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인연
눈 깜짝할 새를 '찰나'라고 합니다.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시간은 '탄지'라 하고,
숨 한 번 쉬는 시간은 순식간'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겁'이란 헤아릴 수조차 없이 길고 긴 시간을 일컫는 말이랍니다
'억겁의 세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겁'이란 한없이 길고 긴 시간을 일컫습니다.
가령, 천상의 선녀가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옷을 입고 내려와,
가로세로가 15km에 달하는 바위를 살짝 스치고 올라간다 치면,
가볍게 스치는 그 행위로 가로 세로15km에 달하는 바위가 닳고 닳아서 없어지는 시간이 바로 '겁'입니다.
또는,
사방 15km 크기의 큰 그릇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백년마다 한 알씩 집어내어 그릇 안의 겨자가 다 없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겁'입니다.
상상조차 불가능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겁'의 인연으로 표현한 말이 있습니다.
옷깃 한번 스치는 것이 500겁(생) 인연이라고 합니다.
* 1천겁은 한 나라에 태어난다.
* 2천겁은 하루동안 길을 동행한다.
* 3천겁은 하룻밤을 한집에서 잔다.
* 4천겁은 한 민족으로 태어난다.
* 5천겁은 한 동네에 태어난다.
* 6천겁은 하룻밤을 같이 잔다.
* 7천겁은 부부가 된다.
* 8천겁은 부모와 자식이 된다.
* 9천겁은 형제 자매가 된다.
* 1만겁은 스승과 제자가 된다.
지금 내 주위에서 스쳐 가는 모든 사람들이 참으로 놀라운 인연들입니다.
내 휴대폰 속에 들어 있는 이름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것이 그저 스쳐 가는 정도의 짧은 인연이라고 해도 그들은 최소한 1천 겁 이상을 뛰어넘는 인연으로 만난 귀한 존재들입니다.
- 윤석미, '달팽이 편지' 중에서 -
첫댓글 사람의 연은 그냥 닿는 게 아니네요.
긴 세월을 지나 만나게 되니 잘해드려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