 불과하고, 우리가 고수하는 것은 단지 상대적으로 좋거나 나쁠 따름이지 싶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수준을 절대적인 양 고집하려 드는 경향에 빠진다. 그리하여 상대와 첨예하게 대립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기 일쑤다. 만약 자기가 높낮이를 이루는 스펙트럼에서 어느 한 지점에 놓인 상태라는 것을 알아도 그렇게 자기가 옳은 양 고집을 부리며 싸우려 들까?
언제 어디서고 상대가 자신과 다르거나 비위에 맞지 않을 때 그러려니 하는 태도를 익혀야겠다. 그렇지 않고 우기거나 좋고 싫고를 지나치게 내세우다가는 서로 피곤해질 게 뻔하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이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모두 다 성향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제각각이다. 그런 차별을 특징으로 하는 이 세상살이를 하면서 매사를 그러려니 하고 넘겨야지, 일일이 토를 달았다 가는 정말이지 괴로움을 피할 것 같지 않다.
첫댓글 악하고 패역한 괴로운 시대를 살아가고있네요.
트럼프파냐 ,바이든 파냐??
트럼프패거리 라는 말에 죽이기도하는 세상입니다.
살벌한 세상이에요.
서로 다르면 죽이려고 덤비네요..
공포의 세상입니다.
살벌한 세상을 살아가느라 우리 모두 고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에 대0해 연민을 갖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은 요사이 매우 춥습니다. 그래서 다들 웅크리고 지낸답니다. 부디 건상히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남과 북, 흑과 백, 우와 좌의 스펙트럼 속에서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오랫동안 고착되어 온 이념이 그런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좀더 시야를 넓혀야 하건만...
예, 우리는 그렇게 시비를 일삼는데 아주 익숙해있는 듯합니다. 저 역시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늘 머리속에서 뭔가를 비교하며 망상을 일삼고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