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난 Mage라는 게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어이, 잠깐만 이 자식아! 말 다 끝난 다음에나 그 산탄총으로 날 쏘든지 어디 쑤시던지 해봐! (헉헉...damn it, I'm a diabetic. It's illegal to shoot a diabetic...I think.) 일단은, 왜 내가 이놈의 게임을 안 좋아하는지를 떠나서, Mage에 대해 알아나 보자.
자, 당신은 Mage가 무엇이라 생각하지? 마법사?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그 산탄총의 다른 용도를 알려줄 수도 있다(으흐흐). 글쎄. 마법사라...Mage는 그렇게 단순유치 놀이가 아니다. 마법사...이 단어를 정말 무심결에 '마법을 쓰는 놈'이라고 생각했다면, 네놈은 Mage의 5%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 마법을 쓰는 놈들도 있긴 하다, Mage에서는. 무슨 말이냐고? 마법을 안 쓰는 Mage가 많다는 거다. 자아...네 머리 속의 작은 호두알이 타버리기 전에, 설명을 해주긴 해줄 터이니, 너무 걱정하진 말아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다. 대체 Mage 중에, 자신을 magician, warlock, wizard, oh-my-lord-is-that-chicken-blood-voodoo-mojo-whatever 등으로 '인식'하는 자들이 몇이나 될까? 가장 대표적인 예로, 우리의 즐거운 Technocracy를 들 수 있다. 이놈들이, 자신들이 '마법'을 쓴다고 생각하는가? 아뇨아뇨. 그냥 최첨단초전문극비특수 과학 장비와 이론을 사용하는 것이다.
"네, 네...그래요.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믿고 있겠죠 하지만-"
아니.
'하지만' 뭐가 어쨌다는거냐. 과학이라니까. 이해가 안 가는가? 음...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대체, Tradition이 뭐길래, 과학, 신앙, 철학, 똥배짱 등으로 실행되는 개개인들의 의지표출을, '마법'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왕창 묶어버릴 수 있다는 거지?
마법이라고 하건, 과학이라고 하건, 쎄뻑이라고 하건, 울라까따삐따끼야우꿰뇽뇽뇽 이라고 하건(나한테 물어보지 마. 나도 저 말이 뭔지 모르거든), 아무 상관이 없다. 혹은, 그런 하위개념으로 총칭할 수 있는 성질은 분명히 아니다. 왜? 마법이라는 개념도, 결국 '우리가 어떻게 현실을 엿장수처럼 맘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하나의 '의견'일 뿐이니까. 실제로, 솔직히 VA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법'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기껏해야 '저놈들이 쓰는 건 마법인가보다'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동시에 한 가지 상반되는 문제점이 생겨난다. Mage가 '마법'을 사용해서 현실을 조작, 조절, 변경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그럼 대체 그놈들이 하는 그 짓거리는 무엇 때문인가? 이거 되게 중요하다. Mage는 마법이라는 힘, 혹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다만 그 매우 포괄적인 '현실 맘대로 해먹기'의 짓거리 중의 일부분을, Tradition 쪽의 녀석들이 '마법'이라 부르고, Technocracy 놈들이 '초과학'이라 부를 뿐이다. 그럼 대체 Mage의 그 능력의 원동력, 혹은 근원이 무엇일까?
떼 쓰기다.
그렇다. Mage는, '죽음의 궁극지랄 떼 쓰고 우기기'를 할 수 있는 놈들이라는 이야기다. 음...무슨 말이나면...
실제로도 우리 주변에서(혹은 정 없으면 책에서라도)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하게 만들어 낸 이 시대의 위대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우리가 봐도, 정말 그 사람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을 해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 중에 나약하고 쉽게 흔들리며, 목적성이 거의 결여되어 있는 의지박약의 인간이 있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하나같이 정말 억척스러울 정도의 의지, 신념, 목표, 근성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거의 불가능한 일마저 이루어낸 것이다.
Mage는 어떤가? 거의 불가능한 일 정도가 아니라, '당근짤탱 불가능'의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정말 독한 놈들이라는 이야기다. 얼마나 고집이, 떼 부리기가 지랄같이 강하던지, 현실이 정해놓은 법칙을 자신의 '우기기'로 넘어간다. 정말 무서운 놈들이다. 어떻게 보면 우악스러울 정도이다. 세상에서 가장 상종하기 힘든 인간 중에 하나가 바로 앞뒤상황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을 안굽히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우겨대는 작자들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독하지 못해서 그냥 조용히 지내는 어린애는, 밤 중에 배가 고파도 배를 부여잡고 그냥 잔다. '밤에는 식사 시간이 아니고 엄마도 자니까, 당연히 우유를 마실 수 없어. 이게 바로 [현실]이잖아.' 라고 자위하며 잔다. 그러나...그러나! 성깔 더럽고 욕심많고 기가 드세고 고집 센 녀석은, 밤이건 뭐건, 엄마가 지금 절벽에서 떨어져서 간신히 살아 돌아왔건 간에, 빽빽거리며 울어제낀다. 부모가 패도 소용없다. 장난감을 주어도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하지만 장난감을 받긴 하더군, 망할 놈의 악마들). 결국 엄마는 '내 자식이지만 정말 독하다'고 하면서 우유를 타서 입에 물려준다.
승리!
결국 Mage들이 일반인과 다른 점은 이것이다. 이들이 현실을 의지대로 굽힐 수 있는 이유도 이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기를 쓰고 덤빈다. 현실의 구조 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이들은 그 사실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도 되야 해! 이건 될거야! 우워어어어어!!! 되라! 되라니까아아아아!!!!' 하고 죽어라고 덤빈다. 현실의 법칙으로 볼 때, 인간은 날아다닐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은 다 그것을 안다.
왜 Mage는, 인간이면서도, Willpower를 5점으로 시작하는가? 참고로 WoD에서 일반 인간들의 평균 Willpower는 2-3점이다. 3점이면 정말 독하고 고집스런 불굴의 의지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시작하는 기본 점수가 5점이다. 단지 많으니까 좋았냐? 적어도 '왜' 그런 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보통 인간의 2, 3배 되는 정도의 의지가 없으면, 자신의 요구를 현실에게 우겨댈 수 없지 않은가.
Willpower 5점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아는가? 이들 말고 시작할 때 5점인 놈들은, 둘이 더 있다. 하나는 Wraith. 하나는 Kuei-jin, 즉 동양의 흡혈귀 비스무리한 놈들이다. 이 두 괴물들의 공통점은,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존재해야 한다는 의지 때문에 99%의 인간들처럼 안식을 취하는(혹은 지옥에 떨어지는) 녀석들이 아니라, 죽음과 지옥의 경계를 찢고 소리 버럭버럭 지르면서 아직도 존재하는 놈들이다. 세상이 그들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해도, 멀쩡하게 두 눈 부릅뜨고 존재한다. 왜? '난 존재해야 해!'라고 우기거든.
세상 전체의 의견을, 자신만의, 개인적인 의지로 맞서 무시할 정도가 Willpower 5점으로 시작하는 놈들이다.
자, 따라서 Mage를 플레이한다면,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캐릭터의 '아집'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격 나쁘고 비사교적이고 자폐적인 고집쟁이만 Mage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Mage라면,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 목표가 있고, 믿음이 있고, 그것을 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실천한다. 그 신념은 남들에게 결코 굽혀지지 않는 것이고, 굽혀서도 안되는 것이다. 따스하고 착한, 아픈 이들을 돌봐주는 조용한 성격의 CC인가? 좋다. 하지만 왜 자신이 남들을 돌보는지, 왜 이것이 다른 Mage들의 업적보다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거대한 요새와도 같이 꿈쩍이지 않는 신념/고집/똥배짱이 있어야 한다.
아이러닉하게도, 일반인들은 '믿지' 않는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인간은 날지 못한다고 '아는' 것이다. Mage는 이 반대이다. 이들은, '믿는다'. 인간은 날지 못한다고 '믿거나', 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가장 보기 싫은 플레이 장면은, Mage들이 '오오 당신의 방식도 내 것만큼이나 옳군요 맞아요 우리 모두 서로의 패러다임을 존중하고 믿으며 손 잡고 살아요'이다. 말이 되는가? 그렇게 자신의 신념을 나머지 놈들에게 '타협'할 수 있는 놈이, 어떻게 현실의 거대한 설득마저 씹어버리고 지 멋대로 현실을 재구성할 수 있는가? OoH는 당연히 VA들의 공간이동 장치보다, 자신의 마법 포탈이 우수하다고 믿는다. Verbena는 Akashic들의 치유의 만트라가 자신들의 witchcraft로 만든 물약에 비해 본질적인 길에서 '벗어난' 것이라 본다. 아아, 효과야 있겠지. 하지만 그건 '진짜배기' 정도가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택한 길, 신념, 믿음, 패러다임만이, 최고이며 진리이다!
...고집쟁이가 되어 달라는 거다.
이를테면, CC와 DS 친구들이 있다고 하자. 둘 다 자신들의 장소를, 악한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의식을 행하려 한다.
1. CC가 야훼의 이름을 부르면서 시편의 구절을 노래한다. 그러면서 성수를 뿌리고, 무릎을 꿇고 주의 권능이 자신들과 이 장소를 보호해 줄 것에 대해 요청한다.
CC : 오오, The One의 자비로, 천사가 강림한다. 그는 화염검을 들고 맑고 높은 찬송을 부르면서, 정의로 타오르는 두 눈으로 사방을 주시한다. 그의 날개 아래에 자신과 땅이 가려지게 되고, 따라서 성공이다. Sanctus sanctus. Dominus Deus sabaoth. Plenisunt coeli, coeli et terra!
DS : 맙소사. 저놈 때문에, 주변의 수많은 정령들이 도망갔다. 여러 종류의 악한 기운에 대해 보호를 받으려면, 당연히 여러 정령들의 가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제사도, 헌물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령들이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저놈이 천사, 즉 어떤 위대한 정령의 수하를 이곳으로 불러내었다. 물론, 그 위대한 정령이 매우 강하다는 것은, 샤먼인 자신도 매우 잘 알고 있다. 확실히, Great Spirit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속성의 정령의 수하가, 과연 여러 속성의 악을 제대로 막아낼 것인가? 걱정된다...게다가, 그 위대한 정령의 수하가 다른 정령들을 후려패면서 쫓아내고 있다! 이런...냇물과 나무, 풀과 바위의 정령들이 떠난다! 이곳의 영들이 떠나면, 황폐한 껍데기들만 남을텐데...오오 선조들이여, 위대한 잿빛늑대들의 혼이여, 어찌하면 좋습니까?
2. DS가 떡갈나무를 베어온다. 그것을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조각칼로 다듬어서, 이곳을 지켜줄 정령들을 흡족케 할 토템 폴을 세운다. 그리고 5년 간 성스러운 강에서 달빛을 받은 자라의 등껍질과, 모닥불을 위한 말린 소똥과 지푸라기, 독수리의 깃털, 그리고 자신의 목에 맨 흑요석을 4방위로 조심스레 놓는다. 그리고 춤과 노래를 하며, teaching plant의 가루를 꺼내어 파이프에 넣고 빨아마신다. 정령들에게 보호의 댓가로 수많은 거래를 하기 위해 유체이탈을 한다.
DS : 오오, 드디어 단단한 껍질의 자라, 타오르는 불꽃, Thunderbird, 그리고 대지의 장로가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의 제사를 흡족해 하며, 약속대로 이곳에 자신들의 힘을 불어넣어주기로 한다. 선조들이여, 지켜봐주소서!
CC : 맙소사. 저놈이 미쳤다. 어차피 The One에 비해 티끌같이 작은 영들을, 그것도 정말 선한 지도 확실치 않은 것들을 제멋대로 불러내었다. 조각나고 분산된 미약한 영들이 과연 거대한 해일과도 같을 악의 기운에 대해 하나되어 협심하여 막아줄 것인가? 그리고 그들을 불러내기 위해 저놈이 약속한 댓가는 무엇일까? 개미를 수만 마리 불러내어 봐야, 밀려오는 불길을 막을 순 없다! 오직 굳센 성벽이자 하늘을 뒤덮는 비와도 같은, The One의 권능이 아니라면, 어찌 모든 위협에 대해 하나되어 맞설 수 있겠는가? 아니 이런...마약까지 하고 있다! 대체 어떤 선한 영이, 인간이 댓가를 치루고 마약을 한 환각상태가 되기를 요구하는 건가? 오오 주여, 힘을 주소서! 어찌하면 좋나이까?
...이런데 네놈 입에서 '앗 저녀석의 의식을 저도 거들어 줄게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냐?
...이해되는가? Paradigm. Belief. 단지 당신 캐릭터의 '종족'을 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관점. 그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정의. 그가 '선/악하다'고 믿는 기준. 모든 것을 다 포함하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Tradition의 캐릭터들을 할 것을 권장한다. 왜? 싸워보라. 밤새고 논쟁을 벌여라!
하지만 상대에게 나의 신념이 굴복당하는 것은 반칙이다.
그래서 마지막 : 내가 Mage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정말 멋지다.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모르고 즐길 줄 모르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오우 쿨! 파이어볼!' 따위로 전락한다는 거다. 나중에는 뭐든지 마법으로 하려 하고(멋지니까), Paradox를 그냥 먹고 뭐든지 vulgar로 처리하고(쉽고 강하니까), 패러다임에 대한 인식, 고집, 자부심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넌 Spirit이 높으니까 Umbra 여행 가이드하고, 넌 Matter가 높으니까 문 열어주고, 넌 Life 높으니까 치료하고...난 Forces가 높으니 아이스스톰!!!!!" 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거다. 즉, 너무나도 많은 팀들이, 처음에는 Mage의 매력을 즐기며 시작하다가, 결국 패러다임도 뭐도 상관없는(아니, 아예 생각조차 안하는) 어정쩡비스무리식의 단순 '마법 쏘아대기' 캐릭터들로 사이보그나 까는 플레이를 즐기게 된다.
왜 내가 Mage 플레이를 꺼리냐고? 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투덜거리냐고?
그만큼 어려운 게임이다. 감당하기 힘든 게임이다. 다른 건 몰라도, Mage라면 나도 잘할 자신이 없다. 인정.
당신은, 잘해보길.
끝으로 정리를 하자. Mage는, 'I can do anything'의 테마가 아니다.
I can do anything that I believe. Oh, and by the way, your paradigm SUCKS, idiot.
첫댓글 음.... 이게임 멋진 게임이구만....
흠.. 메이지라.. 해보고 싶은데..
재....재밌겟따~!!!!!!!!!!!!!!!!!!!!!!!!!!!!!!!!!!!!!!!!!!!!!!!!!!!!!!
컥.. 나는 당신이 이 기나긴 글을 쓴 줄 알앗소..ㅡㅡ;순간 당황..
제목을 좀 잘 읽어보란 말이얏. 그리고 난 길고 긴 글도 가아끔 쓴다네. 여기서는... 쓴 적이 없는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