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낯선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관종’이라니, 무슨 말인가요? 찾아보니 ‘관심종자’(關心種子)의 준말입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활발히 이용되기에 이런 일도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이르는 말인데 옛날 같으면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았지만 오늘날은 한번 인터넷이나 SNS에 올리면 순식간에 지역을 초월하여 퍼집니다. 비단 국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관심 가진 사람들에게나 노출되는 일이겠지만 그만큼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서로들 경쟁하듯 올립니다. 유튜브 같은 경우는 조회 수에 비례하여 돈까지 번다고 하니 직업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상에 관심들을 많이 가집니다. 자기 하나의 삶을 살기도 바쁠 텐데 말입니다. 왜 그렇게 남의 삶에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관음증’이라는 질병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성욕을 충족시키는 한 방법이면서 지나치게 되어 중독 곧 병이 되는 경우입니다. 그야 변태성 성욕만족을 이야기하지만 꼭 성적 욕구충족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냥 남의 일에 유난히 신경 쓰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대상이 이성인 경우에는 성적 충동이 포함되기 일쑤입니다. 아마도 여성보다는 남성 쪽에서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남성은 시각적인 부분에 약하거든요. 성경에서조차 비슷한 말씀이 나옵니다. ‘여자를 보고서 음욕을 품으면’ 이미 간음하였다고 정죄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해도 남자들에게는 나름대로 자기 눈에 꽂히는 여성이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눈이 돌아갑니다. 한번이라도 더 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사실 남녀가 만나서 인연을 맺고 인생을 나누는 경우, 이런 매력이 크게 작용을 합니다. 소위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춘향이와 이몽룡이나 로미오와 줄리엣도 비슷한 경우 아니겠습니까. 인연을 만들면 되는데 쉽지 않지요. 더구나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자기 욕구만 채우려는 의도로 자꾸 눈을 주면 그것은 세속적인 정욕이 되고 맙니다. 소위 도덕적인 자제가 요구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것을 넘지 못하면 자칫 병으로 진전되거나 범죄로 발전하게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소개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구정태’는 좀 과한 관심을 가집니다. 관음증까지 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금 지나치게 됩니다. 마침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뒤를 좇아 그녀가 사는 집과 우편물에서 이름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인풀루언서임을 알게 됩니다. 한편 그녀의 올린 사진, 동영상과 실제 보인 모습을 보며 더욱 궁금함을 가집니다. 사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하여 그리고 특히 유튜브를 통해서 많은 영상을 보고 삽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여러 가지 정보들도 가지게 됩니다. 유튜브와 달리 SNS에서는 개인적 특성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소위 자신을 광고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관종이라고 하나봅니다.
어느 날 몰래 지켜보고 있는 바로 그녀가 사무실로 들어옵니다. 깜짝 놀라지요. 자기 살고 있는 집을 내놓으려 합니다. 그리고 자기 없는 동안에도 원하는 사람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라고 열쇠까지 맡기고 갑니다. 무슨 뜻입니까? 내 집 원할 때 아무 때고 들여다보라는 것이지요. 얼마나 신났을까요? 그 신나는 마음에 의심이나 의아한 마음을 가지지 못한듯합니다. 어떻게, 언제 보았다고 더구나 혼자 사는 이성인데 집의 열쇠를 맡깁니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하지만 구정태는 그런 생각을 지닐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신났으니까요. 그 자유를 누립니다. 얼마 후 그녀 곧 ‘한소라’의 집에 들어갑니다. 사실 침입이지요.
거실로 들어서다 크게 놀랍니다. 소파에 그녀가 피범벅이 되어 누워있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도로 나옵니다. 그리고 112 신고를 하려 합니다. 그러나 멈칫합니다. 불법주거 침입하고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자칫 그대로 살인누명까지 쓸 수 있는 일입니다.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집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신고를 합니다. 고객에게 연락을 하려는데 통 전화를 받지 않아 직원과 함께 들어갔다가 현장을 본 것처럼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형사들과 다시 들어간 그 집에는 얼마 전에 보았던 시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집안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황당한 일이지요. 도대체 무슨 일이지? 헛것을 본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형사는 일단 신고자부터 의심하는 것이 순서지요. 살인사건이 있는데 시신이 없다. 그런데 그녀는 친구에 의해서 실종신고가 되어 있습니다. 정태는 나름 소라의 행적과 주변 인물들을 추적합니다. 확인 차 다시 찾아갔을 때 괴한의 기습을 당합니다. 한 사람을 확인합니다. 신고를 하고 다시 갔을 때는 역시 죽어있습니다. 영락없이 범인이 됩니다. 도망칩니다. 그렇게 뒤죽박죽 사건이 진행됩니다. 이 이야기를 누군가 아주 잘 요약해놓아서 인용합니다. ‘여인의 죽음은 미스터리, 진범이 남자를 범인으로 모는 것은 스릴러, 여인의 SNS를 뒤지며 진범을 찾아나가는 것은 추적의 장르’라고 말입니다. 등장하는 형사와 경찰은 ‘범죄도시’의 형사들과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피식 웃음이 나오지요. 영화 ‘그녀가 죽었다’(Following)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