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고산 장영형님댁으로 가서 개띠형님들과 술한잔 주고받으며 밤을 보내고 아침 식사때만 여느 토요일처럼 미가옥으로 집결했다.
말리만 빠지고 토요일 맴버 셋 그대로~ 당초 일기예보에서 토요일 오전 내내 비가 올거라고 했는데 어제 늦은 오후부터 땡겨서 내리더니 새벽녘엔 모두 개었다.
식사를 마친 후 리치웰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까지 세트 완성!
낮에 해찬과 말리를 데리고 가련산을 넘어 '야옹아 멍멍해봐'라는 애견샵에 가서 말리 간식을 산 뒤 덕진중학교 방향으로 돌아오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좀처럼 그칠줄을 모른다.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니라 비를 피할곳은 오직 나무밖에 없는데 법원으로 향하는 오솔길에서 꼼짝없이 갇혀 떨고 있던 중 해찬엄마의 긴급출동 써비스 덕에 30여분 만에 탈출 성공!
맹렬하게 내리던 소나기는 집에 도착할 즈음에 그치길래 이왕 적당히 젖은 것 당장 샤워를 하느니 운동을 먼저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전주천으로 내려갔다.
한벽루를 지나 은석골 정도까지 다녀오면 딱 좋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채 2Km도 못간 건산천 합수지점에서 발이 묶인다.
전주천을 비롯해 모든 천의 모든 징검다리가 넘치고 있는 상황인데... 어이가 없다.
장마철에도 이렇게 소나기가 쏟아진 기억이 없는데 때아닌 가을에 무슨...
아무튼 더이상 올라갈 수가 없으니 아랫쪽으로 내려왔는데 그사이 화강암으로 만든 휴먼빌 아래 징검다리는 아슬아슬하게 건널만하게 되었다. 신발이 살짝 젖기는 하지만...
천을 건넜으니 여기서 다시 위로 갈지 아래로 갈지를 결정해야 되는데 어디로 가든지 바닥에 미끄럽고 안정적이지 않아 내키지가 않는다.
다시 어렵게 건넜던 징검다리를 건너 돌아와 미련없이 가장 안정적인 경기장 트랙으로 발길을 돌린다.
트랙엔 여기저기 물이 고여서 불편하긴 하지만 신발이야 이미 젖은 상태이니 괜찮고 무엇보다도 미끄러지지 않으니 만족스럽다.
여기서 한15Km를 달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LSD모드로 편안하게 바퀴수를 올려가는데 직2문 아래서 웬 중년 아저씨가 성악 연습을 한답시고 발성을 해대는데 그것참 고역이네!
최근에 철책선에서 확성기 방송 땜에 일촉즉발의 충돌상황까지 갔던게 이해가 된다.
시각적인 것이야 바라보지 않으면 되지만 소리는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아까 내렸던 소나기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치는 것도 아니고 그 남자 기세를 보아하니 발성이 끝난 뒤에는 레퍼토리로 넘어갈 것 같아 보인다.
간신히 11바퀴를 채우고 도망치듯 경기장을 빠져나오는데 경비아저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안으로 들어가길래 행여나 했지만 화장실로 향하고 만다.
누군가 민원을 넣지도 않았나보다.
하긴 뭐 비가 내린 직후에 바닥에 물이 흥건한데...
27분만에 트랙에서 5Km를 채웠고 전주천 산책로를 오르내린 것까지 합하니 졸지에 12Km를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둘러보니 한일아파트 징검다리는 아직 통행이 불가하고 그 아랫쪽 것들은 지나다닐 만큼 회복이 되었다.
내일 615통일마라톤대회가 열리는데 만약 이런 소나기가 새벽녘에 내리게 된다면 행사에도 차질이 생길 상황인데 이것도 미리 땡겨서 왔다고 봐야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