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마찬가지로 저는 약 4년의 장수생 시절을 거쳐 작년에 합격을 했고 다음달이면 1년 채우는 현직 공무원이고 저번주 토요일날 다시 공시를 치룬 수험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교행직을 목표로 장수했었어요. 근데 안돼더라고요. 그래서 20년도 시험을 끝으로 공시생활 정리하려고 했었어요. 민쌤카페에도 비슷하게 고민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격려와 위로를 해주셨어요.
20년도는 장마기간이 진짜 길었거든요.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서 우산하나 덜렁 들고 여기저기 걸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도 많았고 무경력, 스펙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고 돈도 없었어요. 공시만 오래한 탓에 사회생활 경험 한번도 못해봤고 모든게 폭망한 것 같아서 친구붙잡고 울고 엄마랑 얘기하다가 울고 그랬네요. (엄마가 걱정을 많이하셨어요. 저 우울증 걸릴것 같다고.. 엄마가 더 이상 공부 안했으면 하셨거든요.)
20년도에 공시판 떠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심플했어요. 그해 선택과목은 망했는데 영어가 95점 나왔어요. 모의고사 포함해서 한번도 90점 넘어본 적 없었거든요. 그러고나니까 오히려 포기가 빠르더라고요. 이만큼 했으면 됐다. 근데 책도 다 버렸는데 내가 뭘 어떻해 해야하는지도 모르겠어서 더 우울해졌어요. 그러다가 그해 코로나가 터지고 청년실업이 큰 위기로 다가와서 정부에서 단기간으로 일자리 사업같은걸 많이 했었어요. 이거라도 해봐야겠다싶었고 3~4개월 정도 했죠. 생각했던것과도 너무 달랐고 중간에 그만두시는 분들도 엄청 많았었는데 저는 진짜 바닥이었거든요. 이거라도 해야겠다싶어서 마무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크지않은 돈이라도 월급이라는 걸 받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동안 공기업 정보도 찾아다니고(시험도 진짜로 봤었어요) 자소서도 써보고 진로를 다시 고민해봤는데 진짜 세상이 녹록치가 않더라고요. 결국 다시 공시판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신, 무조건 합격이 목표였어요. 교행직이 아니고요. 그냥 합격이요! 그래서 눈을 확 낮춰서 지자체 일행직 군단위 지원했고 합격했습니다. 6개월 정도 다시 공부 시작했었고 아이러니하게 그해 제 공시생활 기간 중 가장 고득점으로 합격했어요. 발령도 빨랐고 바로 군청으로 들어가서 지금까지 현직으로 일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왜 다시 시험을 봤냐고하신다면 아쉬운 마음에서요. 군단위는 장단점이 매우 큽니다. 연고지의 영향이 매우 크죠. 그걸 다 느꼈고 지금 있는 곳에서도 겉도는 느낌이었고 출퇴근도 멀어지니까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다만, 시험 접수는 했는데 문제는 공부를 못했다는겁니다. 간절함이 없었던 거예요.
그리고 토요일날 시험 보러 갔어요.
전날 퇴근하고 2시간정도 카페에서 한국사 벼락치기 한게 이번 시험준비였네요.
공부도 안한 주제에 왜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긴장한 상태로 교실 들어갔고 시험은 정말 편하게 보고 왔습니다.
국어75 영어85 한국사90 행법55 행학65 나왔어요.
어찌보면 선방했구나 싶더라고요. 근데 여전히 씁쓸한건 역시 공시라는게 참 운이 크게 적용되는구나였어요.
다른건 다 몰라도 징그럽게 점수 안오르던 영어가 힘을 빼고 풀었더니 85점이 나오더라고요.
순수하게 실력이라기보다는 소거법+스킬+잔머리 굴려서 풀었습니다. 팁은 진짜 잘 모르겠어요.. 영어 자체를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여러므로 제가 장수생 출신의 수험생이자 현직자로써 주변에 공시 준비해볼까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늘 하는 말은 “다른거 다 해보고 그래도 안돼면 해”
스펙없어도 시험잘보면 취직가능한게 공무원이잖아요. 그래서 진상들도 많아요. 꼰대들도 많고요.
제가 능력이 더 좋았으면, 더 긍정적이었으면, 더 스펙이 많고 더 준비가 됐으면 저 공시판 다시 안돌아왔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불구하고 주변 친구들과 비교했을때 공직생활이 나쁘진 않아요. 당연한걸 해주지 않는 회사들도 많잖아요.
마무리를 어떻해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 공시준비할땐 사회를 선택했어가지고(최종합격땐 행법으로 갈아탔지만..;;) 민쌤카페에서 도움 많이 받았었어요. 나홀로 공시생의 유일한 커뮤니티였거든요.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전보다는 덜 활성화되어있는게 아쉽지만
여전히 저한테 민쌤카페는 단연 최고의 수험생카페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힘들때마다 민쌤 글귀, 일기 같은거 읽으면서 힘냈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시험 보신 공시생 분들도 많이 수고하셨어요!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저도4년차장수생입니다.
사회과목으로 응시할수있었던 마지막년도에 대구지역 선택과목조정점수정도인0.x점으로 떨어졌네요. 그 후 선택과목개편되고 3년차에 또 떨어졌어요.. 이젠 너무 두려움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힘내서해보려고요 이글을통해 위로받고 갑니다.
그래도 운이라고 말하는 점에서 겸손한 모습이 보이네요.. 다른 합격수기들은 자기가 얼마나 노력했다고 자랑하는 글들의 연속인데..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저는 19년도 시험 끝으로 그만두고 3년 가량 직장생활중인데 다시 전업수험생으로 공부할지 고민되네요ㅠㅠ 힘빼고 시험봐야 오히려 점수가 잘 나온다는 점 공감됩니다...ㅠㅠ
ㅜㅜ글잘읽었습니다..! 저는 올해 30이 되었고 이제 두번째 시험을 폭삭 말아 새번째 도전을 해야하는데.. 무섭네요 솔직히 ㅠㅠ 경력단절도 한 삼년정도 되서 재취업시즌 놓치기도하고 스펙은 있지만 거진 만료된 아이들때문에 다시 취준하자니 그것도 무시못하겠고요
뜻은 공직에있어 계속 공부해보고 싶은데 이게 정말 합격가능한 시험인지도 의문이고.. 합격수기 보면 다들 금방 해내시는거같은데 왜 나는 해도 점수는 더떨러졌을까 생각도 들고 이번시험엔 처음으로 시험치는 도중에 뛰쳐나가고 싶더라고요ㅠㅠㅠ진짜.. 숨막혀서
ㅜㅜ어떻게 해야할지 참 모르겠어요
다시 공부는 하고싶은데 제돈으로 공부한다해도 부모님은 마지막이고 내년부턴 지원안하겠다하네요 ㅋㅋㅋㅋ ㅠㅠ더 부담되고 주변에선 전화오고 어제까진 괜찮았는데 우울해요ㅠ 군무원까지 접수해놨는데 군무원엔 뜻이 없어서 공부할 맘이 안생기고 ㅠ ㅠ 당장 학원가서 공부해야하는데 일주일만 푹쉬고싶네요ㅜㅜ
교행 접으시고 군단위 응시하실 땐 본가 주소가 해당지역이라 응시가능하셨던건가요? 아니면 주소를 옮기신건가요? 고민중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