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그렁하더니 이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살 맞대고 산 긴 세월에 이젠 이해할 만큼 이해한다 생각했건만
아직도 아니다 싶은 게 있었나 보다.
그러려니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도
서러움이 복 받친다.
찬장에서 꺼내 든 고등어 통조림이 발단이다.
*
사실, 미안한 일이기도 한데
냉장고 속엔 내가 좋아하는 야채와 과일만 잔뜩일 뿐
그가 좋아하는 삼겹살도 생태나 생고등어도 없었다.
한 시간 이상 운전해서 한국 마켓을 가면야 되지만
나는 그냥 미국 마켓에서
살몬이나 캣 휘쉬로 대신 요리하고 싶었다.
잘 드시면서도 오늘은 유난히 투정을 부린다.
미국 생선은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고.
*
궁여지책으로 찬장에 있는 고등어 통조림을 꺼내서
뚜껑을 딴 후 생각을 해봤다.
어떻게 요리를 할까?
고등어 강된장을 만들어 쌈을 싸 먹을까?
고추장 고춧가루 듬뿍 넣어 김치 넣고 지져 볼까?
아님....?!! 곰곰?
*
유튜브를 뒤적거렸더니
일본식 고등어 통조림 요리 방법이 나온다
국물을 버리고 잘 닦아서 감자가루를 묻혀서 튀겨낸후
달콤매콤하게 만든 양념장에 졸여내기.
와우~ 퓨전 고등어 통조림 요리네!
맛있겠다.
*
정성 들여서 한 접시 만들어 내고
위스키 넣어 만든 된장 깻잎과 깻잎 튀김,
그리고 청경채 무침에 잡곡밥을 곁들어 디너를 마련했다.
밥상을 마주한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
"고등어 요리는 얼큰하게 지져야 맛이지
이런 퓨전이니 뉴전이니 하는 것은 입맛에 안 맞는다고"
투덜거린다.
*
설움이 복받친다.
내가 자기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데...
새로운 요리인가 보다 하고 말없이 먹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입맛에 안맞는다 해도)
일가친척 없는 미국 생활을 잘 참으며 일만 했던 것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딸내미들 예쁘게 키운 것,
볼상 사납지 않으려
나 자신을 곱게 가꾸며 젊게 보이려 노력했던 것
긍정적인 에너지로 살려 노력했던 것
갑자기 모든 게 억울해진다.
이참에 졸혼?.
난 손해 볼 거 없잖아.
혼자서 훨훨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볼까~!
*
리타이어한 후의 변화된 환경에
남자들에게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 같다.
전에는 이런 불평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일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딸만 셋인 내게 없던 아들이 하나 갑자기 생겼다고 칠까?
만약에 내 아이들이 원했다면 뭐든지 해주었을 엄마 마음으로. ㅋ
그래서 한 시간 운전해서 한국 마켓에 들려 고등어 2마리를 사다
무와 고춧가루, 고추장을 넣고 얼큰하게 한 냄비 끓여 바쳤다.
*
그 순간~!
어느새 들어와 백허그를 하며 "여보, 미안해"
어마, 이런 이런, 응급실에 가야 하나?
그의 입이 찢어졌다. 좋아서.
웃프다 ~*
해피 have a 나이스 DAy~!
100희100화
첫댓글 재미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하이, 파란여우님.
정말요?
잼나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고등어 통조림을 글감으로 실감 나게 그려내신 부부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백희백화님의 더 많은 글 기다립니다. ^^
^^
우연하게 친구의 권유로
응모를 하게되었지만
이곳에서
많은 글들을 접하며
세상의 삶의 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어요.
소소하고 잔잔한 인생의 여정이
굴곡지고 얼룩이 졌다해도
그래도 가치가 있고
추억할 만한 시간들이라 생각됩니다.
달항아리님.
공감하며 읽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첨 여기에다 댓글 달아요.
읽으니까 꼭 우리 부부이야기같아서
울 일도 아닌데 눈물이 맺힙니다.
부부는 오래되면 불쌍한 느낌이 서로 들잖아요.
젊을 땐 이뻐서 살고 늙으면 서로 불쌍해서 살고..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
안녕하세요?
올리브북님. ^^
첨 달아주시는 댓글이란 말씀에
넘 좋아서 입이 함박꽃이랍니다.ㅎ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러다 정으로 묶어져서
뗄래야 뗄 수가 없는
황혼의 이랑 밭을 같이 걸어갑니다.
맞아요.
인생이란 그런 것.
남은 나날들일랑
아프지 말고 평안했으면 하는
순순한 바램입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참으로
생 고등어 2마리 넣고 끓인 찌게가 마침내 입 맛에 맞아
백 허그 하든 남편의 모습 안 뵈도 비디오 입니다
비위 맞추느라 밉고 보기 싫어도
사랑의 백 허그 받을때는 모든 미움이 사라지고 행복 해 지는 것이
아내의 여심 인가 합니다
물론 측은지심도 있지만...^^
^^
네, 산자락 선배님.:))
작은 포옹하나에 마음이 약해지고
금방 눈녹듯이 화가 사라지는
이렇듯 순한 아내들이건만...ㅎ
화를 내도 해가지기 전에 풀어지란
어느 성현의 말씀이 아로새겨집니다.
따뜻한 댓글 주신 산자락님.
평안하십시오^^
부부는 서로 달리 자랐으므로 각 어머니의 손맛에 찌들었으니
입맛을 맞추는 것도 쉽진 않나봅니다.
잘 읽고 갑니다.
^^
여전히 엄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제 짝지랍니다.
어머님의 가자미 식혜랑 감자볶음
그리고
장모님의 매운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을
잊지 못하는 제 짝지.
제가 똑같이는 못만들지만
흉내는 내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궁시렁궁시렁...오호호.
석촌님.
감사해요^^
생도맛있지만 통조림도 요리를잘하면
생보다더맛있지요.
중요한건 배려의마음,이모든걸다갖췄으니 백희가될수밖에없죠~~
^^
HI~!
Robin nim~*
어쩜...긍정적인 말씀에 감동.
맞아요, 생선보다도 통조림 요리도
알맞게 요리하면 맛있고말고요.ㅎ
골뱅이 통조림 무침도 맛나잖아요, 그쵸?
밀고당기며
화내고 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여정 같아요.^^
늘 감사드려요, 로빈선배님<3
어쩜 이렇게 이쁜 부인의 마음씨
감동 받았겠어요 남편분이
^^
안녕하셔요? 운선님.
아마도 운선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성향이실듯~ ㅎ
진듯 이기는 방법이 요런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