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펠라는 아카펠라
서 우
자정의 몸은 악기입니까
내가 다루는 대로 뒤척이는 밤입니다
현악기 울림통처럼 음을 다 받아낼 수 있을까요
후끈 달아올라 가만히 튕겨봅니다
옆으로 늘어질 대로 늘어진 그림자 팔다리가 불빛에 휘어지다
정원 탁자 와인잔 속에서 턴을 합니다
그를 앞에 두고 지르박과 탱고 사이를
드레스 자락이 오르락내리락
음계가 끌어당겨도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 안경테 너머의 표정
고개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베란다 밖,
달빛이 조였다 풀리면 여름은 정밀하게 조율될까요
원칙 없는 불안은 일종의 우스꽝스러운 기분입니다
아카펠라는 아카펠라,
저 높은 음계는 때로 수묵의 구강으로 흘러갑니다
이탈한 음을 혀로 건져 올립니다
자정의 취기는 음탕한 바람도 맑은 공기보다 가볍게 목울대를 더듬습니다
예정된 이별을 다정하게 들어봅니다
아카펠라는 아카펠라,
내 몸은 도대체 어떤 악보를 연주하고 싶은 악기입니까
오선지를 다 써버린 새벽
노래하는 몸이 악보입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보면대가 아까부터 저기에,
—계간 《詩로여는 세상》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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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 / 202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브런치북 『예감, 계절, 그리고 소리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