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호박·가지, 지금이라도 말려볼까
예전 어른들은 첫서리가 내리면 끝물 채소를 거두어 가을볕에 바짝 말렸다. 그런데 12월에 접어든 지금 채소를 말린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라면 난방을 하는 지금이 오히려 적기일 수 있다.
초겨울에도 베란다 빨래건조대 위에 모기장이나 방충망을 얹고 채소를 넌 다음 창문을 열고 볕과 바람을 쏘여주면 그런대로 잘 마른다. 날씨가 흐려지면 그물망째 따뜻한 방으로 들이고 방문을 활짝 열거나 필요할 경우 선풍기를 켜면 된다. 이렇게 며칠 부지런을 떨면 식품건조기 같은 것 없이도 잘 말릴 수 있다.
이 무렵 가정에서 말릴 만한 채소로는 무·호박·가지가 있다. 무는 껍질째 어른 손가락 굵기로 썰어서, 애호박과 가지는 0.5㎝ 두께로 둥글거나 어슷하게 썰어 하루 한두번 뒤집어가며 말리면 된다. 좀 번거롭긴 하지만 실에 꿰어 걸면 더 잘 마른다. 무청도 지저분한 잎만 훑어내고 데칠 것 없이 바로 널면 되는데, 이 녀석만큼은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푸른색이 그대로 유지된다.
◆말린 채소로 요리할 땐 이렇게
바짝 말린 채소는 비닐봉지에 넣고 밀봉한 다음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습기가 남아 있다 싶으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조리할 때는 먼저 불리거나 삶아 조직을 연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 그런데 이것도 채소마다 방법이 다르다.
우선 무·호박·가지처럼 물기가 많은 채소를 그대로 볕에 말린 것은 미지근한 물에 적당히 불렸다가 바로 볶거나 졸이면 된다. 너무 오래 불리면 꼬들꼬들한 질감이 사라지고, 특히 무말랭이는 단맛이 다 빠져나간다. 시래기는 줄기가 보들보들해지도록 푹 삶아야 한다. 먹을 때마다 삶기가 번거롭다면 한번에 삶아서 물기를 짠 다음 조금씩 나눠 얼려도 된다. 적당히 불린 무·호박·가지는 그냥 무치거나 볶아 먹어도 좋지만 육류·생선을 이용한 조림이나 볶음에 곁들여 넣어도 별미요, 영양밥을 해도 맛있다.
반면 흔히 ‘묵나물’이라 하는, 각종 산나물·들나물을 데쳤다 말린 것은 팔팔 끓는 물에 15~20분 삶은 다음 조리한다. 미리 물에 불리면 유효성분이 빠져나가고 고유의 맛도 덜하다. 쓴맛이 강하다면 찬물에 1~2시간 더 우렸다가 쓰면 된다. 묵나물은 요리할 때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쓰는 것이 구수한 맛을 살리기에 좋다.
가지쇠고기말이조림
①길게 썰어 말린 가지는 물에 불린 다음 물기를 꼭 짠다. 쇠고기는 얇게 포를 뜬 뒤 청주·후춧가루로 밑간한다.
②쇠고기를 한장씩 돌돌 만 다음 불린 가지로 가운데를 감아 꼬치에 끼운다.
③간장·파·마늘·깨소금·설탕·참기름·후춧가루로 간장양념장을 만든다.
④냄비에 꼬치와 양념장을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은 다음 국물을 끼얹어가며 졸인다.
시래기된장볶음
①시래기는 부드럽게 삶은 다음 찬물에 담가 잡맛을 없애고 물기를 꼭 짠 뒤 7㎝ 길이로 썬다.
②홍고추는 씨를 제거하고 굵게 다진다.
③삶은 시래기에 된장·파·마늘·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다음 양념 맛이 배어들도록 20분쯤 둔다.
④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시래기를 넣어 볶다가 다진 홍고추와 물을 붓고 뜸 들이듯 익힌다.
호박고지나물
①호박고지는 물에 불린 다음 물기를 꼭 짠다.
②불린 호박고지에 국간장·파·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③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양념한 호박고지를 넣고 볶다가 들깻가루와 실고추를 넣은 뒤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약한 불에서 뜸 들이듯 익힌다.
④호박고지가 부드러워지면 마지막에 들기름을 두르고 한번 더 볶는다.
무말랭이돼지고기볶음
①무말랭이는 물에 불린 다음 물기를 꼭 짠다. 실파와 홍고추는 4㎝ 길이로 썬다.
②돼지고기는 등심을 준비해 굵게 채썬 다음 참기름·간장·마늘·생강즙·청주·후춧가루로 양념한다.
③기름을 두른 팬에 양념한 돼지고기를 넣고 볶다가 익으면 무말랭이를 넣는다.
④간장·참기름·마늘·설탕·깨소금·후춧가루를 넣고 볶다가 실파·홍고추를 넣고 마무리한다.
첫댓글 시래기된장볶음!!
이거 정말 좋아하는데 시래기 씻는 일이 제가 요령이 없어 그러나 너무 번거롭더라고요.
깨끗하게 말린 시래기를 사는 일이 관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