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인사
안녕하세요
제가 달맞이꽃이에요
아침 안개 속에 있다가 부지런한 시인에게 들켰어요
안개 속에서는 말소리를 죽여야 해요
소리가 멀리 가거든요
조심하세요
나는 곧 꽃잎을 닫을 시간입니다.
안녕!
근데,
내가 사랑한다고 지금 조금 크게 부르면 안 되나요?
-시/김용택-
내 집 돌담 아래에서도 달맞이꽃이 자란다. 꽃이 피기에는 아직 좀 이르지만 머잖아 필 것이다.
달맞이꽃은 해가 질 때 피고 아침이 되면 그 생기가 시든다. 달맞이꽃의 빛깔은 곱고 부드럽다.
마치 보름달의 월광(月光)을 동그스름하게 폭파인 유리그릇에 한가득 담아 놓은 것처럼.
시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 달맞이꽃 핀 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안개 속에서 함초롬하게 핀 달맞이꽃이 시인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서 안개가 부옇게 낀 날에는 말을 나지막하게 가만가만히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둘 사이의 속삭임도, 어떤 고백도 누군가 몰래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저만치 갈 수 있기에.
그런데 달맞이꽃은 이내 말을 바꿔 시인에게 말한다.
곧 해가 뜨면 꽃잎을 닫아 헤어져야 하니 자신에 대한 사랑의 고백을 미루지 말고,
말소리를 죽이지도 말고 이 자리에서 지금 하지 않겠느냐고.
꽃은 시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말았다.
꽃의 아침 인사와 꽃의 밀어(密語)를 들을 수 있는 이 예민한 시심(詩心)은
시인의 가슴에도 사랑의 빛이 만월(滿月)처럼 달맞이꽃처럼 꽉 차 있다는 뜻이겠다.
글/ 문태준 시인>
2023년 광주천 산책길에서 찍은 달맞이 꽃 사진에 글을 넣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