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인생의 무수한 사건들을 헤쳐나가면서, 때로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고,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여깁니다.
정말 그럴까요?
불교의 핵심은 연기와 무아라고 말합니다.
사실은 그런 인생을 주관하는 '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성패가 나에게 전적으로 달린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내가 노력을 해도, 주변의 분위기, 즉 연기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과를 맺지 못합니다.
사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 전체는 연기법으로써 저절로 돌아가고 있는 하나의 생명 그 자체입니다.
인연생이 될 만한 에너지가 뭉치면 저절로 존재는 생겨나고, 그로인해 다양한 연기적 사건은 일어납니다.
사건들은 충분히 일어났다가 이어지다가 에너지를 다 쓰고나면 저절로 그 사건은 사라집니다.
욕을 먹으면 화가 일어나고 흥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저 그럴 뿐입니다.
흥분하는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욕을 먹는다는 인연 따라 저절로 화는 일어납니다.
완전히 무아죠.
인연생 인연멸, 일어남과 사라짐의 끊임없는 연속일 뿐, 거기에 그것을 주관하는 나도 없고, 그 사건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자적인 힘도 없습니다.
전체작용, 연기작용, 나와 우주 전체를 돌리고 있는 이 하나의 배경의 에너지랄까, 이 하나 뿐이죠.
그러니 순순히 삶에 항복하고, 내 뜻대로 내 삶을 좌지우지하며,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는 그런 헛된 망상 따위는 진작에 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그 생각을 믿으면, 삶에 깊이 개입하게 되고, 내 뜻대로 안 될 때 화도 나고 자괴감도 들고 건강도 헤칩니다.
그 생각이 없다면 어떨까요?
삶은 있는 이대로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습니다.
인연생 인연멸로 오고 가는 삶 전체를 그저 구경꾼이 되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다고 노력도 하지 말고, 빈둥빈둥 게을러도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연기작용으로 사건이 오면 그 사건에 자연스럽게 대응하고 있는 자신을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최선을 다해 인연에 대응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놀 뿐입니다.
여기에는 전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없죠.
집착이 있으면서도 없습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죠.
다 좋습니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