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
이종분
친구는 걱정이 태산이다
새 식구 들이는데 열 세평 전세라고 했더니
결혼을 할까 말까 한다고
신혼의 첫 살림 찬장이 사과 궤짝이었다면
그들은 무어라 말할까
시장 바닥에서 때 묻지 않은 뽀얀 사과 궤짝 하나 얻어다가사포로 몸단장하고 프라이팬과 냄비를 넣어 두었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이종분 시집 {내 인생의 스케치}(근간)에서
가난이 죄가 되지 않고 이웃과 이웃들 사이에 문이 열려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 낭만이 있었던 것이다.
돈은 이기주의의 꽃----, ‘돈꽃’이 피면 이웃과 이웃들이 문을 닫아걸고,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끊임없이 시비를 걸고 고소-고발의 소송전을 전개한다.
신혼 살림집이 열세 평 전세라고 걱정하는 오늘날과 신혼 살림의 찬장이 사과 궤짝이었다는 지난날과 어느 시절이 더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단 말인가?
오늘날은 시도 죽었고 낭만도 죽었지만, 그 옛날에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 낭만이 되었던 것이다. 가난해도 꿈과 희망이 있었고, 이 꿈과 희망으로 우리들의 마음 속의 행복(부유함)을 펼쳐보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새 식구 들이는데 열 세평 전세라고 했더니/ 결혼을 할까 말까 한다고” “친구는 걱정이 태산”이지만, 그러나 “시장 바닥에서/ 때 묻지 않은 뽀얀 사과 궤짝 하나 얻어다가/ 사포로 몸단장하고 프라이팬과 냄비를 넣어 두었”던 그 옛날의 신혼시절이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해학과 풍자의 극치----. 웃음과 여유가 있고, 따뜻하고 훈훈한 인심과 사랑이 묻어 있다. 상상계와 상징계, 그리고 실재계가 거울처럼 맑고 투명하게 구축되어 있으며, 시와 그림과 음악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행복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이종분 시인의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서정시의 진수이자 우리 인간들의 행복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가 있다.
표4의 글
이종분 시인의 {내 인생의 스케치}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소녀시절과 성숙한 어머니의 시절과 그리고 이상과 현실과의 싸움을 회고하고 있는 할머니의 시선으로 구축되어 있다. 신혼 살림의 찬장이 사과 궤짝이었다는 추억([아름다운 그림])도 아름답고, [쌈닭]의 투쟁 정신도 아름답고, 남편의 얼굴에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시아버님의 얼굴을 보고, 다 늙은 아내를 시아버님처럼 “며늘아기”라고 부르는 [거울]도 아름답다.
해학과 풍자의 극치----. 웃음과 여유가 있고, 따뜻하고 훈훈한 인심과 사랑이 묻어 있다. 상상계와 상징계, 그리고 실재계가 거울처럼 맑고 투명하게 구축되어 있으며, 시와 그림과 음악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행복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이종분 시인의 첫 시집 {내 인생의 스케치}는 서정시의 진수이자 우리 인간들의 행복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