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혼자만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사회적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도 많습니다. 그 최근 전장연 문제로 좀 불편한 일도 생겼지만 바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보니 공감이 가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들도 있겠지만 거기서 말한 편견 3 가지를 말해봅니다. 첫째가 장애인은 배려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돌봐주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때문에 자칫 불편한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 장애인들끼리는 서로 잘 이해하려니 생각한답니다. 전혀 다릅니다. 더구나 장애 종류도 다양하기에 그에 따라 그들도 서로를 모릅니다.
셋째, 장애인들은 대부분 주눅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인하여 삶에 대한 의욕 자체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갑자기 장애를 입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기도 하고 자신을 인정하며 나름 자신의 삶에 대하여 새롭게 꿈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재기한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럴림픽을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오랜 훈련을 해서 운동경기에 출전합니다. 이기고 지고보다는 일단 자신을 이겨낸 그 일 자체가 밫나는 일입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며 자신만의 행복과 보람을 만들어갑니다. 옆에 돕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자신의 의지가 필수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합니다. 일반사람들도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에 아마도 말이 나오지 않은 듯합니다. 바로 ‘성’(性)에 대한 편견입니다. 장애인도 섹스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교육도 행해지고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서 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단 성 담론 자체가 불편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우리 성인들도 이야기는 피하더라도 각자의 마음속에 관심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내숭떤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가 서로 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몸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성욕도 생겨나게 됩니다. 사춘기를 성인으로 자라며 몸 안에서 호르몬도 생성되고 그에 따라 성욕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비록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어나는 욕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욕망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장애인의 욕구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기야 그 몸 가누도록 돕기도 쉽지 않은데 거기까지 신경 쓸 만한 여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욕망 자체는 살아있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보통사람들처럼 해소시켜주기를 기다립니다.
남자 ‘홍종두’는 악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보통사람보다는 약간 모자란 듯 어수룩합니다. 여자 ‘한공주’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몸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종두는 뺑소니 운전으로 감옥생활을 하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아는 사람 하나 출소한 그를 맞아준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족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게 관심을 끊은 것입니다. 나오고 찾아간 옛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거리로 버려진 셈입니다. 아마도 평생 옥살이나 하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편하였을지도 모릅니다. 한 겨울임에도 입소할 때 입었던 여름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가족의 냉소가 사회의 냉소로 이어집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피해자의 집을 찾아갑니다. 찾아간 집에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여자만 홀로 있습니다. 들어가 소개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종두는 내친 김에 여자를 안아보려 합니다. 마침 가족이 찾아옵니다. 알아보지만 반겨줄 리가 없습니다. 종두 때문에 어르신을 잃었으니 말입니다. 당장 쫓겨나지요. 장애를 가진 동생의 오빠 부부가 가끔 안부 확인하려 들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안 살림은 바로 옆집에 종종 살펴달라고 부탁해놓은 상태입니다. 한공주도 가족의 보살핌을 완전하게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하기는 불편한 일입니다. 가족의 일상을 누리기 쉽지 않겠지요. 그렇게 한공주는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종두가 자주 들러 공주와 지냅니다. 데리고 나가기도 합니다. 남들처럼 데이트도 하는 거지요.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둘 사이에 연애감정이 들어갑니다. 공주도 그런 생활을 처음 경험하고 이성의 감정과 욕망도 비로소 느낍니다. 소위 살맛이 나는 거지요. 어느 날 집안에서 둘은 깊은 정을 나눕니다. 불행히도 바로 그 때 공주의 오빠 부부가 방문하여 산통 다 깨집니다. 종두는 변태자가 되어 다시 감옥으로 갑니다. 공주는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공주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납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 사람은 그리움을 달래며 시간을 기다립니다. 영화 ‘오아시스’(Oasis)를 보았습니다. 2002년 작품입니다. 한공주 역을 맡은 배우 문소리의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