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훈 토마스 신부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에페소 2,19-22 요한 20,24-29
성체 분배를 하다 보면 신자의 얼굴보다는 손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때때로 여기저기 갈라진 틈 사이로 기름 때인지 흙먼지인지 모를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손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험하게 살아 온 세월의 흔적을 보여 주듯 손가락의 한 마디가 없는 손도 있고,
손바닥에 굳은살이 붙어 나무껍질 같아 보이는 손도 있습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직접 대화하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 왔는지를 느끼게 해 주는 손입니다.
성체를 건네는 사제의 손을 숙연하고 미안하게 만드는 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손과 손이 만납니다. 한 손은 십자가의 상처가 남아 있는 손입니다.
뚫린 못 자국의 아픔과 핏자국이 아직 가시지 않은 손이지만,
괜찮다며 먼저 내밀어 주는 손입니다.
또 하나의 손은 확신을 바라는 손입니다. 또다시 실패할까 두려워 믿고 의지하지 못하는 손이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손입니다. 자신의 손짓 하나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의 손이며, 타인의 말과 감정을 듣지도 함께하지도 못하는 매정하고 비정한 손입니다.
그러한 두 손이 만납니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손가락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상처 입고 구멍 뚫린 손에 가 닿습니다.
그 한 번의 만남을 통하여 토마스가 모든 것을 깨달을 수는 없었겠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상처의 아픔이,
그 십자가 죽음의 고통이 바로 자신 때문이었음을 말입니다.
이 두 손의 만남은 어쩌면 공감의 마음일 것이고, 어쩌면 외면에 대한 미안함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보십시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느낌을 통하여
그의 지나온 삶에 공감하고, 조금은 미안함이 깃든 사랑을 만나 보셨으면 합니다.
광주대교구 최종훈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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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규 베네딕토 신부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에페소 2,19-22 요한 20,24-29
토마스 사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합니다.
한때는 오늘 복음의 내용을 ‘토마스의 불신앙’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마치 토마스 사도를 질책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가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토마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토마스를 통하여 신앙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토마스 사도는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합니다.
그는 당시 부활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였던, 믿지 못하였던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부활은 그야말로 초유의 사건입니다.
당시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쉽게 믿지 못한 제자들도 있었습니다
(마르 16,11.13 참조). 부활은 그만큼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발현을 통하여 이런 토마스에게, 부활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토마스 이야기의 결론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부활을 확인하려 하고 믿지 않았지만,
부활을 받아들이고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고 믿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부활을 믿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넘어 예수님의 부활을 받아들이고
믿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부활을 믿는 이들에게 전하는 행복 선언입니다.
이는 당시의 제자들이나 사람들보다 지금 부활을 믿는 이들을 향한 말씀이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서울대교구 허규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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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요한 신부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에페소 2,19-22 요한 20,24-29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 사도는 예수님을 뵈었다는 다른 제자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런 토마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의 의심을
야단치지 않으시고, 토마스의 방식에 따라 그를 믿음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바라신 것은 ‘믿음’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토마스는 바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외칩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을 두고 직접 “하느님”이라고 외친 이는 토마스가 유일합니다.
조금 전까지 의심이 가득하였던 인물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자마자 바로 믿음의
인간으로 변합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심을 고백한 것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시작부터 말씀이 하느님이셨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사실을 토마스가 직접 고백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 말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믿음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당신을 직접 보지 못하였지만 당신을 따르는 이들,
제자들의 증언을 듣고 당신을 따라나선 이들이야말로 참으로 대단한 믿음을 지닌 이들이고
행복한 이들임을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직제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제자들만큼,
아니 제자들보다도 더 행복한 이들임을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보지 않고 믿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바오로 사도는 믿음을
주님께서 주시는 은사라고 말합니다 (코린토 1서 12장 9절 참조).
부산교구 염철호 요한 신부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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