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단순하고 작은 기쁨을 계속 가져다주는 날들이다. 루시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2) 재미있는 일이지. 아등바등해서 모은 돈이나 재산은 누구의 마음에도 남질 않아. 하지만 숨어서 베푼 것이나 진실된 충고,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는 영원히 남게 되거든. 미우라 아야코 《빙점》
3) 한 가지 질문에도 백 가지 다른 답이 있는 게 이 세상이란다. 그러니 내가 정확한 답을 주기는 어렵지. 손원평 《아몬드》
4)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기주 《말의 품격》
5) 지혜란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여행을 한 후 스스로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 《프랑스 소설가》
6) 진정한 앎이란, 알아야 하는 것, 알 수 있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야. 알 수 있었던 것, 알아서는 안 되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7) 삶이 열려 있음을 아는 것, 다음 산을 넘으면, 다음 골목으로 접어들면, 아직 알지 못하는 지평이 놓여 있으리라는 기대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헬무트 두비엘 《시간이 멈춘 자리에서》
8) 사람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9) 과학은 정리된 지식이다. 지혜는 정리된 인생이다. 임마누엘 칸트 《독일 철학자》
-샘터-
찰나의 찬란함이 있다면
지식이란 항상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쓸 만한 지식에 접근하고 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언제나 꽤 많은 조건이 필요해서였다. 심지어는 그렇게 어렵사리 얻은 한 줌의 지식조차 내 삶과 영 동떨어진 듯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건 내가 나고 자란 환경 때문인지도 몰랐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지도, 사회가 알아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갖지도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랐다. 아무리 보아도 지식이 넘치는 집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 집에 지혜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청소년 시절, 엄마는 지하철역 안에 있는 신문 가판대와 작은 매점을 여기저기 오가며 일했다. 엄마가 주인은 아니었고 고용되어 일하는 처지였다. 지하철역 매점들은 주로 주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돼서 엄마가 일하던 어떤 매점에서는 꽃을 팔기도 했다.
흔히 도심 번화가에서 볼 수 있는, 화사한 조명 아래 다양한 꽃들이 놓인 그런 세련된 꽃집의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실은 꽃을 판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포장지며 리본, 조금 시든 꽃들이 너무나 소박하기만 했다. 다만 그 덕분에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퇴근길에 이따금 저렴한 가격으로 꽃을 사갈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엄마가 꽃을 팔던 그 매점은 무르기 직전의 과일을 싸게 파는 트럭이나 노점과 비슷했다. 그래도 엄마는 자신이 일하는 곳을 꿋꿋하게 '꽃집'이라고 불렀다.
작디작은 지하 꽃세상 가끔 나는 교복을 입고 엄마가 일하는 역까지 한 시간가량 지하철을 타고 가곤했다. 매점 앞에는 우산꽂이 통 같은 데에 그다지 싱싱해 보이지 않는 소국 다발이나 안개꽃, 프리지어, 장미 등이 잔뜩 꽂혀 있었다. 그 사이에 앉아 꽃 다듬기에 열중하던 엄마는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반겼다. 그렇게 엄마가 종일 만들어 놓은 꽃다발은 주인아주머니가 만든 꽃다발보다 훨씬 잘 팔리곤 했다. 어쩐지 그 때문에 주인아줌마가 잘해주면서도 좀 미워하는 거 같다고, 엄마는 내게 툴툴거렸다. 어린 나는 손재주 좋은 엄마의 꽃다발이 잘 팔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엄마의 꽃다발이 더 예뻤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시들기 전에 꽃을 빨리 처리할 생각만 했던 반면 엄마는 그 일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계절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모른 채 사방이 막힌 곳에 하염없이 앉아있어야 했던 엄마는 지하에서도 꽃을 보고 싱그러운 향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무엇보다 엄마는 누구에게라도 꽃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엄마가 일했던 역은 조금 외졌고,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매일 늦게까지 고단하게 일하다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엄마는 그 동네의 사람들에게 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사갈 꽃다발에 리본 하나 허투루 묶지 않는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탰다. 내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때때로 엄마는 팔 수 없는 꽃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이미 꺾여서 온 아이들을 버릴 수 없었다면서 꽃잎을 따주고 줄기의 끝을 대각선으로 자른 다음 깨끗한 물에 담아주었다. 시든 꽃이 생기면 마음 아파하면서 다른 꽃들이 그걸 보고 똑같이 시들고 싶어질 수 있다며 바지런히 솎아주었다. 우리 집 식탁엔 그렇게 온 아이들이 유리컵에 얌전히 꽂혀 있곤 했다.
꽃을 대하는 마음 당시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은 오후에 잠깐 볕이 길게 들었다. 간혹 그 볕이 꽃 위로 쏟아질 때마다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내 안의 어딘가가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앞에 앉아 밥을 먹고, 그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그들은 내가 평소 알고 있는 모습보다 조금 더 생기 있는 얼굴로 웃었으니까. 아빠와 어린 내 동생도 집에 꽃이 있는 걸 좋아했다. 무뚝뚝하던 그들은 괜히 한 번씩 식탁을 지나면서 "어, 여기 꽃이 있네"라고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섞었다. 그럴 때마다 어떤 찬란함 같은 게 아주 찰나에 우리를 통과하는 것 같았다. 서른 중반이 된 나는 어쩌다 꽃을 받을 때마다 엄마를 서투르게 흉내 내느라 분주해진다. 매일 꽃을 다듬고, 화병의 물을 갈아주고, 물에 락스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뒤 얼음을 넣어둔다. 꽃다발이 조금 시들어도 솎아내고 또 솎아 오래오래 꽂아둔다. 몸과 마음이 지치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게 한다. 삶에 꽃을 두고, 그 꽃에 마음을 쓰는 일만으로도 조금 더 버틸 수 있다는 듯이.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꽃이란 그저 엄마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은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 시절 엄마는 당신이 지쳐 있으면서도 세상을 염세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타인에게 건네야 하는 것들에 리본을 가지런하게 묶었다. 잘려 있는 꽃을 예뻐하는 동시에 연민했고, 시들어가는 꽃을 다듬고 솎아 끝까지 살려냈다. 우리 집 식탁에 놓여 있던 꽃은 매번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 피워낸 것이었다. 무어라고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나를 관통하던 찬란함은 꽃이라기보다 그 꽃을 피워낸 삶의 방식에서 온 것이었다. 찰나의 찬란함이 있다면 사람은 버틸 힘을 좀 더 얻을 수 있단 걸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나는 마주하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연민하고 애정하는 자세로 대해보려 애쓴다. 이것이 엄마가 내게 준 지혜다. 그리고 그 지혜는 내가 가진 그 어떤 지식보다 내 삶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임지은 2030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에세이스트로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상 속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글로 담아내며 저서로는 산문집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헤아림의 조각들》 《연중 무휴의 사랑》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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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안녕하세요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흔적
감사합니다 ~
매서운 겨울 추위지만
걷기나 자전거타기로
온몸을 따듯한 온기로
채워지시길 소망합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목자 님 !
고운 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
강추위로 몸은 움추려들지만
마음만큼은 따듯한 온기로
채워지길 소망합니다
~^^
어지러운 나날속에서
마음을 안온하게 해주는
평범한 진리의 말들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고운 걸음주신
소산 님 !
감사합니다 ~
날씨는 매섭지만
지인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행복한 겨울나기되시길
소망합니다
~^^
삶의 지혜를 말하는 문장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