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5일,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집 앞에 도착한 지군이 경찰들과 함께 차에서 내리고 있다.(왼쪽) 현장검증이 끝난 뒤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지군의 방 입구에는 교육방송에서 들은 공부법을 정리한 종이가 붙어 있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토요판] ‘엄마 살해뒤 방치’ 지아무개군의 검찰기록
엄마 빈자리를 여자친구로… “행복 깨기 싫어 자수 안했다”
‘학대와 패륜.’ 존속살해를 바라보는 불편함은 이 두 단어에 갇혀 있습니다. 핏줄로 꽁꽁 묶인 관계는 의존적입니다. 동시에 사랑한 만큼 배신감도 클 수밖에 없는 적대적 관계가 사건에 녹아 있습니다. 존속살해의 시작과 끝에는 ‘엄마, 아빠’라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존재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엄마, 아빠입니까? 자녀에 의해 부모가 살해당하는 극단적 형태의 가정폭력, 결국 우리 가정과 사회의 숙제입니다.
주검 옆에서 삶을 놓아버렸다
술과 게임에 빠져들었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어머니와 찍은 사진들은
거실에서 치우지 않았다
첫댓글 표정애/201020441/
언제부턴가 존속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가 일반 사건소식을 접하듯 자주 전해지는 듯하다. 특히 자신의 유흥을 위해 가족을 살해하거나 가해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패륜아로서 기사조차 외면하고 싶은 어이없는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기사에 실린 일명 지군의 사건은 너무 끔직하기 이전에 너무 가슴아픈 사건이다. 살해한 어머니의 시신옆에서 생활했을 지군의 태도가 섬뜩하기도 했지만 조사중에 들어난 삶을 이미 포기했다는 가해자의 심경을 읽는 순간 부모의 입장에서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표정애/ 201020441/
사건당시 고등학교 2년생이었던 지군은 치료감호소에서 검사한 지능지수는 131로 '최우수'-수준(K-WAIS)이었다. 성적은 항상 상위권으로 영자신문을 발행할 정도로 뛰어난 영어실력과 리더십을 지닌 유능한 학생이다. 하지만 가해자의 어머니는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 놓고 지군을 통제하고 감시했다고 한다. 지군의 나이또래들이 즐기는 정서적 활동은 철저하게 차단되었고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의 조사 결과에선 실지로 지군의 매맞을때 입었던 바지 엉덩이부분에서는 가해자의 피가 검출되어 어머니의 폭력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살해동기는 성적표 조작을 숨긴것이 두려워서라고 했지만 자세한 수사결과로는
어머니에게 받은 통제와 처벌에 대한 분노라고 한다. 사건후 삶에대한 의지를 놓아버렸지만 지금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평생을 사람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하는 가해자가 진정 원했던 삶은 부모의 사랑과 친구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극히 평범한 삶이었던것 같다. 그를 살해범, 패륜아로 낙인 지어 생각하기 이전에 사랑하는 자식을 패륜아로 세상에 남게한 진정한 가해자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게하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