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못다 구순하다 몽근하다 우긋하다 토렴하다 란 말이 떠오르고 속정 무지기 만수받이 안다미로 같은 말도 입 속에 감돈다
고향집 파도가 일궈 놓은 모래톱 같고 물마루 보이는 불턱에 그득한 햇살 같은 덤이란 말에서는
시인은 어떤 조건들에서 언어를 베우고 그것을 익히고 사용하며 개인의 삶을 위해서 또는 만인의 삶을 위해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것은 언어심리학적인 기본 문제지만 언어철학의 전개와 삶을 위하여 가져야 하는 기초적인 문제다. 어린시절부터 말의 힘을 실감하게 되고 일생을 통하여 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언어의 습득은 의식적 생활습관에서 이뤄지며 주위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여 익숙해진다. 말은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먼저다. 듣지 못한다면 배우지도 못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의 습득을 먼저하고 먼저 펼치며 기준을 먼저 세운다. 박재화 시인은 말의 중심에 저울추 없이 무게를 넣고 말의 흐름으로 감동을 안기는 작품으로 사람이 가진 가장 따뜻한 말을 풀어낸다. 많아서 넉넉하다. 느낌에 온도가 알맞다. 물기가 없고 보드랍다. 너그럽고 활달하다. 온화하고 도량이 넓다. 조금 더 얹어주는 행위는 상인의 판매 방식이 아니다. 삶의 너그러움이다. 거기에 구순하다. 몽근하다. 우긋하다. 토렴하다 등 포근하고 정답지만 평소에 잘 쓰지 않은 말을 찾아 사회를 부드럽게 가꾸는 역할을 한다. 시의 미학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미를 재현하는 것이라면 박재화 시인의 시 쓰기는 가장 중심이 되는 요점을 갖췄다.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더라도 언어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건 대중적인 인기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인기도까지 갖춘 작품이라면 누구나 일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바로 그런 작품이다.[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