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세상을 바꾸려 했던 혁재 도련님은 매복에 걸려 총상을 입고 사망하고 그의 아이를 품은 여자 순심을 아내 삼아 평생을 그녀 곁을 서성이며 살아온 85세 운학 할아버지. 죽을 때까지 아내는 도련님을 신앙과 신념처럼 생각하며 혁재와 마지막 추억이 담긴 잣나무 숲에 묻힌 아내. 그곳에서 운학 할아버지는 60년 전에 죽은 도련님의 영혼과 대화를 나눈다....
사랑이 신념인 사람도 시상에는 있어라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늙어가는 어머니와 목욕탕에 가는 두 자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두 딸의 신경전이 같은 자매이기에 특히나 공감됐던 이야기.
존 세상을 우리만 살먼 쓰가니. 엄마도 같이 살아야제. 더도 말고 한 50년만 더 사씨요. 더 살먼 나도 쪼까 귀찮아질랑가 모릉게
교통사고로 23년째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둘째 아들 경우. 8년 동안 잠에 빠져 있다가 기적처럼 눈을 뜨고 '행운의 사나이'라 불리지만 평생 장만한 논과 밭까지 처분하고 두 노부부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우에게 헌신한다. 한편 첫째 아들은 부모가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고...
아부지는 시방 겡우 쟈가 사람노릇 허고 살 것 같소? 꿈 깨시요. 23년 만에 지 팔도 보돕씨 움직이는디 쟈가 지발로 걷는 꼴을 아부지 살아생전에 볼 수나 있을 것 같소? 행운의 사나이 좋아하시네. 그놈의 행운 개나 주라고 허씨요. 저놈 명운이 어매아배 다 잡아묵고 인자 나꺼정 잡아묵게 생겼단 말이요.
11편의 소설 속에는 다양한 고통과 고난이 존재하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장애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삶의 일부로 끌어안았다. 또한 결핍과 연민으로 납처럼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가도 따스한 유머로 어느 순간 웃게 만든다. '절망' 속에서 '존엄'과 '존재의 이유'를 찾게 되는 책 <나의 아름다운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