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20일 EPL 2라운드에서
손흥민의 4골, 해리 케인의 1골에 힘입어 5대2로 대승했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0-1로 밀리던 전반 45분 이후
손흥민이 혼자 4골(전반 47분, 후반 2분, 후반 19분, 후반 28분)을 몰아쳤고,
케인이 이 4골을 모두 도왔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EPL 이적 후 첫 해트트릭과 함께 한경기 4골 기록을 썼다.
EPL 역사상 28번째 진기록이다.
그러나 현지 매체의 평가는 4골을 넣은 손흥민보다 4도움을 기록한
'잉글랜드 캡틴' 케인을 더 조명하는 매체도 있다.
손흥민이 왜 이날 경기의 '반박불가' MoM인가를 조목조목 설명해 본다.
물론 케인이 패스를 잘한 것도 있지만,
그런 패스가 들어온다고 4골 다 쉽게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선수에게 갔다면 한 골도 안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스피드, 컨트롤, 침착한 피니시 등 손흥민의 능력이 골의 가장 큰 이유다.
4골 모두 지분의 70~80%는 손흥민에게 있다. 손흥민이 다 만들어 넣었다.
오히려 케인이 4도움을 기록하게 해준 손흥민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기 흐름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축구 지능.
전반 추가 시간에 기록한 동점골에 손흥민의 지적 능력이 잘 드러난다.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반 막판 첫 번째 골은 패스가 길었다.
손흥민이 스피드를 활용해 바깥쪽으로 빠진 것을 멈춰 세워서 각 없는 쪽으로 때려넣었다.
결코 쉬운 골이 아니었다.
달리는 속도, 볼에 자기 몸이 근접할 때 수비의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속도 조절이나 컨트롤에서 자칫 삐끗하면 중력이 작용해 통상 선수가 넘어진다.
그 컨트롤이 정말 대단했다.
상황을 보면
손흥민은 탕기 은돔벨레가 역습 플레이를 시작할때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케인의 동선을 살핀다.
케인이 공을 받고 어느 방향으로 패스를 찔러주는 지 살피면서
사우스햄튼 수비의 시선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사실 케인이 연결한 패스가 조금 길게 빠지면서 사우스햄튼 수비수가 차단할 수 있었지만,
특유의 스프린트로 이 공을 따라잡는다. 여기에서는 운동 능력이 중요했다.
손흥민이 처음 공을 터치하는 순간에 판단력이 작동한다.
급한 마음에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다면
몸의 균형이 흔들리며 부정확한 슈팅으로 좋은 기회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골도 ,
후반 시작 2분 만에 넣은 골의 패턴도 비슷하다.
로셀소가 빙글 돌아 나오며 케인에게 전진 패스를 할때
동료의 위치, 공의 동선, 상대 수비의 위치를 한 번에 파악한다.
케인이 공을 잡아세웠을 때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트리는 타이밍에 가속을 시작한다.
골키퍼와 마주했을 때 왼발로 골문 구석을 정확하게 찌른다.
바깥 쪽으로 열어주면서 스스로 골 찬스를 만들었다.
앞쪽에 수비가 2명 있었다. 만약 그쪽으로 공이 갔다면 수비에게 다 '커팅'됐을 것이다.
영리하게 반대쪽으로 열어주면서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든 후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골키퍼 움직임을 이미 다 미리 살펴봤다는 것이 대단하다.
케인 등 선수들은 이를 알고 있다.
4골을 합작한 후 케인이 손흥민을 안아올렸다.
흔히 말하듯 '주워 먹었다면' 손흥민이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케인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확실히 반대다.
케인의 킥도 좋았지만 손흥민이 골로 4도움 기록을 만들어준 상황이다.
케인이 손흥민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케인의 마지막 골은 세컨드볼을 주워먹은 경우다.
손흥민의 4골이 그런 식으로 들어갔다면 '위치선정이 좋았다' 정도 평가하지
퍼펙트, 평점 10점 만점을 주면서 이렇게까지 극찬하진 못할 것이다.
경기종료 후 매치볼도 손흥민이 가져갔다.
케인이 슬쩍 손으로 건드렸을 뿐 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늘의 주인공은 손흥민이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선수끼리는 서로 안다.
언론에서 저평가되더라도 팬과 선수들은 안다.
실제로 경기후 손흥민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케인은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손흥민에게 패스한 것이다.
공을 그 공간에 집어넣은 것 뿐"이라면서 "손흥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료 케인을 기꺼이 MoM으로 치켜세운 손흥민의 배려와 겸손도 칭찬했다.
여유있는 좋은 모습이다.
박지성이나 손흥민을 보면
인성, 팀을 위한 헌신과 배려 모든 면에서 정말 잘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9-20시즌
번리전 70미터 단독 드리블 돌파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골을 수상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에 성공했다.
사우스햄튼전은 손흥민 의 '골잡이'로서의 장점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우선 손흥민 의 장점은 폭발적인 스프린트 속도.
경기 시작 2분 20초만에
수비 라인에서 에릭 다이어가 전방으로 길게 뽑아준 롱 패스를 받아 측면을 무너트렸다.
왼발 크로스를 문전 오른쪽에서 맷 도허티가 헤더로 연결한 뒤
해리 케인이 발리 슈팅으로 득점했자먼
손흥민이 공을 받을 때 근소한 차이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이 VAR로 확인되어
무효가 됐지만 손흥민 의 위력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냥 빠른 게 아니다. 언제 어디로 뛰어야 하는 지를 안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듯이 손흥민은 양발 슈팅이 강도와 정밀함이 동등한 수준.
빠른 스프린트와 강력한 양발은 손흥민 선수의 최고 무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빠른 선수, 양 발을 잘 쓰는 선수는 손흥민 선수 말고도 있다.
이전에도 손흥민 선수에게 이런 능력이 없던 것도 아니다.
세 번째 골을 보면
산체스의 기점 패스, 케인의 스루 패스가 이어질 때
사우스햄튼 수비 뒤에서 불현듯 나타나 단독 찬스를 만든다.
이번에는 오른발 슈팅.
마지막 네 번째 골은 깔끔한 가슴 트래핑 후 왼발로 마무리했다.
오른발 두 골, 왼발 두 골,
기점 위치와 돌파 동선에 가속 타이밍과 슈팅 타이밍까지.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가
"1대1 상황에서 손흥민보다 치명적인 선수가 있느냐"고 반문한 것은
이런 장점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유럽 무대에서 경합할 수 있는 힘과 높이에
속도, 양발, 볼 콘트롤 기술에 공간 이해력을 탑재한 손흥민은
공격의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육각형 공격수'로 성장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라는 영국 현지 팬들의 찬사가 과하지 않다.
손흥민은 이제 자신의 능력을 장소와 상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선보일 수 있는 꾸준함을 갖췃다.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도전도 꿈이 아니다.
가레스 베일까지 토트넘에 가세한다면,
상대 수비의 분산 효과가 커져 손흥민의 득점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