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과천에서 동기들과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도로에서 안쪽으로 쑥 들어간 곳에 있어서 마을버스를 타려고 생각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운행되고 있는 마을버스가 없어서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과천은 자주 가는 곳이지만 이 길은 처음입니다.
입구에서부터 접시꽃들이 반겨주니 시작이 좋습니다.
고양이들이 길가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낯선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을만큼 한적한 곳입니다.
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맛집도 있습니다.
조금 더 가니 재개발을 앞둔 곳이 나오네요.
경작을 금한다는,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아주 혼쭐을 내주겠다는 플랭카드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사람들의 손길을 받지 못한 전원주택들과 꽃집과, 경작을 포기한 듯한 밭들은 잡초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입니다.
폐가가 되어가는 집 정원을 찍는데 개 한 마리가 요란하게 짖습니다. 기르는 개인 듯한 걸로 봐서 아직 살고 있는 듯한데 조만간 이사를 하는지 관리는 벌써 포기한 모양입니다.
벚나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하듯 가지마다 벚찌들을 있는대로 매달고 있지만, 도로 위로 떨어져 무수히 으깨진 벚찌들은 얼마 후면 사라질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하는 듯합니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이 ''자연과 권력은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었죠.
머지않아 아파트들이 높게 솟아오르고, 사람들의 손길을 가득 머금은 인공미 가득한 꽃과 나무들이 어디선가 데려와져서 저 자리들을 대신하겠죠.
사람들은 그렇게 어떤 것들이 가고 또 어떤 것들이 올 지 무심한 결정권을 행사했습니다.
그 무심한 결정 아래 휩쓸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햇빛이 따갑습니다. 이불 한 번 잘 마르겠네요.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
♥저기 아가씨, 나 천 원만♥
어느 날,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광장에 서 있었다.
행인을 구경하던 중, 지저분한 차림의 아저씨가 시야에 들어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눈주름, 황태처럼 마른 몸이 고목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말했다.
''저기 아가씨, 나 천 원만.''
못 들은 척 허공을 봤으나 그는 손을 내밀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천 원만 있으면 되는데...''
결국 나는 지갑에서 천 원 한 장을 꺼내 주었다.
그는 두 손으로 받아 들곤 연신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어딘가로 향했다.
친구가 늦는다기에 앉을 곳을 찾는데 그 아저씨가 저 멀리 보였다.
검은 봉지를 들고 광장 구석으로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 자리한 나무 옆엔 허름한 담요가 깔려 있었다.
그는 이내 봉지에서 과자를 꺼냈다.
'과자로 끼니를 때우는 건가? 좀 더 넉넉히 드렸어야 했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가 플라스틱 그릇에 과자를 잔뜩 붓더니 어디론가를 향해 손짓했다.
잠시 후 군데군데 털이 빠진 강아지가 다가와 그릇에 코를 박고 과자를 먹었다.
아저씨는 강아지를 한참 쓰다듬었다.
자세한 사연은 알지 못했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먹을 걸 나눠주는 그에게 강아지는 가족 같은 존재였으리라.
아저씨는 반 평밖에 되지 않을 담요 위를 여느 집보다 따뜻한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뛰어오던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도 나는 한동안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고마워 좋은생각/정유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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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운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