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연중 제25주일)
왜요?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언젠가 “하루살이 인부들의 인력시장”이라는 주제로 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인력시장은 말 그대로 하루 일감을 구하러 나온 날품팔이 사람들로 새벽부터 번잡했습니다.
그들은 연장을 어깨에 둘러메고 자신을 데리고 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봉고차가 하나 들어오면 우르르 몰려갑니다.
현장 감독처럼 보이는 사람은 일꾼들을 쭉 둘러보자마자 사람들을 골라 차에 싣습니다.
한 차가 떠나고 다음 차가 들어오면 또 같은 광경이 벌어집니다.
새벽이 지나고 한낮이 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며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젠 더 차도 오지 않고, 며칠째 공친 사람들은 근처에서 국밥 한 그릇도 사 먹지 못하고 꽁초만 주어서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말하나 마나 별다른 재주도 없고, 힘도 없어 보이고, 병색이 돌거나 늙어서, 일을 시키기엔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카메라는 날이 저물어 힘없이 돌아가는 한 사람을 따라갔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는 아이들과 노부모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그를 맞고 있었습니다. 며칠째 빈손으로 들어오는 아들을 말없이 맞는 꼬부라진 노모의 어깨, 그리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철든 어린 자녀들이었습니다.
아, 저는 그제야 포도원 주인이 어떤 분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왜, 하루 다섯 번 그것도 해 질 녘 오후 5시까지 인력시장에서 일꾼을 데리고 왔어야 했는지를 말입니다.
왜,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일꾼들에게 그날의 품삯을 똑같이 주셔야 했는지를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포도원 주인이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포도원 주인에 대한 비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그런데 항상 오늘 말씀을 묵상해보면서 늘 불만스러웠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물론 하느님이고, 일꾼들은 우리 인간입니다.
그런데 만일 내가 첫 번째로 온 일꾼의 입장이라면, 주인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항상 불만의 앙금이 조금은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망하기도 합니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그러자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들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단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이 비유 말씀을 하신 이유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보여주시면서 당신의 뜻대로 약속하신 것을 베풀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가끔 피정 중에 면담하면서 질문을 받습니다.
“하느님은 수많은 사람을 놔두고 하필이면 왜, 나를 쓰시는 것입니까?”
그리고 “왜, 하느님은 하기 싫어하는 일만 시키는 것입니까?”
면담하는 자매님이 왜? 왜?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이런 답을 해 드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저희는 첫 번째로 선택된 이들이 아니라, 난 맨 나중에 포도밭으로 가게 된 이들인 걸 깨닫게 되면서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한 데나리온을 약속한 주인을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고운님들보다 더 ‘고운님들의 삶’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고운님들이 청하기 전에 고운님들 자신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시는 주님께서는 데나리온이라는 은총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래서 고운님들은 삶의 그 자리에서 겸손하게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불평”이 아니라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매 순간 주님 앞에서 나아가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 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주님께서는 늦게까지 일을 얻지 못해 시름에 빠졌을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셨고, 또한 먼저 온 일꾼에게는 합당한 은총을 주셨음을 기억하면서, 고운님들도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주시겠다는 약속으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동영상은 아래를 길게 누르세요)
https://youtu.be/xtvkln4dAK4?si=TWrQp6E-tbuAjbKS
첫댓글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