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 생활의 양면성(兩面性)
최 순 태
매년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 중 21일은 둘이서 하나가 된다는 의미가 있는 부부(夫婦)의 날이다. 난생 처음 남․여가 부부라는 인연으로 서로 만난다. 이 때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둘 사이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공직에 입문하다 보니 비교적 늦은 나이인 33살에 지금의 아내와 중매를 통하여 만나 맞선부터 결혼까지 초스피드로 6개월 만에 결혼하게 되었으나 결혼에 대한 설렘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고종사촌 형님의 추천으로 고향 사람들의 왕래가 가능한 북부정류장 인근 금성예식장을 예식장으로 정하였고 차근차근 준비를 서둘러 유달리 더웠던 한여름인 7월2일에 드디어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남산4동 사무소에서 비교적 편하고 여유를 즐기는 근무를 하다 1년이 조금 지날 즈음 대구광역시 중구 건설과로 전보되었고 때마침 지금 가동 중인 신천대로와 남문로 확장공사, 소방도로 건설공사가 한꺼번에 실시되어 보상업무를 처리하는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고, 거의 매일 야근을 하여 첫아이를 가진 집사람에 대하여 많이 소홀하여 지금까지도 원망을 듣고 있다.
그러던 중 임신 3개월이던 아내가 은행일로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전세로 살고 있던 집에 도둑이 들어 현관문 자물쇠를 부수고 집안 곳곳을 뒤져서 비디오 겸용 TV와 애장하던 카메라를 훔친 사건이 발생하였다. 카메라 그 동안 월부로 구입하여 마지막 대금 납부를 마감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소유로 되어 버렸다.
아내는 은행에서 용무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서 방바닥의 무수한 발자국, 서랍 등이 열려 있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말문이 막히었다고 한다. 내가 집에서 연락을 받고 어지럽혀진 방과 거실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망연자실하여 정신없이 앉아 있는 아내를 우선 진정 시켰다.
설상가상 그 시간에 인근에 살던 아내의 대학교 친구가 어두컴컴한 계단을 걸어서 서서히 우리 집으로 오는 모습을 보고 도둑이 다시 왔다고 착각하여 또 한번 크게 놀랐다고 한다.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어 대구의 영남대학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당면한 농사일 때문에 어머니가 대구에 있는 우리에게 간호를 맡겨 만삭이 된 아내가 병원을 오가며 음식을 준비하면서 환자의 일상을 돌보게 되었다. 산모가 가서는 안 되는 지역인 방사선 촬영실에서 검사를 받는데 동행하기도 하였다.
그 때의 일을 두고 아내는 부부간에 의견충돌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를 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로 산모를 보살피지 못한 미안함이 있어서 지금부터라도 가정생활을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둘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 한번도 사무실 일 때문에 같이 있어주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듣고 있다.
흔히 남자는 결혼을 하면 총각시절 보다 잘 보살펴 주는 아내 때문에 가정생활이 포근해지고 건강상태도 좋아져서 삶의 질이 향상된다.
반면 여자는 각종 집안일과 육아, 생소한 시댁의 부모님, 형제간의 갈등으로 시달리게 된다. 경상도 남자들은 상당히 무뚝뚝하여 자기 마누라에 대하여 다정하게 말하고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서서히 바꾸어 나가려고 하나 타고난 천성으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남성우월주의와 남자가 많은 집의 막내로 태어나 여자 형제가 많은 집에서 태어나 지내오던 집사람과 융화가 잘 되지 않았다. 장인의 기제사에서 사위들이 절을 하는 문제로 실랑이가 있었다. 고향에 살던 큰 고모부님은 할아버지 제사에 참례만 할 뿐 절은 하지 않는 것을 어린시절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이었다. 상당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느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하면 서로의 가정환경 때문에 서로 맞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때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본인 주장만 계속하다가는 반드시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남․여가 결혼하면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자연적으로 역할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 우선 누구의 고모부, 이모, 사위, 숙모가 된다. 만일 이것을 망각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된다.
시댁과 처가와의 사이에서 서로의 역할을 잘못하면 부부간의 다툼도 잦아지고, 결국은 파국에 이르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마누라와 친가의 부모 사이에서 때로는 친정 부모와 남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현대의 부부상을 보면 애처로워 진다.
부부간에 결코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상대방 집안에 대한 험담, 남과 남편, 아내를 비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이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가정이 불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 10년 만에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고 아파트를 마련하였다. 비록 작은 평수지만 아담한 집이었다. 그런데 나와 아내의 친구들은 한결같이 모두 부자만 있는 모양이다. 각종 모임에 갔다 오면 한바탕 설전이 벌어진다.
누구는 부동산에 투자를 하여 상당히 돈을 벌고, 큰 땅을 사서 매각하여 많은 시세 차익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은 왜 그렇게 못하느냐고 책망을 들으면 상당히 마음이 아파 괴로운 적도 있었다. 모두가 다 부자가 될 수는 없지 않는가?
예전의 부부처럼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은 지금은 무의미하며 서로 가정 일을 서로 분담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아들만 둘인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이제는 남자도 여자들의 일을 함께 한다고 주지시키고 실제로 그렇게 시키고 있다.
복잡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며, 남․여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옛날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봉건적인 생활태도는 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남자는 결코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어른들이 어릴 때 가르치던 교육방식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 꿈같은 신혼생활을 거치고 난 뒤 자식을 낳아 기르는 기쁨과 괴로움, 그리고 아들, 딸의 결혼을 시키고 나면 집에는 노부부만 남게 되어 있다. 부부간은 무촌(無寸)이므로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결혼 후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인륜지 대사란 결혼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부부간의 결정적인 잘못이 있는 경우는 모르겠으나 성격 등의 이유로 함부로 인연을 끊을 일은 아니다.
원만한 부부생활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성격은 맞추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서로를 속이는 일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며칠 전 방송에서 유명한 개그맨이 후배 개그맨이자 방송인의 결혼식장에서 주례를 하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부부간에 서로 속이지 말자” 만일 속이려면 발각이 되지 않도록 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가정생활을 잘 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로를 배려해 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할 때 가정의 평화는 유지될 것이다.
첫댓글 우리 모두들 그렇게 살아왔지요. 지금의 젊은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남자라는 이유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어렵게 참으며 살아왔지요.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더 보람있고 자랑스러운 삶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신혼 때 도선생이 들어 중요물품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황당하고 놀라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부부는 모름지기 잘나고 뛰어나지 않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서로가 기를 살려 주려고 애쓰며 살아가야 할 존재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결혼을 문화전쟁이라 하는 이유가 자라온 환경이 다른 사람끼리 만나서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 충돌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서로 다투는 과정 중에 새로운 질서를 찾게 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것을 감당해 내지 못하는가 봅니다. 죻운 굴 잘 일었습니다.
부부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평생을 함께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로 어려움을 격을때도 있지요.이를 극복할수 있는것은 거짓으로 모면보다. 솔직한 한마디의 믿음이 해결의 열쇠가 아닐까 합니다.
부부 관계란 가깝고도 멀 뿐만아니라 가장 어려운 관계가 아닐까 싶네요. 좋을 때나 미울 때나 항상 함께 해야할 사람이니 신뢰(믿음)가 중요하겠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결혼은 줄고 이혼은 는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결혼을 해도 소중한 가정을 꾸리고 잘 만 살아온 윗대 어르신들의 인내심에 새삼 존경심이 우려납니다. 부부의 두 얼굴을 글로 통해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각박한 세상에 가장 믿음이 가는 가족중에서도 아내가 최고입니다. 그동안 많이 다투기도 했었는데 선배님의 글을 읽어며 아내에게 미안함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결혼생활이란 서로의 모난 부분들이 부딪히고 닳기까지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도 슬기롭게 헤쳐오신 것 같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믿음으로 대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옛날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공무원의 삶은 명예를 중시하고 사명감으로 일하였으나 경제적 형편은 어려움의 연속이지요 , 신례와 정직은 공직자의 본분이라 다른 직업인들 보다.높다고 믿습니다. 잔잔한 가족사 잘 읽었습니다.
부부는 전생의 웬수끼리 만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투닥거리면서 사나봅니다. 오랜세월 투닥거리다보니 모난 부분이 둥그러져 50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노후에는 서로 기대는 비빌언덕입니다. 서로가 힘들었음을 알고 처음 만날때 처럼 다시 둘이 되어 모나지 않는 노후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