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과 도척은 그 근원이 같다
도척의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했다. “어디서나 도 없는 곳이 있겠느냐? 방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잘 알아맞히는 것이 성(聖)이고, 잠입할 때 선두에 서는 것이 용(勇)이고, 나올 때 맨 뒤에 있는 것이 의(義)이다. 될지 안 될지를 아는 것이 지(智)이며 분배를 공평하게 하는 것이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가 갖추어지지 않으면서 큰 도둑이 된 자란 이 세상에 아직 없었다.
故跖之徒問於跖曰:「盜亦有道乎?」跖曰:「何適而無有道邪?妄意室中之藏,聖也;入先,勇也;出後,義也;知可否,知也;分均,仁也。五者不備而能成大盜者,天下未之有也。」
도척은 강도나 토비 등 나쁜 사람의 대명사로서 고서에서 이 명사를 자주 봅니다. 어느 특정인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강도나 토비 부류의 나쁜 사람을 광범위하게 가리킵니다. 우리가 평소에 “도둑도 도가 있다.”(盜亦有道)라고 말하는데 이 말의 유래는 장자의 거협(胠篋)편에 나옵니다.
강도가 그의 두목에게 강도에게도 도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강도 두목이 말했습니다. “강도 노릇에도 당연히 도가 있지. 천하의 일 가운데 도가 없는 것이 어디에 있겠느냐? 강도 노릇에는 강도로서의 학문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문도 아주 크니라. 그 첫째가 망의(妄意)다. 어느 곳에 얼마의 재물이 있는지를 짐작해보아야 하는데 정확히 짐작해 보아야 한다. 이게 바로 가장 고명한 것, 즉 성(聖)이다. 강탈하고 훔칠 때는 남이 자기 뒤에 있을 경우 자기가 먼저 들어간다. 이것이 용(勇), 큰 용기이다. 강탈하고 훔치는 일을 성공하고 나서는 남이 먼저 물러나고 자기가 맨 뒤에 떠나서 위험은 자기가 맡는 것이 강도 두목이 갖추어야할 재간, 즉 의(義)이다. 어느 모처를 가서 털어도 되는 지, 언제 가서 터는 것이 비교적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큰 지혜, 즉 지(智)이다. 털어 얻은 뒤 수호전(水滸傳)에 써져있듯이 큰 덩어리로 금을 나누고 큰 덩어리로 고기를 먹는 평균 분배하는 것이 인(仁)이다. 그러므로 강도도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기준을 갖추어야 하는데 어디 그렇게 간단하겠느냐!” 과거 대륙의 방회(幇會)의 어두운 면의 경우가 곧 그랬습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런 기풍은 일반 사회보다도 훨씬 시원시원했습니다. 말을 했으면 책임을 져서 친구다운 말 한마디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인의예지신을 구비하여야 강도 두목이 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갖추었으면서도 강도 두목이 되지 못한 자가 혹 있기도 하지만, 이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강도 두목이 될 수 있는 그런 도리는 절대 없다.”
이상은 장자에 나오는 한 단락을 인용한 것입니다. 만약 전편을 보면 아주 떠들썩하고 묘합니다. 그 중의 한 단락은 공자의 신상 얘기를 하는데 그 내용은 노나라의 미남자로서 좌회불란(坐悔不亂: 춘추 시대에 유하혜가 곽문에서 잠 잘 때 어떤 여자가 잘 곳을 찾지 못해 와서 함께 자게 해 달라고 하자, 유하혜는 그녀가 얼어 죽을까 봐 품에 안아 재웠지만 그 하룻밤에 예의가 아닌 행동이 없었다는 고사―역주)의 성인 유하혜(柳下惠)에게 동생이 하나 있는데 강도의 두목입니다. 공자는 유하혜에게 왜 그 동생을 감화시키지 않느냐고 자주 말했습니다. 유하혜는 공자에게 말합니다. “노선생은 얘기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를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당신도 그를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공자는 믿지 못하고 유하혜의 동생인 강도 두목한테 갔습니다. 뜻 밖에 이 강도 두목은 먼저 위신을 차리면서 공자를 한바탕 꾸짖고는 이어서 또 한 무더기의 도리를 말했습니다. 마지막에 공자에게 말합니다. “내가 지금 기분이 괜찮은 김에 너를 죽이고 싶지 않으니 너는 떠나거라!” 공자는 한마디도 못하고 떠났습니다. 왜냐하면 이 강도 두목이 말한 도리가 모두 옳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용한 한 단락도 유하혜의 동생이 공자에게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장자가 세상 풍조를 풍자하고 있는 우언입니다. 이종오(李宗吾)가 후흑학(厚黑學)을 쓴 목적도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장자가 후흑학의 조사님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면 설사 한 강도 두목이 되었더라도 인의예지신의 수양이 있어야 한다면, 사업을 하나 시작하여 리더가 되려하거나 더 나아가 상공업계의 총수가 되려고 하여도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만약 사람이 아주 이기적이어서 이익은 모두 자기가 챙기고 손실은 모두 남의 것으로 계산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남회근 선생 역사와 인생을 말한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