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가 되면 / 김홍희
66세가 되면, 63세 아내가 여전히 곁에서 잔소리를 할 테고, 서른두 살 딸아이는 서울에서, 서른 살 아들은 지금처럼 내 집에서 직장을 오가고 있을 것입니다.
내 나이 서른셋까지는 한 가정을 건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준비했습니다. 이후 33년 동안 가족을 위해 돈벌이하는 가장으로, 또 한편으로는 자기 이념을 추구하는 작가로,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고 하는 요즘 인생의 반의반은 가족을 맞을 준비로, 그리고 그 반의반은 가족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독립했고 아내는 여전히 내 지갑의 두께를 염려하며 살지만 ‘나로도’의 아이들은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그저 로켓을 쏘아 올리면 가까운 달로는 그냥 가고 더 먼 우주로도 아무 일 없이 날아서 안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아이들보다 한 갑자를 더 살아왔지만 나에게도 여전히 이들과 같은 한 갑자 이전의 꿈이 살아 있습니다. 여전히 우주의 끝까지 날아가서 그 끝을 본 무용담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나의 우주의 끝은 젊은 날 떠돌던 수많은 대륙과 섬, 그리고 강과 바다를 건너 걸음을 뗀 추억입니다. 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나는 여전히 그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꿈이 우주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태국 남쪽 히피들의 천국이던 작은 섬 ‘꼬사무이’로 달려갑니다. 머리에는 꽃을 꽂고 사이키델릭과 매직머슈름에 취해 육십 평생이 바람에 날리는 겨자씨처럼 가벼웠노라고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지금을 즐기라고.
66세가 되면, 63세 아내가 여전히 곁에서 잔소리를 할 테고, 서른두 살 딸아이는 서울에서, 서른 살 아들은 지금처럼 내 집에서 직장을 오가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아이들과 저기 나로도 아이들의 겨자씨처럼 가벼운 인생이 태산보다 무겁게 짓누를 때 그 근원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나갈 것이라고. 다 지나가고 아무런 무게도 질량도 없는, 한 줌도 안 되는 기억조차도 사라질 것이라고.
그 모든 것이 사라져도 추구했던 꿈은 여전했노라고. 그 꿈이 바로 겨자씨 같은 너였고 태산 같은 무게를 견디게 해주었노라고.
그리고 다시 바람이 일기를 기다리고 있노라고.
--- 시집 『부산』
* 김홍희 사진 작가(시인) 1959년 부산 출생, 일본 도쿄 비주얼아트에서 사진 공부 저서 『나는 사진이다』, 『방랑』,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My Photography, My Voice』 등 한국의 예술선 2000 선정, 니콘 선정 '세계의 사진가 20인' 현재 동주대학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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