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을 비롯한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 A)을 규제하는 법 제정이 추진된다. 국회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포항 북)은 15일 여·야 국회의원 14명의 공동발의로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등의 규제에 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의 주요내용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자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등의 투자가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외국인 투자 등에 관한 일체의 행위를 중지 또는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 등이 법안을 제출한 것은 철강·전자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 A의 위협이 크게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들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세계 주요국가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세계 1위 미탈스틸이 2위 아르셀로를 합병하면서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국내 철강산업계는 적대적 M A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이같은 철강업계의 적대적 M A 광풍 속에서 우리나라는 이를 방어할 제도적 수단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자본자유화 정책을 펴면서 관련 규정을 단계적으로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전 등 증권거래법의 공공적 법인, 외국인 투자촉진법상 투자제한업종, 개별산업법에 규제가 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소유제한이전혀 없다.
이에 비해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방위 및 전략산업 등에 대해 특별한 예외규정으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등 국가 기간산업을 법적·제도적 장치로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외국인투자를 규제하는 엑슨폴리오법(Exon-Florio Amendment)은 국가안보 등에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업종이나 산업을 구분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외국인의 M A 규제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미국은 통신법 등 개별산업법에 의해서도 외국인 M A를 규제하고 있다.
중국은 내국민 우대 원칙으로 외국인 M A를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은 최근 '철강산업 정책'을 통해 외국사의 최대주주를 불허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안보, 공공질서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사안별로 사전 심사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국민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직접투자'라는 포괄적인 규정을 두어 외국인 투자에 대해 사전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외국인투자의 자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내 산업에 대한 국제투기자본 등의 적대적 M A의 위협이 증대되고 있으며, 이는 철강·전자 등 국가기간산업도 예외가 아니다"며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의된 법안은 4월 임시국회기간 중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자원위원회에서 공청회 등 심의절차를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