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 초하루, 섣달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덕담을 주고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입도 벙긋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왔으니, 가악 중에 올해의 마지막 열차 칸,
섣달에 올라탄 셈이다. 세월은 쏜살같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섣달이란 설이 드는 달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은 설이 음력 1월에 해당하지만 수천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는 동안, 한해의 출발을 어떤 달로 삼았는가 하는 것은 여러 번 바뀌었다.
그 중에는 음력 동짓달 즉 11월을 첫 달로 잡은 적도 있었다. 동지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
다고 하는 말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도 그런 생활의 흔적을 보여 주는 것이다.
12월 1일을 설로 쇤 적도 있는데 사람들은 이 달을 설이 드는 달이라고 하여 '섣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설이 있는 달인 '설달'이 '섣달'로 된 것은 술가락이 숟가락으로 된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은 1월1일로 설이 바뀌었지만, 섣달이라는 말은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납월(臘月)이란 말도 '섣달'을 뜻한다. 납(臘)은 '섣달 랍'이라는 한자로, 사냥한다는 의미의 렵(獵)과
통하는 말로 음력 12월을 달리 부르는 말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고대 중국에서 조상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두루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에는 한 해가 끝날 때에 조상신에게 제사지냈으며,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들을 사냥하여 제물로 사용하는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조상신에게 한 해를 보내면서
제물로 진설하고 설을 쇠었겠지 싶다.
이제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니 갑자기 서글퍼진다. 게다가 영하 10도의 날씨. 첫날부터
그동안 봐준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는 듯 매서운 한파가 겁을 준다. 확실한 겨울 날씨다. 어영부영
하다가 다가오는 새해를 맞을 것이 뻔한데,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양력 12월은 섣달이 아니라고 한다.
음력 12월이 제대로 된 섣달이라는 것. 속절없는 세월 앞에 단 하루라도 붙잡아보고 싶은 노욕이 발동했다.
하여 앞으로 한 달은 더 있어야 섣달이 되는 것으로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니 지금은 당연히 동짓달인
셈이다. 물론 동지 팥죽도 한 살 더 먹을 우려 소지가 있어 안 먹기로 하고….
망팔의 친구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은 아직은 한참 멀었다. 열심히 숨 쉬며 살자꾸나.
첫댓글 친구덕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에나 나이 묵기 실은가베.노욕으로 무차 넘갈라 쿠네.
눈치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