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미동국 말 중에 재미있는 표현들은 너무도 많다.
고성 아가씨가 서울에 가서 버스를 탔다. 빈자리가 없어서 할머니 앞에 섰는데,
-할머니 : 아가씨 그 가방 무거워 보이네. 나 줘요. 받아 줄게.
-고성 아가씨 : 아니에요. 해꼽아요.
고방 문에 달려있던 자물통 열쇠를 잃어 버렸다. 읍내 장에서 아부지가 샀다.
그 점방 주인이 “이 쎗때로 꼽으모 그 자물통이 께라질 깁니더.”라고 겔차 주었다고 하셨다.
“탁차서 볿아 노삘라 마”라는 말은 어릴 때 어무이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어무이 속을
썩일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다. ‘탁 하고 발로 차서 밟아 놓아 버릴까 보다’라는 뜻인데,
강조를 위해 ‘마’까지 붙이셨다. 이 말을 할 때 어무이는 부섴에 있던 부작대이도 같이 드셨다.
씅이 머리끝까지 나신 것, 이 때는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아부지는 읍내 오일장에 이따금 가셨다. 어제 밤 어무이와 주고받던 말씀이다.
“아∼들 설치리로 고무신 한 커리씩 사야겄고, 게기도 좀 사믹이야 데겄다.”
“돈이 오데 있소?”
“장에 가서 쌀로 돈 사면 되지…. 우리 아∼들이 고기 보태기 아이요.”
“해나 자아 몯물 배가 나왔이모 세 개마 좀 사오이소.”
오늘은 고성 장날, 아부지는 “내 헤네키 갔다올끄마” 라며 행차하신다.
농사일 거드는 거 참 하기 싫었다. 가실이면 나락을 비 갖고 깻단을 묶운 담에 쫄로리 시아
놓아야 한다. 보리타작은 또 어떤가. 어른들이 도리깨로 휘둘러 보릿단을 턴다. 내 몫은
거부지기 겉은 거를 까꾸리로 거머 내 삐리고 알매이만 씰어 담는 일이다. 보리 껍데기가 땀이
쩌린 옷 안으로 들어 가모 딱 질색이다. 그래도 소 미이는 일은 쉽다. 아부지는 “소 몰고 다닐 때
소가 안 도망가게 할라 카모 소고빼기(소고삐)를 잘 잡아야 덴다.”고 신신 당부다. 재 너머
소 미이로 가다 저짜 먼대이 서서 알로 내리 보고 있이모 쏙이 썬하다. 그러다 소가 말 안들을
때는 약이 오른다. 고빼기로 소 등더리를 후려갈긴다. 갑자기 소 등더리에 까분다리가 억수로
마이 붙어있는 것을 본다. 까분다리를 돌로 긁어서 떼어내 주면 소는 넘넘 순해지고 말도 잘
듣는다. 나만의 노하우다.
옆집 사는 점세 아재가 독사한테 물려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어무이가 그 집 아지매한테
물었다. “안주꺼지 벵운에서는 아무 기불도 엄십니꺼?” 아지매 왈, “주사를 잘못 맞아가 쏜디이
까지 퉁퉁 붔답니다.” 고 한다. 큰일이다.
나도 밤새 머구가 물뗀 자리가 뻘겋기 붓었다. 메칠 잠을 잘 몬 자서 그런지 얼굴이 꺼치리하다
고 할매가 말씀하신다. 할매는 날 꼬아내가 제우 벵원에 델꼬 갔다.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한 대
놓았다. 주사 놓기 전에는 하나도 안 아픈 것처럼 의사가 말했는데 무지 아팠다. 우찌 사람을
그리 감쪽같이 쎅있으꼬? 의사가 무섭어졌다. 의사는 집에 쑥쑥한 것들 좀 다 치아라고 했다.
위생상 안 좋다면서.
농촌은 일하는 것, 밥 때에 밥 먹는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일하다 보이 밥물 때가 다 됐네.”
“아침을 대충 뭈더마는 배 고푸다.” 맛있는 식사 시간, 논두렁에서다. 어무이는 “저 있는 밥그럭 좀
앗아 도.” 아부지는 “자리가 너무 배잡아서 쪼껜썩 들시앉아야 데겄다.” 누나는 내게 “얼굴에 밥떠꺼리는
와 붙이고 있노?” “와 니는 복 나가거로 음석을 그래 께작거리멘서 묵노?” 라고 나무란다.
짠 반찬을 꾸역꾸역 입에 넣는 나를 보고 할매는 “짭은 걸 묵으모 밤에 자다가도 물이 자꾸 써인다.”라는
겡고도 하신다. 혹 게기를 굽어 먹은 날에 할매는 “모태에 미검 묻응께네 한데 노낳지 마라.”고 하셨다.
이우지 잔칫집에 댕겨 오신 할매는 “물 걸 짜다락 맨들어 났더마 짭아서 내사 세사 몬 묵겄더라.”고
하시면서, “국은 낋이면서 간을 제대로 안했는지 맛은 닝닝하고.” “진차이 갔던기라. 내가 앞으로 다∼시는
그 집 잔치에는 안 갈끼라.”고 불만을 털어놓으셨다.
그러면서 “얘야 소풀 좀 베어 온나, 찌짐 꾸어먹그로....” 라고 하신다.
어느 날 할매가 어무이에게 말씀하셨다. “그집 솔녀가 성이 나 가 우리 아로 꼴시보더만 고마 여내 달구똥
겉은 눈물로 뚝뚝 흘리는 기라.” 말 안듣는 걔를 내 동생이 한 대 때렸던 날이었다.
섣달 그믐날에는 설 모욕을 했다. 모욕하기 싫다고 뺑소니치면 어무이는 “니 눌웅때로 보고 까마구가
친구라 쿠겄다.”라고 놀리셨다. 손등도 발등도 터서 피가 삐끔삐끔 나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할매는
손자에게 “기히지개로 기창 파 줄 깅께 꼼재이지 말고 가마이 있거라.”고 하시면서 귀 청소까지 해 주셨다.
나는 할매한테 “점두룩 엎어져서 먹는 것만 먹고 있으면 좋겠다.”고 어린양을 부렸다. 할매는 손자가 귀여우
면서도 “씨사이맨치로 데잖은 소리하지 마라.”고 타이르셨다.
오랜만에 고향 문디들이 골프장에서 만났다. 나는 새복 시간이라 실수 할까싶어 집 식구 한테 깨배 달라 캤다.
일단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아적밥을 먹고 차 한 잔씩 마신다. 문디 중에 하네이가 또다른 문디 얼굴에 바른 선크림을 보며
한 마디했다. “니는 무신 화장을 백새겉이 해 가 있노?” 백새 문디가 배시시 웃음시로 답했다. “날씨가 좋은께네
오늘은 배껕에서 사진도 쫌 백기고 하자.”라고. 티업이 되고 긴장된 상태로 골프를 시작한다. 문디 하네이는
얼마 안 있어 돈 다 꼻아서 집에도 못 드간다고 엄살을 부린다. 하는 짓이 흐들스럽고 꼴짭하다. 할 수 없이 전반
끝나고 타협을 한다. “인자꺼정은 물세로 하고 새로 시작”하기로. 옷 벗고 샤워장에 들어선다. 오늘 하로 종일
걸었디이 발꾸룽내가 엄청시리 마이 난다.
오늘 그래도 고자미동국촌놈들과 재미있게 보냈으니 기분이 댓길로 좋다.
첫댓글 좀은 길다 싶으나 뜻길에 눈이 꽂히니 재미도 있고 기분 댓길이 맞소이다. 감사.
인자 고성 표준말로 글 씨기로 했소?
도해지 사람들 알아묵기 힘들거로.
간만에 들어 보는 단어들이 많지만 정겹네요.날씨 구진깨 개이대가리 안 걸리거로 단디하이소.
안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고마 딱, 빠무디를 쎄리주고 싶은 놈들이 쌔애 비릿는데
친구님 글 읽으며 웃어 보네요.
건강. 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