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생신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생각하고 진행 해 왔습니다.
어르신 댁이 좁기에 마당에 자리를 깔고 잔치를 벌이려 했고
손님들 모시려면 식기나 수저가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도 했고
어르신과 함께 시장에 가서 장도 보고 맛난 음식도 함께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어르신의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변해버렸지요.
어제 센터를 찾으신 어르신이 생신을 식당에서 했으면 좋겠다 하십니다.
평소에 무뚝뚝하시고 말씀도 없으신 어르신이지만
자신의 생각은 곧게 잘 말씀하시고 표현하시기에
식당에서 하고 싶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좁은 자리 걱정 하지 않아도 되고
식기나 수저 걱정 하지 않아도 되고
시장봐서 음식만들 궁리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많이 허했습니다.
이게 아니었는데...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가슴을 뱅뱅 맴돌았습니다.
식당에서 하면 동네 분들이 못 오실텐데..
지다가던 이웃이 "오늘 뭔 잔치하나?" 하며 들리시지 못 하실텐데...
마음이 허전하고 서운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오늘 어르신의 생신날이 되었습니다.
생신날 혼자 쓸쓸히 점심드실까 댁에 찾아뵙고 함께 점심 먹기로 했습니다.
어르신께서 미역국을 드시지 않는다 하여
좋아하시는 돼지찌개를 끓여가기로 했습니다.
임현미선생님께서 맛있게, 정성가득넣어 찌개를 끓여 주셨습니다.
저도 옆에서 부족하지만 이것저것 거들었습니다.
박시현 선생님, 임현미 선생님, 동훈이오빠, 저 이렇게 네명이 찾아갔습니다.
어르신께서 수저도 딱 맞게 챙겨서 상을 펴고 계셨습니다.
밥 먹기 전 어르신께 생신축하 노래를 불러 드렸습니다.
어르신이 웃으시며 박수를 같이 쳐 주십니다.
그래도 뭔가 마음이 허전합니다.
식당에 예약한 시간이 저녁 6시
농활팀 학생들은 40분 쯤 전에 도착하여
자리를 정돈하고 손님들이 어디에 앉으면 좋을지, 어떻게 안내할 지 정해봅니다.
신발정리담당도 정하고 풍선을 불어 꽃 만들어 잔치가 허전하지 않게 꾸며봅니다.
15분 쯤 남았을까요?
아직 시간이 여유있다 생각했는데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담뱃가게 할머님도 오셨습니다.
주인공이 오셨는데 부산하고 어수선하게 준비할 순 없지요.
다들 정리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곧 한 분, 한 분 오셔서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센터선생님들과 목사님이 오시고 필립스사모님께서도 오셨습니다.
자리가 얼추 채워져서 식전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농활팀이 준비한 축하노래
생일축하 노래
케익입장
어르신의 케익커팅
그리고 이어진 어르신의 덕담 한 말씀....
어르신이 고맙다 하십니다.
무슨 말을 하냐 손을 내저으시다가 고맙소 하십니다.
오신 손님들께 축하인사 부탁드리니
목사님께서 감사하다 하십니다.
좋은 자리, 맛있는 음식먹는 자리 불러주셔 감사하다 하십니다.
필립스 사모님도 불러주셔 감사하다 하십니다.
건강하게 지내시라 말씀해 주십니다.
주인은 와준 손님에게 고맙다 하고 손님들은 주인에게 초대에 대한 감사를 표합니다.
생일맞은 사람이 주인행세는 커녕 아무말도 못하고
차려주는 음식만 먹고 가는 그런 생일이 아닙니다.
어르신이 초대하시고 싶은 분들 초대하여 음식을 나눕니다.
가장 중간 자리에 어깨 펴고 앉으셔서 이것 좀 더 먹어봐라 나누면서
그렇게 그렇게 주인행세 하십니다.
오신 손님들도 모두 감사해 합니다. 초대해주셔 감사하다 말씀하십니다.
어르신이 사랑하는 새신랑 박시현 선생님이 준비한 특송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여기에도 별들이 참 많이 떴다 ... 라고 노래 해 주십니다.
모두가 울었습니다. 마음으로도 울고 눈물흘리며도 울었습니다.
기뻐서 울고 감동되어 울고 좋아서 울었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즐겁게..그렇게... 잔치했습니다.
서운하고 허전했던 마음이 어느샌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서운한 마음들게 한 심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에 그럴싸해 보이려고 치장해 놓은 것이 다 쓸모없는 것이 된 것 같아 허전하게 느끼게 한 어리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르신의 웃음 앞에, 전해져 오는 어르신의 기쁨앞에
그런 것은 아무 필요도 소용도 없는 것입니다.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 같은 것은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어르신이 기뻐하시면 족합니다.
어르신이 행복하시면 족합니다.
제가 생신잔치를 준비하고 생신잔치를 진행하고 끝내면서 배운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어르신이 주인되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첫댓글 여러 명이서 생신도 상관하지 않고 기관중심으로 하는 생신잔치보다 우리는 훨씬 애썼지. 그렇게 한 농활팀의 방법이 어르신 인격에 마땅하도록 한 것일거야. 참 애썼다. 덕분에 많이 배웠다, 고마워. 샛별아.
오빠를 통해서 저 역시도 많이 배웠습니다. 어르신의 생신잔치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고 추구해 나가야 할 지 알게되어 기뻐요- 고맙습니다- 힘내서 앞으로도 잘 해보아요:)
허한 감정까지도 솔직하게 나눠줘서 고마워요. 샛별이의 선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자꾸만 과정을 진행하며 잊어버리는 저의 다짐들과 오빠가 말해주신 선한 의지... 끝까지 지속적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시고 생각 나눠주시고.. 그것으로 힘을 얻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주상의 글을 먼저 읽고, 샛별의 글 읽으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기도가 절로 됩니다. 주님...저도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마음에 소원이 생깁니다.
선생님의 답글을 통해 저 역시도 감동이 됩니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함께 느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 저 역시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책으로 농활팀 함께 잘 나누고 있고, 사탕도 맛있게 잘 먹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힘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네~ 고마워요.
할아버지 생신잔치 잘 준비해줘서 고마워요. / 감동 했어요. 감사 했어요. 애써 눈물 참느라 힘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