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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거정(徐居正)
〇 국화불개 창연유작(菊花不開 悵然有作) - 徐居正
佳菊今年開較遲(가국금년개교지) 아름다운 국화가 금년에는 비교적 늦게 피어
一秋情興謾東籬(일추정흥만동리) 가을의 정과 흥이 동쪽 울타리에 게으르도다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 가을바람은 참으로 무정도 하지
不入黃花入鬢絲(불입황화입빈사) 국화에 들지 않고 귀밑머리에 들었구나
〇 독좌(獨坐) - 徐居正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홀로 앉아 찾아오는 손님 없이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빈 뜰엔 빗기만 어둑어둑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고기가 요동쳐 연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까치가 밟아 나무 끝이 출렁댄다
琴潤絃猶響(급윤현유향) 거문고 눅었어도 줄에 아직 소리 있고
爐寒火尙存(노한화상존) 화로는 차가워도 불은 여전히 남아 있네
泥途妨出入(이도방출입)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종일 문 닫아 두자
〇 사호도(四皓圖) - 서거정(徐居正)
於世於名兩已逃어세어명양이도 속세와 공명을 이미 벗어나
閑碁一局子頻敲한기일국자빈고 한가로운 장기판에서 장기 알 자주 두드린다
此中妙手無人會차중묘수무인회 이 바둑판 묘수를 아는 이 아무도 없었으니
最有安劉一着高최유안유일착고 마지막 둔 최고의 한 수는, 유방을 지킨 한 수였도다
◀ 사호도(四皓圖) : 진시왕 말기의 난세를 피하여 네 명의 은사(隱士) 즉 동원공(東園公), 염리선생(苒里先生),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이 은거하였는데 4명의 은사들은 머리도 눈썹도 하얗게 희었기에 '상산사호(商山四皓)’ 라 불리었는데 그들은 유가(儒家)의 인의(仁義)가 무너졌음을 한탄하며 상산의 자연에 묻혀서 숨어살며 속세를 초월한 선인(仙人)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〇 삼전도도중(三田渡道中) - 徐居正
羸馬三田渡(이마삼전도) 야윈 말 타고 삼전도를 건너는데
西風吹帽斜(서풍취모사) 서풍이 비스듬히 갓에 불어오네
澄江涵去鴈(징강함거안) 맑은 강물은 날아가는 기러기 머금고
落日送還鴉(낙일송환아) 지는 해는 돌아가는 까마귀 배웅하네
古樹明黃葉(고수명황엽) 고목에는 노랗게 물든 나무 밝고
孤村見白沙(고촌견백사) 외로운 마을은 흰 모래 위에 보이네
靑山將盡處(청산장진처) 푸른 산 장차 다할 곳에
遙認是吾家(요인시오가) 멀리 내 집이 있음을 알겠구나
◀ 이 시는 삼전도를 말을 타고 건너가는 도중에 지은 시이다.
〇 추풍(秋風) - 徐居正
茅齋連竹逕(모재련죽경) 띠풀 지붕의 서재는 대나무 길에 이어 있고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가을 날 곱고 맑은 햇살 비추네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열매는 익어 높은 가지에 무겁게 달려 있고
瓜寒著蔓稀(과한저만희) 오이는 차갑게 성근 덩굴에 매달려 있네
游蜂飛不定(유봉비부정) 노는 벌은 쉴 새 없이 날기만 하고
閑鴨睡相依(한압수상의) 한가한 오리는 서로 기대어 조네
頗識心身靜(파식심신정) 자못 몸과 마음이 고요한 줄 알았으면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한가히 지내는 것 어기지 않기를 바라노라
〇 춘일 (春日) - 徐居正
金入垂楊玉謝梅 (금입수양옥사매) 금빛은 실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小池新水碧於苔 (소지신수벽어태) 작은 못의 새로운 물은 이끼보다 푸르다
春愁春興誰深淺 (춘수춘흥수심천) 봄 시름과 봄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옅은가?
燕子不來花未開 (연자불래화미개) 제비가 오지 않아 꽃이 피지 않았네
◀ 이 시는 봄 경치를 읊은 시로, 중국의 『열조시집(列朝詩集)』에도 수록되어 서거정의 시명(詩名)이 해외에도 떨치게 한 작품이다.
〇 하일즉사(夏日卽事) - 徐居正
小晴簾幕日暉暉(소청렴막일휘휘) 잠시 갠 주렴과 휘장에 햇빛은 반짝반짝
短帽輕衫暑氣微(단모경삼서기미) 짧은 모자 홑적삼에 더위가 가시네
解籜有心因雨長(해탁유심인우장) 껍질 벗은 죽순은 유심이 비를 맞아 자라고
落花無力受風飛(낙화무력수풍비) 지는 꽃은 힘없이 바람 따라 날아가네
久拚翰墨藏名姓(구반한묵장명성) 성명을 감추어 둔 문자는 버린 지 오래고
已厭簪纓惹是非(이염잠영야시비) 시비를 일으키는 벼슬도 진작 싫었다네
寶鴨香殘初睡覺(보압향잔초수각) 보압 향 다 타 갈 때 잠이 막 깨니
客曾來少燕頻歸(객증래소연빈귀) 손님은 적게 오고 제비만 자주 나네
◀ 이 시는 초여름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서 지은 작품이다.
〚작자〛 서거정(徐居正) 조선 전기의 학자(1420~1488).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ㆍ정정정(亭亭亭). 성리학을 비롯하여 천문ㆍ지리ㆍ의약 따위에 정통하였고, 문장과 글씨에도 능하여 ≪경국대전≫, ≪동국통감≫ 따위의 편찬에 참여하였다. 저서에 ≪동인시화≫, ≪동문선≫, ≪필원잡기≫ 가 있다.
□ 서경덕(徐敬德)
〇 독서유감(讀書有感) - 徐敬德
讀書當日志經綸(독서당일지경륜) 독서하던 당년에 경륜에 뜻을 두었더니
歲暮還甘顔氏貧(세모환감안씨빈) 만년에 안빈낙도 오히려 달갑구나
富貴有爭難下手(부귀유쟁난하수) 부귀엔 시샘 많아 손대기 어려웠고
林泉無禁可安身(임천무금가안신) 임천엔 금함 없어 심신이 편안하였네
採算釣水堪充腹(채산조수감충복) 채산조수하여 배를 채우고
咏月吟風足暢神(영월음풍족창신) 음풍영월로 마음을 풀었네
學到不疑知快闊(학도불의지쾌활) 학문이란 의혹 없어야 상쾌하나니
免敎虛作百年人(면교허작백년인) 평생의 허랑함을 면케 할 수 있네.
◀ 7언 율시로 학문에 전념하고 벼슬과 부귀영화를 멀리한 가운데 안빈낙도하며 살아온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고, 또한 앞으로 살아갈 여생을 그려보는 내용이다.
〇 만인 이수(挽人 二首) - 徐敬德
其二(기이)
萬物皆如寄(만물개여기) 만물은 모두 붙어 있는 것 같아
浮沈一氣中(부침일기중) 한 기 속에서 떴다 잠긴다네
雲生看有跡(운생간유적) 구름은 생길 때는 보면 자취가 있지만
氷解覓無蹤(빙해멱무종) 얼음으로 녹을 때는 찾아도 흔적도 없다네
晝夜明還暗(주야명환암) 낮과 밤은 밝다가 다시 어두워지니
元貞始復終(원정시부종) 원형리정(元亨利貞)이 처음이었다 다시 끝이라네
苟明於此理(구명어차리) 만약 이 이치를 알게 되면
鼓缶送吾公(고부송오공) 동이를 두드리며 그대를 보내리
◀ 이 시는 만사(輓詞)로, 죽음은 삶의 시작이고 삶은 다시 죽음의 시작임을 노래하고 있다.
〇 무제(無題 二首) - 徐敬德
其一(기일)
眼垂簾箔耳關門(안수렴박이관문) 눈은 주렴을 드리웠고 귀는 문을 닫았으니
松籟溪聲亦做喧(송뢰계성역주훤) 솔바람 시냇물 소리 또한 시끄럽구나
到得忘吾能物物(도득망오능물물) 나를 잊고 사물을 사물로 볼 수 있음에 이르렀으니
靈臺隨處自淸溫(영대수처자청온) 마음은 처한 곳에 따라 절로 맑고 온화해지네
〇 산거(山居 二首) - 徐敬德
雲巖我卜居(운암아복거) 운암에 내가 살게 된 것은
端爲性慵疏(단위성용소) 모두 성질이 게으르고 못 사귀기 때문이네
林坐朋幽鳥(임좌붕유조) 숲에 앉아 조용한 새와 벗하고
溪行伴戲魚(계행반희어) 시냇가에 가서 노니는 물고기와 짝하네
閒揮花塢帚(한휘화오추) 한가로이 꽃 언덕을 빗자루로 쓸고
時荷藥畦鋤(시하약휴서) 때로 약초밭에 호미질을 하네
自外渾無事(자외혼무사) 세상 밖에 전혀 아무 일 없으니
茶餘閱古書(다여열고서) 차 마신 뒤에 옛글을 읽네
〇 유물음 이수(有物吟 二首) - 徐敬德
其一(기일)
有物來來不盡來(유물래래부진래) 물은 오고 와도 끝없이 오니
來纔盡處又從來(내재진처우종래)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또 따라오네
來來本自來無始(내래본자래무시) 오고 와도 본래 처음이 없었으니
爲問君初何所來(위문군초하소래) 그대에게 묻노니 처음에 어디서부터 왔는가?
其二(기이)
有物歸歸不盡歸(유물귀귀부진귀) 물이 돌아가고 돌아가도 끝없이 돌아가니
歸纔盡處未曾歸(귀재진처미증귀) 거의 다 돌아간 것 같은데 일찍이 돌아가지 않았네
歸歸到底歸無了(귀귀도저귀무료) 돌아가고 돌아가도 마침내 끝이 없으니
爲問君從何所歸(위문군종하소귀) 그대에게 묻노니 어느 곳으로부터 돌아가는가?
◀ 이 시는 사물의 생성과 소멸(消滅)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작자〛 서경덕(徐敬德, 1489(성종20년)~1546(명종1) : 개성 출신. 본관은 당성(唐城). 자는 가구(可久), 호는 복재(復齋)·화담(花潭). 아버지는 부위(副尉) 서호번(徐好蕃)이며, 어머니는 한씨(韓氏)이다. 이(理)보다 기(氣)를 중시하는 독자적인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완성하여 주기론(主氣論)의 선구자가 되었다.
□ 성간(成侃)
〇 우서(偶書)
言辭出口屢觸諱(언사출구루촉휘) 말이 입에서 나오면 여러 번 기휘 저촉되니
世事折肱曾飽更(세사절굉증포경) 세상일은 팔을 부러뜨려야 경험 생기는구나
黃昏風雨鬧北牖(황혼풍우료북유) 황혼녘 비바람 소리 북창이 시끄러운데
夢作聖居山水聲(몽작성거산수성) 꿈속에서 성거산의 물 소리로 알았다네
〚작자〛 성간(成侃, 1427, 세종 9~1456, 세조 2):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화중(和仲), 호는 진일재(眞逸齋). 조선 전기 문신 겸 문인. 특히 시부(詩賦)에 뛰어나 《궁사(宮詞)》 등의 작품이 전하며 패관문학에 속하는 《용부전》을 지었다고도 한다.
□ 성문준(成文濬)
〇 야좌감흥(夜坐感興)
星月皎如晝(성월교여주) 달과 별이 대낮 같이 밝은데
納涼開夜窓(납량개야창) 밤에 창을 열어 서늘한 바람 받아들인다.
雲山深隱隱(운산심은은) 구름 낀 산은 은은하고
石瀬遠淙淙(석뢰원종종) 바위의 여울물 멀리 졸졸 흐른다.
世累休關念(세루휴관념) 세상 걱정은 생각지도 말고
閑愁不入腔(한수불입강) 한가로운 근심은 마음에 들이자 말아라.
中宵歌感慨(중소가감개) 한밤에 노래가 감개로워
永憶鹿門龐(영억록문방) 녹문방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작자〛 성문준(成文濬) 1559년(명종 14) ~ 1626년(인조 4)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중심(仲深), 호는 영동(永同)·창랑(滄浪). 영동현감(永同縣監)을 역임하였다
□ 성삼문(成三門)
〇 수형시(受刑詩)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요란한 북소리 나의 목숨 재촉하는데
西風日落斜(서풍일낙사) 해는 기울어지고 서풍이 부는구나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저승에는 여인숙도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밤은 뉘 집에서 묵어 가리오.
〚작자〛 성삼문(成三問) 1418년(태종 18) ~ 1456년(세조 2),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이다.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근보(謹甫), 호는 매죽헌(梅竹軒). 충청남도 홍성(洪城) 출신. 조선전기 홍문관수찬, 예조참의, 예방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시호는 충문(忠文)이다. 저서로 『매죽헌집(梅竹軒集)』이 있다.
□ 성석린(成石璘)
〇 만조재신(挽趙宰臣)
溫溫吾益友(온온오익우) 온화한 나의 이로운 벗
情話幾回同(정화기회동) 정담을 몇 번이나 나누었던가
未必仁人壽(미필인인수) 반드시 어진 사람이 오래사는 것도 아니도다
空留長者風(공류장자풍) 속절없이 어른의 풍모만 남았구나
塵棲經卷上(진서경권상) 책시렁 위에는 티끌만 쌓이고
火盡藥爐中(화진약로중) 약 화로에는 불이 꺼졌구나
惆悵平生事(추창평생사) 슬프다, 그대 평생의 일
松楸夜月籠(송추야월롱) 소나무와 오동나무에는 밤달빛이 둘러싸는구나
〇 송승지풍악(送僧之楓岳) - 成石璘
一萬二千峯(일만이천봉) 일만 이천 봉우리는
高低自不同(고저자부동) 높고 낮음이 절로 다르네
君看日輪出(군간일륜출) 그대 보게나, 해 돋을 때에
高處最先紅(고처최선홍)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진다네
◀ 이 시는 금강산으로 가는 스님을 전송하면서 지은 시
〚작자〛 성석린(成石璘, 1338~1423) 본관은 창녕. 자는 자수(自修), 호는 독곡(獨谷). XOWH태종시 영의정을 지냈지만, 생활이 검소하였다. 시를 잘 짓고, 초서를 잘 썼다. 시호는 문경(文景)이다.
□ 성여신(成汝信)
〇 관절서(觀節序)
壟麥波千頃(롱맥파천경) 언덕에 보리밭 천이랑이 물결치고
吳蠶入再眠(오잠입재면) 오나라 누에들이 다시 잠에 들었구나
倚窓觀節序(의창관절서) 창가에 기대어 절후를 살펴보니
田野頌豐年(전야송풍년) 들판의 밭에는 풍년을 기리리라
〚작자〛 성여신(成汝信, 1546 ~ 1632 ) 본관 창녕(昌寧). 자 공실(公實). 호 부사야로(浮査野老) ·부사. 조식(曺植)의 문인. 일찍부터 문명(文名)을 떨치고 1609년(광해군 1) 64세로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했다. 진주(晉州) 임천서원(臨川書院)과 창녕 물계서원(勿溪書院)에 제향되었으며 문집에 《부사문집(浮査文集)》이 있다.
□ 성운(成運)
〇 유남강(遊南江)
十里淸江岸(십리청강안) 십 리 긴 맑은 강가 언덕에
蒼松近百株(창송근백주) 푸른 소나무 백그루가 다가온다.
草深能沒馬(초심능몰마) 풀은 깊어 말이 보이지 않고
波動欲浮壺(파동욕부호) 물결은 움직여 병이 물에 띄려 한다.
小鼎魚烹玉(소정어팽옥) 작은 솥에 물고기 삶으니 옥같아
低盤䒘剖珠(저반예부주) 쑥같 깐 소반 바치고 고기를 자른다.
晩來喧鼓笛(만래훤고적) 저녁에 소란하게 피리를 부니
驚起兩三鳧(경기량삼부) 놀라 일어나는 두 세 마리 오리들
〚작자〛 성운(成雲, ?~1528)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치원(致遠)이다. 조선 초기의 문신. 충청도 관찰사, 병조 참지, 대사헌, 공조 판서, 한성부 판윤 등을 지냈다
□ 성현 (成俔)
〇 대우제청주동헌(帶雨題淸州東軒) - 成俔
畫屛高枕掩羅幃(화병고침엄라위) 그림 병풍 속에 베개 높이고 비단 휘장으로 가리니
別院無人瑟已希(별원무인슬이희) 별원에 인적 없고 비파 소리 벌써 끊겼네
爽氣滿簾新睡覺(상기만렴신수각) 시원한 기운이 주렴에 가득해 막 잠이 깨었는데
一庭微雨濕薔薇(일정미우습장미) 온 뜰의 보슬비가 장미꽃을 적시네
〇 심화고사(尋花古寺)
春深古寺燕飛飛(춘심고사연비비) 봄 깊은 옛 절에 나비는 날아들고
深院重門客到稀(심원중문객도희) 깊숙한 사원 겹 문에는 찾는 이 드물어라
我昨尋花花落盡(아작심화화락진) 어제 꽃 찾아 보아도 꽃은 다 지고
尋花還爲惜花歸(심화환위석화귀) 꽃 찾아 갔으나 꽃을 아끼며 돌아왔도다
〚작자〛 성현(成俔. 1439~1504)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부휴자(浮休子)·허백당(虛白堂)·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 조선 초기의 학자.
□ 성혼(成渾)
〇 계변소작(溪邊小酌) - 成渾
溪流鳴玉處(계류명옥처) 시냇물 흘러 옥소리처럼 울리는데
夜雨泛花來(야우범화래) 밤비에 꽃잎 떠내려 오네
芳草春風意(방초춘풍의) 꽃다운 풀, 봄바람의 뜻이
薰然入酒盃(훈연입주배) 향기롭게 술잔 속에 들어오네
〇 증안응휴(천서)(贈安應休(天瑞) - 成渾
一區耕鑿水雲中(일구경착수운중) 물과 구름 낀 가운데에 한 뙈기 밭 갈고 우물 파니
萬事無心白髮翁(만사무심백발옹) 만사에 무심한 백발의 늙은이라네
睡起數聲山鳥語(수기수성산조어) 산새들 지저귀는 몇몇 소리에 잠깨 일어나
杖藜閑步遶花叢(장려한보요화총) 지팡이 짚고 산보하며 꽃들 구경하네
◀ 이 시는 안응휴(천서)에게 준 시
〇 추일우음(秋日偶吟)
窮秋山日下西林(궁추산일하서림) 늦은 가을 해 서쪽 숲속으로 사라지는데
落葉蕭蕭行逕深(낙엽소소행경심) 낙엽이 쌓여 가는 길을 덮고 있네
身世未應同宋玉(신세미응동송옥) 신세 응당 송옥과 같지 않지만
如何憀慄感人心(여하료률감인심) 어찌하여 슬프고 아픈 마음이 느껴질까?
〚작자〛 성혼(成渾, 1535(중종 30)~1598, 선조 31): 본관은 창녕. 자는 호원(浩原), 호는 우계(牛溪)·묵암(默庵).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 그의 학문은 이황과 이이의 학문을 절충했다는 평가가 있으며 소론학파의 사상적 원류가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 소세양(蘇世讓)
〇 제화안첩(題畵雁帖)
蕭蕭孤影暮江潯(소소고영모강심) 해 저문 물가에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
紅蓼花殘兩岸陰(홍료화잔양안음) 강 언덕 어둑한데 아직도 남아 있는 붉은 여뀌꽃
謾向西風呼舊侶(만향서풍호구려) 부질없이 바람 따라 옛 친구 불러보나
不知雲樹萬重深(부지운수만중심) 구름 낀 나무숲 너무 깊어 알지 못하네
〚작자〛 소세양(蘇世讓, 1486~1562) 조선 중기의 문신. 1545년 윤임 일파의 탄핵으로 사직, 명종이 즉위한 뒤 을사사화로 윤임 등이 몰락하자 재기용되어 좌찬성을 지내다가 사직, 익산에 은퇴했다. 문명이 높고 율시에 뛰어났으며, 글씨는 송설체를 잘 썼다.
□ 손조서(孫肇瑞)
〇 촉직사(促織詞)
促織聲何急(촉직성하급) 귀뚜라미 소리 어찌 그리 다급한가
聞聲未見機(문성미견기) 소리는 들리는데 베틀은 보이지 않는다
似嫌難設杼(사혐난설저) 베틀 놓기 어려워 싫어하는가
如訴未縫衣(여소미봉의) 아직 옷을 짓지 못했다 꾸중하는 것같도다
牽出宮娥怨(견출궁아원) 끌어내니 궁녀들 원망하여
添成戍客悲(첨성수객비) 변방 나그네의 슬픔을 더하는구나
夜深淸響切(야심청향절) 깊은 밤 맑은 소리 절절한데
應恨歲將歸(응한세장귀) 해마다 다시 돌아감을 한스러워하리라
〚작자〛 손조서(孫肇瑞) 자 인보(引甫), 호 면재(勉齋), 격재(格齋) 병조정랑을 지냈다. 저서로는 『격재집(格齋集)』이 있다.
□ 송순(宋純)
〇 견차두소릉운(遣次杜少陵韻) - 宋純
林中違夙願(임중위숙원) 숲 속의 오래된 소망 어기고
嶺外作重遊(영외작중유) 고개 너머로 여러 번 놀았네
愁緖多生草(수서다생초) 근심의 실마리 풀처럼 많이 자라고
光陰速置郵(광음속치우) 세월은 역마만큼이나 빠르네
雲容猶亢旱(운용유항한) 구름 모습 오히려 가뭄과 겨루고
物意已逢秋(물의이봉추) 사물의 뜻은 이미 가을을 만났네
奈此民飢迫(내차민기박) 어찌 이 백성들에게 굶주림만 닥쳐오나?
天心似不留(천심사불류) 하늘의 마음은 머물지 않은 듯하네
◀ 이 시는 두보(杜甫)의 운(韻)에 차운해 읊은 시.
〇 야중즉사(夜中卽事)
渚宿舟人半夜喧(저숙주인반야훤) 물가에 묵는 어부, 한 밤이 시끄러워
遙知急雨沒江濆(요지급우몰강분) 멀리 소낙비에 물가 잠겼음을 알겠노라
波聲遠駕南陵外(파성원가남릉외) 물결소리, 멀리 남쪽 언덕 밖엔 수레
兼送山窓喚客魂(겸송산창환객혼) 산 창으로 보내어 나그네 넋을 불러온다
〇 증무녕독서아동양정(贈撫寧讀書兒童養正) - 宋純
聖敎分明次第俱(성교분명차제구) 성인의 가르침은 분명하게 차례가 갖추어져 있으니
初門孝悌爾知無(초문효제이지무) 처음 들어가는 문이 효제임을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自從科擧爲人病(자종과거위인병) 과거를 따름으로부터 사람의 병폐가 되어
天下堪傷正學蕪(천하감상정학무) 바른 학문 황폐함을 천하가 상심하네
◀ 이 시는 무영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 양정에게 준 시로, 학문의 길에 대해 읊고 있다.
〚작자〛 송순(宋純, 1493~1583) 본관 신평(新平). 자 수초(遂初). 호 면앙정(俛 仰亭) ·기촌(企村). 시호 숙정(肅定). 조선 중기 문신. 구파의 사림으로 이황 등 신진 사류와 대립했다. 대사헌 등을 거쳐 우참찬에 이르러 기로소에 들어갔다가 치사했다. 강호가도의 선구자로 시조에 뛰어났다
□ 송시열(宋時烈)
〇 부경(赴京)
綠水喧如怒(녹수훤여노) 시냇물은 성난 듯 콸콸 쏟아지는데
靑山默似嚬(청산묵사빈) 청산은 말이 없이 침묵을 지키네
靜觀山水意(정관산수의) 산과 물의 갸륵한 뜻 곰곰이 생각하니
嫌我向風塵(혐아향풍진) 풍진에 몸 더럽힘이 안타까와 하노라
〇 화양동암상정사음(華陽洞巖上精舍吟(己酉十二月) - 宋時烈
溪邊石崖闢(계변석애벽) 시냇가 바위 벼랑 열린 곳에
作室於其間(작실어기간) 그 사이에 집을 지었노라
靜坐尋經訓(정좌심경훈) 조용히 앉아 경서(經書)의 가르침 찾아서
分寸欲躋攀(분촌욕제반) 시간을 아껴 높은 곳에 오르고 싶네
〚작자〛 송시열(宋時烈, 1607, 선조 40~1689, 숙종 15): 본관은 은진. 아명은 성뢰(聖賚). 자는 영보(英甫), 호는 우암(尤庵)·우재(尤齋)·화양동주(華陽洞主). 조선 후기 문신 겸 학자, 노론의 영수. 주자학의 대가로서 이이의 학통을 계승하여 기호학파의 주류를 이루었으며 이황의 이원론적인 이기호발설을 배격하고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을 지지, 사단칠정이 모두 이라 하여 일원론적 사상을 발전시켰으며 예론에도 밝았다. 주요 저서에는 《송자대전》 등이 있다.
□ 송익필(宋翼弼)
〇 망월(望月)
未圓常恨就圓遲(미원상한취원지) 둥글어지지 않을 때면, 항상 늦음을 한탄하고
圓後如何易就虧(원후여하이취휴) 둥글어진 후는, 어찌 그리도 쉬 이지러지는가
三十夜中圓一夜(삼십야중원일야) 한 달 삼십일 밤, 둥근 날은 하루 저녁인 것을
百年心思摠如斯(백년심사총여사) 인생 백년의 심사, 모두 이와 같다오
〇 산행 (山行) - 宋翼弼
山行忘坐坐忘行(산행망좌좌망행) 산을 가다 쉬는 것을 잊고 앉았다 걷기를 잊어
歇馬松陰聽水聲(헐마송음청수성) 소나무 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後我幾人先我去(후아기인선아거) 내 뒤에 온 몇 사람이 나를 앞서 갔는가?
各歸其止又何爭(각귀기지우하쟁) 각자 그칠 곳에 돌아가니 또 어찌 다투는가?
〇 우득기우계(偶得寄牛溪) - 宋翼弼
萬物從來備一身(만물종래비일신) 만물은 애초부터 나 한 몸에 갖추어졌으니
山家功業莫云貧(산가공업막운빈) 산속의 공업 빈약하다 말하지 말라
經綸久斷塵間夢(경륜구단진간몽) 경륜은 오래 끊어져 세속의 꿈일 뿐이고
詩酒長留象外春(시주장류상외춘) 시와 술은 만상(萬象) 밖의 봄에 길이 머무는구나
氣有閉開獜異馬(기유폐개린이마) 기(氣)는 열리고 닫힘이 있어 인(獜)은 말과 다르고
理無深淺舜同人(이무심천순동인) 이(理)는 깊고 얕음이 없어 순임금도 보통 사람과 같네
祥雲疾雨皆由我(상운질우개유아) 상서로운 구름과 폭우는 모두 나로 말미암으니
更覺天心下覆均(갱각천심하부균) 하늘의 마음이 하계(下界)에 고루 덮음을 다시 깨닫네
〇 춘주독좌(春晝獨坐) - 宋翼弼
晝永鳥無聲(주영조무성) 낮이 길어 새는 소리 없고
雨餘山更靑(우여산갱청) 비 넉넉하여 산은 더욱 푸르네
事稀知道泰(사희지도태) 일이 없으니 도가 형통(亨通)함을 알겠고
居靜覺心明(거정각심명) 사는 곳이 고요하니 마음이 환함을 깨닫겠네
日午千花正(일오천화정) 해 중천에 떠 천 개의 꽃이 바르게 나타나고
池淸萬象形(지청만상형) 못이 맑으니 모든 형상이 드러나네
從來言語淺(종래언어천) 지난날 언어는 천박했으니
默識此間情(묵식차간정) 말없이 이 사이의 뜻을 아노라
◀ 이 시는 봄날 낮에 홀로 앉아 있다가 느낀 소회(所懷)를 노래한 것이다.
〚작자〛 송익필(宋翼弼, 1534~1599) 서출(庶出)로 벼슬길에 나아가지는 못했으나 조선중기 서인세력의 막후 조정자로 역할했으며 기축옥사(己丑獄事)를 일으킨 인물로 지목되었다.
□ 송준길(宋浚吉)
〇 증우인(贈友人)
四月花林鸎亂飛(사월화림앵란비) 사월 꽃숲에 꾀꼬리 어지러이 나는데
故人來告故園歸(고인래고고원귀) 친구가 찾아와 고향으로 간다 말하네
蓑衣贈別寧徒爾(사의증별녕도이) 도롱이옷 주어 이별하니 편히 가시게나
知子東陂有釣磯(지자동피유조기) 자네 동쪽 언덕 낚시터에 있음을 알고있노라
〚작자〛 송준길(宋浚吉,1606년(선조 39) ~ 1672년(현종 13) 본관은 은진(恩津). 자는 명보(明甫), 호는 동춘당(同春堂). 조선후기 대사헌, 병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 송한필(宋翰弼)
〇 우음(偶吟)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는구나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애달프다, 한철 봄이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비바람 속에 왔다 가누나
〚작자〛 송한필(宋翰弼) 본관은 여산(礪山)이고 자는 계응(季鷹)이며, 호는 운곡(雲谷)이다.
조선시대 중기의 학자·문장가로 형 익필과 함께 당대의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는데, 이율곡이 성리학에 대해 논의할 만한 사람은 익필·한필 형제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났다.
□ 신광수(申光洙)
〇 관서악부(關西樂府 百八首) - 申光洙
其六十五(기육십오)
朝天舊事石應知(조천구사석응지) 하늘에 오르던 옛일을 응당 돌은 알겠지
故國滄桑物不移(고국창상물불이) 고도(古都)는 상전벽해(桑田碧海)되었지만 사물은 그대로니
城下滿江明月夜(성하만강명월야) 성 아래 온 강 가득 달빛 밝은 밤인데
豈無麟馬往來時(기무린마왕래시) 어찌하여 기린마는 다시 올 때가 없는가?
〇 억경춘(憶京春)
紅杏初飛北岳村(홍행초비북악촌) 북악골에 살구꽃 날리니
辛夷欲發孟家園(신이욕발맹가원) 맹가네 동산에는 개나리가 피었겠다.
驪江寒食東歸客(여강한식동귀객) 한식날 여강으로 돌아온 나그네
啼鳥聲中獨閉門(제조성중독폐문) 우는 새소리 속에 홀로 문들 닫는다.
〚작자〛 신광수(申光洙, 1712, 숙종 38~1775, 영조 15):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성연(聖淵), 호는 석북(石北)·오악산인(五嶽山人). 조선 후기의 문인. 그의 시는 <채신행 採薪行>, <납월구일행 臘月九日行>, <제주걸자가 濟州乞者歌> 등과 같이 자신의 곤궁한 현실 생활 체험을 토대로 하여 가난한 백성들의 민생고(民生苦)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낸 시들과, <관서악부>, <한벽당십이곡 寒碧堂十二曲> 등과 같이 시인으로서의 풍류적인 생활에서 오는 낭만적이고 염정적(艶情的)인 시들로 크게 특징지을 수 있다.
□ 신사임당(申師任堂)
〇 사친(思親)
千里家山萬疊峯(천리가산만첩봉) 천 리 고향은 만 겹의 봉우리로 막혔으니
歸心長在夢魂中(귀심장재몽혼중)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길이 꿈속에 있도다.
寒松亭畔孤輪月(한송정반고륜월) 한송정 가에는 외로운 보름달이요
鏡浦臺前一陣風(경포대전일진풍) 경포대 앞에는 한 바탕 바람이로다.
沙上白鷺恒聚散(사상백로항취산) 모래 위엔 백로가 항상 모였다가 흩어지고
波頭漁艇各西東(파두어정각서동) 파도머리엔 고깃배가 각기 동서로 왔다 갔다 하네
何時重踏臨瀛路(하시중답임영로) 언제나 임영 가는 길을 다시 밟아
綵服斑衣膝下縫(채복반의슬하봉) 비단 색동옷 입고 슬하에서 바느질할까?
◀ 이 시는 서울에 와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〇 유대관령 망친정(踰大關嶺 望親庭) - 申師任堂
慈親鶴髮在臨瀛(자친학발재임영) 어머니는 흰머리로 임영에 계시는데
身向長安獨去情(신향장안독거정) 이 몸은 서울을 향하여 홀로 가는 심정이여
回首北村時一望(회수북촌시일망) 머리 돌려 북촌 마을 때때로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날아 내리고 저녁 산이 푸르구나
◀ 이 시는 38세에 시댁(媤宅)으로 가기 위해 대관령을 넘으면서 친정을 바라보고 지은 것으로, 어머니와 작별하고 떠나는 애틋한 심정이 잘 드러난 시이다.
〚작자〛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 본관은 평산(平山). 아버지는 신명화(申命和)이며, 어머니는 용인 이씨로 이사온(李思溫)의 딸이다. 남편이 증좌한성 이원수(李元秀)이고, 조선시대의 대표적 학자이며 경세가인 이이(李珥)의 어머니이다. 시·그림·글씨에 능했던 예술가이다
□ 신광한(申光漢)
〇 광진선상(廣津船上)
孤舟一出廣陵津(고주일출광릉진) 외로운 배로 한 번 광나루를 나와
十五年來未死身(십오년래미사신) 십오 년이 지나도 죽지 못한 몸이어라.
我自有情如識面(아자유정여식면) 나는 절로 정이 있어 알아볼 듯하여도
靑山能記舊時人(청산능기구시인) 청산은 능히 옛 사람 기억할 수 있을까.
〇 노처사(즙)경장 십영(盧處士(檝)慶莊 十詠) - 申光漢
「雉岳湧月(치악용월)」
瑞暈初分岳(서훈초분악) 고운 달무리 처음 산에 솟아오르자
寒光忽射空(한광홀사공) 차가운 빛이 갑자기 공중에 비추네
半窺驚魍魎(반규경망량) 반만 보여도 도깨비들 놀라고
全露破鴻濛(전로파홍몽) 완전히 뜨자 뭉실 기운 다 없어지네
爽透林泉外(상투림천외) 상쾌하게 정원 밖에 쏟아지다가
淸銜草屋東(청함초옥동) 맑게 초가 동편을 감싸네
慇懃來入戶(은근래입호) 은근하게 방문으로 들어와
還照覓詩中(환조멱시중) 도리어 시를 찾는 나를 비추네
◀ 이 시는 원주 치악산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달이 뜨는 것을 보고 읊은 시이다.
〇 좌유화자 부용전운 이시석춘지의(座有和者 復用前韻 以示惜春之意) - 申光漢
名是爲春實是賓(명시위춘실시빈) 이름은 봄이지만 실은 손님
桃花欲謝強爲春(도화욕사강위춘) 복사꽃 지려는데 억지로 봄이라 하네
年年惜此春光去(년년석차춘광거) 해마다 봄빛이 지나가는 것을 애석해했는데
春作殘春人老人(춘작잔춘인로인) 봄은 늦봄이 되었고 사람은 노인이 되었네
〇 황작음(黃雀吟) - 申光漢
黃雀啄黃黍(황작탁황서) 참새가 누런 기장을 쪼아 먹고는
飛鳴集林木(비명집림목) 날아 울며 숲으로 모이네
田中有稚兒(전중유치아) 밭 가운데 어린아이 있어
日日來禁啄(일일래금탁) 날마다 와서 쪼아 먹지 못하게 하네
雀飢不得飽(작기부득포) 참새는 먹을 수 없어 굶주렸으나
兒喜能有粟(아희능유속) 아이는 곡식을 지킬 수 있어 기뻐하네
有粟輸官倉(유속수관창) 지키던 곡식은 관의 창고로 보내고
歸家但四壁(귀가단사벽) 집으로 돌아가니 다만 사방 벽뿐이네
黃雀終自肥(황작종자비) 참새는 끝내 살이 쪘으나
兒飢向田哭(아기향전곡) 아이는 굶주려 밭을 향해 운다네
◀ 참새를 보고 노래한 것으로, 현실에 대한 풍자시(諷刺詩)이다.
〚작자〛 신광한(申光漢, 1484, 성종 15~1555, 명종 10):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한지(漢之)·시회(時晦), 호는 기재(企齋)·낙봉(駱峰)·석선재(石仙齋)·청성동주(靑城洞主). 신숙주(申淑舟)의 손자, 조선전기 우참찬, 좌찬성, 지경연사 등을 역임한 문신.
□ 신숙주(申叔舟)
〇 기중서제군(寄中書諸君)
豆滿春江繞塞山(두만춘강요새산) 두만의 봄강이 변방산을 둘렀는데
客來歸夢五雲間(객래귀몽오운간) 나그네의 돌아가는 꿈은 오색구름 사이에 있네
中書醉後應無事(중서취후응무사) 중서들은 취한 뒤에 아마 일이 없으리니
明月梨花不怕寒(명월리화불파한) 밝은 달 배꽃에 추위를 겁내지 않으리라
〇 제비해당 사십팔영(題匪懈堂 四十八詠) - 申叔舟
「熟睡海棠(숙수해당)」
高人睡起掩朱扉(고인수기엄주비) 고인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붉은 사립문을 닫으니
月轉長廊香霧霏(월전장랑향무비) 달빛은 긴 회랑을 돌고 꽃향기 어린 안개는 내리네
獨繞芳叢燒短燭(독요방총소단촉) 홀로 꽃떨기에 둘러싸여 작은 촛불 켜 두고
沈吟夜久更忘歸(침음야구갱망귀) 밤늦도록 읊조리며 다시 돌아가길 잊네
〚작자〛 신숙주(申叔舟, 1417, 태종 17~1475, 성종 6): 본관은 고령. 자는 범옹(泛翁), 호는 희현당(希賢堂)·보한재(保閑齋). 조선전기 병조판서, 대사성, 좌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저서로는 『보한재집(保閑齋集)』이 전한다.
□ 신용개(申用漑)
〇 만홍도 이절(晩紅桃 二絶) - 申用漑
落盡園花春已去(낙진원화춘이거) 다 떨어진 뜰 꽃에 봄은 이미 가 버리고
幽人情抱向誰開(유인정포향수개) 은자의 마음을 누구를 향하여 열어야 하나?
天工故作深情態(천공고작심정태) 조물주가 일부러 깊은 모습을 만드니
滿樹桃紅漫浪哉(만수도홍만랑재) 나무 가득 붉은 복사꽃이 흐드러져 있구나!
〇 주하양화도 석귀차계운운(舟下楊花渡 夕歸次季雲韻)
水國秋高木葉飛(수국추고목엽비) 수국의 가을이 깊어 나뭇잎은 날리고
沙寒鷗鷺淨毛衣(사한구로정모의) 차가운 모래 위의 갈매기와 해오라기는 깃털을 깨끗이 하네
西風日落吹遊艇(서풍일락취유정) 서풍이 해질녘에 놀잇배에 불어오니
醉後江山滿載歸(취후강산만재귀) 취한 후 강산을 가득 싣고 돌아왔네
〇 차노두운(次老杜韻) - 申用漑
白沙翠竹波萬尋(백사취죽파만심) 흰 모래와 푸른 대나무에 파도는 만 길
朝煙暮靄閑晴陰(조연모애한청음) 아침 안개와 저녁노을이 한가롭게 갰다 흐리네
鳥去雲移歲月遠(조거운이세월원) 새 날아가 구름 흘러가니 세월이 아득하고
山長水闊杯觴深(산장수활배상심) 산 따라 강물 넘실거리니 술잔이 깊어지네
秋風萬里數莖鬢(추풍만리수경빈) 가을바람 만 리에 불 때 몇 가닥의 귀밑털
蟾桂一宵千古心(섬계일소천고심) 달밤은 한밤중에 천고의 마음
醉睡飽嬉從意好(취수포희종의호) 취하여 잠들며 마음껏 즐김은 뜻에 합당한 바니
誰能愁盡床頭金(수능수진상두금) 누가 침상 맡의 금을 다하는 것 근심하리오?
◀ 이 시는 두보(杜甫)의 시에 차운한 것
〚작자〛 신용개(申用漑, 1463, 세조 9~1519, 중종 14):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개지(漑之), 호는 이요정(二樂亭)·송계(松溪)·수옹(睡翁). 할아버지는 영의정을 지낸 신숙주(申叔舟)이다. 좌의정에 올랐으며 시호는 문경(文景)이다.
□ 신위(申緯)
〇 묵죽도(墨竹圖)
枝葉上晴光(지엽상청광) 가지와 잎 위로 맑은 햇빛
枝輕葉復揚(지경엽부양) 가지 흔들리고 잎은 다시 날린다.
一天風日好(일천풍일호) 하늘에 바람 일고 날씨는 맑아
聲影靜瀟湘(성영정소상) 소리와 그늘이 소상강에 고요하다.
〚작자〛 신위(申緯, 1769~1845) 본관 평산(平山). 자 한수(漢叟). 호 자하(紫霞) ·경수당(警脩堂). 시(詩) ·서(書) ·화(畵)의 삼절(三絶)이라 불렸던 조선 후기 문신 겸 시인, 서화가. 저서로는 《경수당전고(警脩堂全藁)》, 《분여록(焚餘錄)》 등이 있다.
□ 신채호(申采浩)
〇 영오(詠誤) - 잘못됨을 읊다.
我誤聞時君誤言(아오문시군오언) 내가 잘못 들었 때는, 그대가 잘못 말했으니
欲將正誤誤誰眞(욕장정오오수진)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데, 그 잘못을 누가 참되다 하나
人生落地元來誤(인생락지원래오) 사람 세상에 태어난 것이 원래 잘못인데
善誤終當作聖人(선오종당작성인) 잘못된 것 잘 고치면, 끝내는 성인이 되는 것을
〇 계해십월초이일(癸亥十月初二日) - 申采浩
天空海闊晋悠悠(천공해활진유유) 하늘은 비고 바다는 넓어, 모두가 아득하고
放膽行時便自由(방담행시편자유)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니, 너무나 자유롭구나.
忘却死生無復病(망각사생무복병) 죽고 사는 일 잊으니, 다시는 병도 없고
淡於名利更何求(담어명리갱하구) 명예와 이익에 담박하니,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江湖滿地堪依棹(강호만지감의도) 강과 호수 땅에 가득하여 배를 탈 수 있고
雪月邀人共上樓(설월요인공상루) 눈 내린 밤 달은 나를 맞아, 함께 누각에 오른다.
莫笑撚自吟獨苦(막소연자음독고) 수염 꼬며 혼자의 괴로움 읊음을 비웃지 말라
千秋應有伯牙酬(천추응유백아수) 천추 뒤에 내 마음 알아 줄 사람, 응당 있으리라.
〚작자〛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사학자·언론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에서 활약하며 내외의 민족 영웅전과 역사 논문을 발표하여 민족의식 고취에 힘썼다. '역사라는 것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라는 명제를 내걸어 민족사관을 수립, 한국 근대사학의 기초를 확립했다.
□ 신흠(申欽)
〇 우후좌초정(雨後坐草亭)
峽裏逢連雨(협리봉련우) 산골짜기 장마비 맞났다가
初晴麗景新(초청려경신)하늘 개니 고운 경치 새롭구나.
江平鷗出戱(강평구출희) 강은 잔잔한데 갈매기 놀고
山靜鹿來馴(산정록래순) 산 고요한데 사슴 와서 길든다.
草合誰開徑(초합수개경) 풀은 가득한데 누가 길을 열어
苔深欲上茵(태심욕상인) 이끼는 짙어 자리로 올라올 듯하다.
僮兒翻解事(동아번해사) 종 아이는 도리어 사리를 알아
把釣下溪濱(파조하계빈) 낚시 들고 시냇가로 내려가는구나.
〇 송지봉부홍주(送芝峯赴洪州) - 申欽
世間萬事竟奚有(세간만사경해유) 세상의 모든 일 마침내 무엇이 있나?
海內百年惟我曹(해내백년유아조) 천하의 백 년 인생 우리들뿐이로세
九鼎何曾異瓦釜(구정하증이와부) 구정이 어찌 일찍이 가마솥과 다를쏘냐
泰山本自同秋毫(태산본자동추호) 태산도 본디 절로 가을 새털과 같은 것을
新陽藹藹韶華嫰(신양애애소화눈) 새 볕은 따사로워 봄빛은 아름다운데
遠客悠悠行色勞(원객유유행색로) 멀리 가는 나그네 아득하게 행색이 수고롭네
握手出門相別去(악수출문상별거) 손잡고 문을 나가 작별을 나누는데
茫漢水春波高茫(망망한수춘파고) 망망한 한강물에 봄 물결 높이 이네
◀ 이 작품은 1608년 지봉 이수광이 홍주목사로 부임하게 되어 그를 전송하면서 지은 시이다.
〇 수기유술 이수 (睡起有述 二首) - 申欽
其一(기일)
溪上茅茨小(계상모자소) 시냇가 띳집 자그마한데
長林四面回(장림사면회) 긴 숲이 사방으로 둘러싸였네
夢醒黃鳥近(몽성황조근) 꿈을 깨니 꾀꼬리 가까이 있고
吟罷白雲來(음파백운래) 읊조림 마치니 흰 구름 날아드네
引瀑澆階笋(인폭요계순) 폭포 끌어 섬돌의 죽순에 대고
拖筇印石苔(타공인석태) 지팡이 짚어 돌 위의 이끼를 찍네
柴扉無剝啄(시비무박탁)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없으나
時復爲僧開(시부위승개) 이따금 스님 위해 열어둔다네
◀ 이 시는 한가롭게 전원생활을 누리며 지은 시이다.
〚작자〛 신흠(申欽, 1566~1628) 자는 경숙(敬叔), 호는 상촌(象村) 혹은 현헌(玄軒)·현옹(玄翁)·방옹(放翁),
본관은 평산(平山)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정구․장유․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한문학의 정종(正宗)
또는 상월계택(象月谿澤)으로 칭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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