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배우는 성공철학

[꽃구름]

	바둑에서 배우는 성공철학 - 中的精神
	저자 : 吳淸源 (우칭위엔)
	발행 : 中信出版社

■ Main Idea

특정한 분야에 일정한 시간과 수고를 투자하면 그 대가로 기술이라는 선물을 얻지만 한 평생 한 분야에 열정을 받친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 철학을 발견한다.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 바둑을 개척하는데 지대한 공로를 세운 우칭위엔은 '살아있는 기성(棋聖)'으로 추앙 받는 인물이다. 그의 타고난 승부근성을 바탕으로 한 대국은 지금도 프로 기사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그는 평생 바둑에 관련된 이론을 저술하며 양과 음의 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경지를 나타낸 글자가 바로 '중(中)'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때 이를 통해서 바둑이 추구하는 목표와 삶의 목표를 관통하게 된다.

특정한 분야에 일정한 시간과 수고를 투자하면 그 대가로 기술이라는 선물을 얻는다. 하지만 한 평생 한 분야에 열정을 받친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서 신앙을 발견하게 되며 그들의 발자취를 사람들은 '道'라고 평가한다.

우칭위엔은 90 평생 바둑에 관련된 이론을 저술하는 한편 한국 기원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루이나이웨이 9단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국, 일본의 기사들을 키워낸 바둑계의 원로다.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치열한 대국에서 기성이라는 칭호는 역설적이기도 하다. 물론 바둑은 한 판의 치열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승부를 넘어선 하나의 정신이 관철한다. 그는 이를 '中'이라는 한 글자로 일축한다. 기성 우칭위엔은 사각의 바둑판 위에서 인생의 최고 경지인 '中'을 위해 한 판의 승부를 건다.

1914년 중국 푸지엔성(福建省)의 소금을 만들어 파는 집에서 태어난 그는 비교적 여유있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 가족이 모두 베이징으로 이사하였으며, 그 당시 중산층이 모여 살던 쓰허위엔(四合院)의 낡은 저택에 둥지를 틀었다. 삼형제 중 막내였으며 비교적 엄격했던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날마다 두 형과 더불어 사서오경을 배우고 외우며 자라났다.

공부에서는 늘 형들을 따라갈 수 없었지만 유독 바둑판 앞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그에게 바둑을 처음 가르쳐준 아버지도 가뿐히 이길 정도가 되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신동이라는 칭찬을 들으면서 바둑 인생의 첫발을 디딘 그 때 그의 나이는 7세에 불과했다.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그의 국적은 일본, 타이완 다시 일본으로 수 차례 바뀌지만 그의 일생을 지탱해 준 정신의 뿌리는 자신이 태어난 중국이라고 고백한다.

일본 유학생 출신인 우칭위엔의 아버지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일본의 바둑 기보를 가방에 넣고 돌아왔다. 일본어를 모르는 우칭위엔은 아버지가 읽어 주는 내용을 한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아버지 옆에 붙어 다녔으며, 처음에는 아버지가 읽어 주는 내용을 듣고 받아 적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기보의 내용을 보지 않고도 줄줄 외울 정도가 되었다.

아침부터 시작한 바둑 수업은 밤 늦게까지 계속 되었으며 우칭위엔은 기보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돌을 놓다가 몇 권이 합본이 된 기보의 무게 때문에 손이 저려올 때면 다른 손으로 바꿔 들어가며 밥 먹고 잠잔 시간을 제외하고는 바둑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어린 시절 무거운 바둑 기보를 계속 들고 있어서 손목이 휠 정도였다.

1925년 아버지는 33세 나이로 별세했다. 그 당시 우칭위엔의 나이는 불과 11살이었다. 아버지는 죽음을 맞기 3일 전 병상에서 세 아들을 불러 큰 아들에게는 붓을, 둘째 아들에게는 소설책 한 권을, 우칭위엔에게는 바둑판을 유물로 남겼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당장 학비가 없어 우칭위엔은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그 당시 베이징 시정부 국무총리이자 친일파 정치인이었던 두안치루이(段祺瑞)는 바둑을 특히 좋아하여 주말마다 자신의 저택에서 바둑 기사들을 초청하여 친목 바둑회를 열곤 했다. 그 당시 중국의 바둑 고수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그의 초대를 받게 되었는데, 두안 총리와의 대국에서 그를 승자로 만들어 체면을 세워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기수들은 모두 그와 바둑 한 판을 두기 위해 줄을 서곤 했다.

하루는 어린 우칭위엔에게도 두안 총리와 대국할 기회가 찾아왔다.
두안 총리는 상대가 어린 사내인 것을 알고 무시한 나머지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바둑돌을 놓아 갔다. 우칭위엔도 초반에는 총리의 실력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서두르는 상대를 차분히 관찰하며 신중하게 한 수 한 수 응수, 결국에는 보기 좋게 총리와의 한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옷차림이 남루하고 깡마른 소년에게 총리가 패전하는 판국이 되자 주위는 술렁대기 시작했다. 물론 이제까지 두안 총리가 실력으로 프로급 기사들을 이겼던 것은 아니었다. 바둑에서 지게 되면 불 같이 성을 내고 상대를 오랫동안 원망하며 못살게 구는 그에게 기사들은 일부러 져 주면서 총리의 체면을 살려주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11살의 어린 소년이 보기 좋게 총리를 이겨버리자 바둑회는 종국에 달했고 주위에서 이를 관전하던 기사들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두안 총리는 참패를 당하자 노여워 어찌할 줄 모르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끝까지 파악하지 못했던 한 사람은 우칭위엔 뿐이었으며, 그는 당당하게 두안 총리에게 약속했던 학비를 대 줄 것을 요구했다. 노여워하던 총리도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빈털터리 소년에게 100위안이라는 큰 돈을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그날 이후 우칭위엔의 학비를 전액 부담해 주고 그의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이는 바로 두안 총리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중산공원(中山公園)의 한 켠, 라이진위간(來今雨幹)이라는 간판을 건 식당에는 중국의 유명 인사들이 하나 둘 씩 모여 들었다. '今雨'의 두 글자가 오래된 친구를 의미하는 이 식당은 중국의 유명한 정치가나 문화계 인사들이 공원에 내리는 빗소리를 음악 삼고 비바람에 날리는 버드나무를 감상하는 가운데 바둑을 두면서 서로간의 우의를 다지던 특별한 식당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모든 이의 관심이 한 소년에게 집중되었다. 악명 높은 총리를 바둑돌로 제압한 바둑 신동 - 우칭위엔과 대국하기 위해 베이징의 유명 인사들은 빠지지 않고 그날 바둑회에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후 우칭위엔은 유명 인사의 바둑회에 빠져서는 안 될 유명 인사가 되었다. 대국마다 거물급 정치가들을 보기 좋게 이겨내는 소년은 단숨에 유명해 졌으며 각종 언론을 통해 "바둑 천재 소년"이라는 표제를 단 기사와 사진이 전국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권력과 부가 아무리 하늘을 찔러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하나 실력으로 승부하며, 한 판 바둑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그의 재능을 아끼는 이들도 하나 둘 씩 늘어갔다. 그 중에는 베이징에서 미술상을 경영하고 있던 일본인 야마자키(山崎有民)선생이 있었다.

야마자키선생은 그 당시 일본 바둑계의 유력가인 세코시(瀨越)선생에게 우칭위엔을 소개하는 편지를 10차례 보냈다. 중국의 가난한 바둑 소년을 일본으로 데려 오기 위해 일본의 바둑계와 정계의 몇 인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으며, 그 결과 1928년 14세의 우칭위엔은 일본에서 제 2의 바둑 인생을 펼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무라시마(村島意勝) 4단과 마에다(前田鄭兒) 4단을 내리 이기면서 일본 기단에서 3단을 따 내는 데 성공하자 그는 한 단 한 단 올라서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1931년에 5단, 1934년 20세가 되는 해에 6단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 기간 중 1932년, 1년 동안에는 50국의 승부를 겨뤘으며 44승 5패 1무승부로 90%의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일본의 바둑계는 우칭위엔을 두고 수책(秀策 - 일본의 기성으로 추앙 받는 인물)이 다시 환생했다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칭위엔은 상대가 자신보다 단수가 위일 지라도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는 대국에 임하면 늘 침묵하고 무표정했으며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신중했다. 연승 가도에서도 그는 패할 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겨 하루 종일 패배의 원인을 꼼꼼히 분석하고 정리하곤 했다. 그에게 있어서 바둑에는 똑같은 판이란 있을 수 없었다. 매판마다 최선을 다해 한 수를 두어야 함은 이 때문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新布局'이었다.

그는 바둑에 심취해 갈수록 바둑이 단순히 한 판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둑은 손으로 대화하는 수담(手談)의 과정, 즉 흑돌과 백돌을 놓으며 상대와 이야기를 해나가는 일이었다. 이는 단순히 가로, 세로 19줄의 교차점에 흑색과 백색의 돌을 번갈아 두는 것이 아니라 361이라는 가능성에 상대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승부를 거는 일이다.

물론 흑백간의 승부를 결정 짓는 일이 바둑의 결과지만 그는 승부보다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묘수로 대국을 결정짓는 불계승을 더 선호했다. 흑백이 서로 많은 집을 지으려다 보면 경계선을 둘러싼 전쟁이 일어나기 마련이며 이 과정은 흔히 경쟁이 치열한 인생의 과정과 같았다. 그리고 대국이 치열할 수록 지켜야 할 예의도 엄격했다.

* 단정한 자세를 갖춘다
- 상대에 대한 예의는 단정한 몸가짐에서 시작한다.

* 자리를 잡을 때는 연장자나 상수가 상석에 앉도록 한다
- 연장자나 선배를 존중하는 태도는 모든 인간 관계의 시작이다.

* 대국 시작이나 종료 시 서로 "잘 두었습니다" 혹은 "잘 배웠습니다"라는 겸양의 인사를 한다
- 자신과 협력 관계에 있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인사로 시작하고 인사로 끝을 맺도록 한다. 경쟁 상대일지라도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시작한 관계는 오래지 않아서 자신의 협력자로 돌아온다.

* 급수가 높은 상대와 두는 바둑일 경우 "지도를 부탁합니다"라고 예의를 갖춘다
- 연장자들과 선배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지도를 부탁한다는 말을 듣기 즐긴다.

* 상대방과 처음 바둑을 두는 경우 급수를 밝히고 치수(바둑판에 돌을 몇 개 놓은 후 둘 것인지)를 정한다
- 자신의 입장을 진실되게 밝히고 시작하면 자신에게 적합한 사회적 입지에서 안정되게 시작할 수 있다.

* 바둑돌을 놓을 때는 하나씩 집어 놓되 올바른 손 자세를 갖춘다
- 일은 한가지씩 처리하되 하는 일마다 정성을 다하여 완벽을 기하도록 한다.

* 착수한 돌을 옮기거나 물릴 수 없다
- 일의 결과는 거짓이 없으며, 한번 결정하고 수행한 자신의 행위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 바둑돌을 딸그락거리는 등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행동을 삼가 한다
- 경망스럽고 과장된 행동이나 자신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관전자가 참견을 하거나 훈수를 해서도 안 된다
- 자신의 상황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주변인에게 이끌려 가지 않도록 한다.

* 공배까지 두었을 경우 반드시 계가(집 계산)를 해야 한다
-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 계가를 마치고 결과를 확인한 후 반드시 반상의 돌을 가지런히 모아 바둑통에 다시 담는다
- 일의 완성은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는 데서 마무리 된다.

우칭위엔은 어린 시절부터 약한 체질이었지만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평상시와는 다른 체력을 과시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했다. 기본적으로 다섯 시간이나 지속되는 대국에서 사각형의 바둑판을 노려보고 있는 그의 두 눈은 평상시와 다른 빛이 발하였으며, 이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우칭위엔의 부인은 웃으면서 말해 주었다.

"저이는 바둑을 둘 때면 조금도 피곤해 하지 않고 오히려 기쁨으로 충만해서 바둑 이외에 다른 일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기력이 다해 일어나지도 못하지요."

그는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바둑판 앞에서 자신의 몸을 사르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를 혹자는 천재라고 말한다. 물론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보다는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천재라고 하는 편이 더 옳은 평가가 될 것이다.

그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 왔지만 제자나 후배들에 대한 배려는 각별했다. 그가 주최한 바둑 연구회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둑을 배우려는 학도들이 수도 없이 몰려 들었고, 기본적으로 5시간은 족히 이어지는 연구회에서는 그를 중심으로 열 댓 명의 후배들과 제자들이 이어가며 포석을 했다.

밤을 새우면서도 그들의 연구회가 즐거웠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사모가 준비해 주는 맛있는 간식 때문이었다. 가장 맛있고 따뜻한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모는 10년 동안 한결같이 그들과 함께 깨어 있었으며 그 정성으로 바둑판 사이에는 늘 푸짐한 간식판이 펼쳐지곤 했다. 모두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하나씩 베어 물고 향긋한 커피나 차로 갈증을 푸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물론 밤을 새우면서도 전혀 피곤해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스승 우칭위엔이었다. 시력이 나빠서 거의 바둑판에 엎드려 포석을 하는 바람에 종종 찻잔을 깨뜨리곤 했지만 그는 이미 잔에서 찻물이 새는 지도 모르게 몰두된 상태였다.

우칭위엔은 제자들에게 바둑의 기원에 대해 깊이 연구할 것을 늘 강조했다.

바둑판은 중국의 요순 시대에 천문을 연구하는데 이용되는 도구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바둑판은 가로, 세로 19줄로 이루어 져 있는데 19 * 19 = 361개의 방형은 일년의 날 수를 의미한다. 바둑판이라는 우주 질서 가운데, 그 중심은 우주의 중심인 태극을 의미하며 흑백의 돌은 각각 음(陰)과 양(陽)의 분할을 의미한다. 하늘이 양과 음으로 나뉘는 것을 시초로 하여 만물이 탄생하여 비로소 세상이 이루어 졌다는 우주 창조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게임이 바둑이다.

그는 바둑을 하늘의 이치와 우주의 질서를 따라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므로 대국에 임하는 기사는 바둑을 한 판의 단순한 승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물론 바둑의 종국에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 지기 마련이지만 진정한 고수를 꿈꾸는 이들은 바둑의 기원을 잊고서 게임의 법칙을 장악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칭위엔은 2000년대의 바둑의 최강국을 한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바둑 대회에서 조훈현 9단, 이창훈 9단 등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신인 기수들이 대거 등장하여 한국 바둑계의 미래에 푸른 신호등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우칭위엔은 한국이 바둑 강국임을 시사하는 소식을 또 한 번 듣게 되었다. 2001년 자신의 제자 루이나이웨이 9단이 한국 국수의 자리에 올랐으며, 김대중 대통령이 우승자인 그녀에게 직접 축전을 보냈다는 뉴스였다. 중국인 여기사가 한국의 국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데도 놀랐지만 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축전을 보내리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그의 뇌리에 한국이 문화 선진국이며 열려 있는 국가임을 강하게 인식시켰고, 그가 진정한 바둑의 국제화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 시절 청대 말기를 거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 그를 둘러싼 중국의 역사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막다른 인생길에서 그는 바둑판을 방패 삼고 불교 신앙과 동양 철학을 등대 삼아 풍파를 헤쳐 나왔다. 어린 시절에 익혔던 동양 철학은 그에게 하루 하루의 목숨을 키워 주는 샘물과 같았으며, 냉철한 승패를 가려야 하는 바둑판에서 장시간 동안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일생 바둑판을 마주하고 어떻게 하면 문과 무를 겸비하는 기술을 연마할 수 있을까 부단히 고민하다가 바둑을 관철하는 하나의 철학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中'이라는 글자다. 이 글자를 가만히 보면 하나의 세로획이 기준이 되어 좌우로 나뉘어 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두 부분은 각각 양(陽)과 음(陰)을 의미한다. 양과 음의 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경지를 나타낸 글자가 바로 '中'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때 그는 이를 통해서 바둑이 추구하는 목표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음양 사상의 최고 경지는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는 중화(中和)라고 하였는데 바둑의 최고 경지 또한 이와 일맥 상통하여, 바둑판 위에 가장 균형 있는 집을 지어 나갈 때 결과적으로 그 대국을 승리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치다.

"나는 바둑을 둘 때 승패를 생각하지 않는다. 승패에 상관없이 최선의 한 수를 두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 하나의 돌은 마지막까지 바둑판에서 살아 남아 결국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90 평생을 '中'이라는 경지를 찾아내기 위해 달려온 삶이라고 회고한다.

우칭위엔의 90년에 걸친 바둑 인생은 바로 '中和'라는 두 글자를 풀어내기 위해 걸어온 길이었다. 그의 바둑에는 음과 양이 조화된 '中'의 정신이 관철하며, 이를 실체화 한 和의 원리로 포국한다. 그는 이기려는 욕심이 오히려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평상심(平常心)에 돌을 던진다고 말한다. 현명한 기수는 승과 패를 넘어서 전체적인 형국이 평행이 되도록 몰아 가는 한 수를 두는데, 이 경지가 바로 '육합지기(六合之技)'라는 묘수인 것이다.

중국의 고전 주역(周易)에서는 "천지지대덕왈생(天地之大德曰生)"이라 하여, 하늘과 땅의 가장 위대한 덕을 만물을 창조한 데서 찾고 있다. 만물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뉘는데, 그 중 물질적인 것들은 끊임 없이 변하고, 정신은 변하지 않는 영원한 가치를 지닌다. 과학은 부단히 발전하고 앞으로 진보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이와 더불어 성인의 말씀은 변함이 없으며, 예수와 석가와 공자의 말씀과 고전은 앞으로도 계속 전해질 것이다. 과학과 철학의 中和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칭위엔은 아버지 유산인 바둑판 하나로 사회에 발을 들여 기성의 명예로 추앙 받는 입지적인 인물이다. 하늘은 한 사람을 만들어 낼 때 그 사람에게만 적합한 하나의 능력을 부여하여 세상에 내 보내는데, 이를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한다. 자신의 존재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이란 타인을 제압하는 능력과 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에게 선물로 주어진 천부적인 능력을 발견하여 세상과 中和를 이루어 내는 일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천재라고 하더군, 사실 나는 천재가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보다 공을 들였을 뿐이지." 라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한다. 90 평생 그에게 유일한 습관이 있다면 19줄로 얽힌 바둑판을 보면서 밤낮 연구하는 일이었으며, 이를 제회하고는 소박한 옷을 입고 검소한 세 끼를 먹는 보통 사람에 다를 바 없었다. 일부 유명한 사람들은 자선전을 통해 자기 애착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과대 평가하거나 실패에 대해서 자기를 변호하는 함정에 종종 빠지곤 한다. 그런데 우칭위엔은 바둑판에 스며있는 자신의 삶의 조각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세상에 또 다른 빛을 발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만물을 독점하려는 욕망에 희생되어 민족간의 유혈 사태와 국가 간의 전쟁도 불사하는 형국에 치닫게 되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시할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가치는 잊은 지 오래다. 우칭위엔은 90을 넘어서는 나이에 비로소 바둑판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 저자소개

吳淸源 (우칭위엔) : 1914년 중국에서 출생하여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했다. 한국 기원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루이나이웨이 9단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국, 일본의 기사들을 키워낸 바둑계의 원로다. 현대 바둑의 개척자로서 '살아있는 기성(棋聖)'으로 추앙 받고 있다.

<출처 : www.summary.co.kr>

[짚세기]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고드름]

바둑과 성공철학이라는 글이 그럴듯합니다.뭔가 깨달아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타]

바둑이도 바둑도 못배었는데.......ㅋㅋ

[바다(lhs338)]

잘보았읍니다.감사합니다.

[호랑나비,]

바둑 정신 건강에 좋지요감사해요''''

[고드름]

바둑에서 배우는 인생철학 바둑의 묘수풀이처럼 무궁무진합니다.
다시와서 또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