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13]아름다운 우리말…봄, 봄, 봄
지인 30여명이 날마다 보내오는 카톡의 내용이 다양하다. 인생의 지혜가 담긴 처세술이나 덕담, 세계 위인들의 명언, 시, 그럴싸한 동영상 등이 홍수를 이룬다. 심지어 ‘문화영화’라 불리는 '19금 동영상'을 보내주는 짓궂은 친구도 있다. 좋은 내용의 글들이 차고 넘치는데도, 우리(나)는 왜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고, 여전히 마음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어쩌라고? 어느 때에는 ‘공해公害’라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춘분春分인 어제 친구가 퍼온 ‘웨더뉴스’의 글은 너무 좋았고 유익했다. 제목이 <‘봄물결’ 가득한 춘분, ‘소소리바람’ 주의하세요!>였다. 무슨 글을 읽으면서 노트에다 아름다운 우리말들을 적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글이라면 백 번 환영한다. 대체 무슨 글이고 어떻게 아름다운 우리말이어서 소생이 ‘흥분’했는지, 그것을 얘기할 참이다.
24절기 중 네 번째인 춘분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태양의 중심이 적도를 똑바로 비추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빛의 굴절현상으로 낮이 밤보다 약간 더 길다고 한다. 작년 봄 산에서 캐다 대문밖 공터에 심은 진달래 한 그루가 수줍게 꽃을 피웠다. 진달래는 김소월이 읊었듯, 산에서 저만치 홀로 피는 게 ‘원칙’이다. 이 참에 ‘봄’과 ‘꽃’에 대한 아름다운 우리말 공부를 해보는 것도 정서상으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봄물결>은 '봄철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나 정취'를 말한다.
<봄뜻>은 '봄에 대한 따스한 느낌'이 다가오지 않은가.
올해는 음력으로 윤2월 한 달이 더 있어, 3월 중순을 넘어섰건만, 밤과 낮의 일교차가 너무 크다. 해질녁만 되면 으스스, <꽃샘바람: 이른 봄 꽃필 무렵에 부는 쌀쌀한 바람>인지 <잎샘바람: 이른 봄 잎이 나오기 시작할 때 찾아오는 바람>인지, 아니면 <꽃샘잎샘바람>인지 몰라도 옷차림을 가볍게 하면 감기 들기 십상이고, 나아가 코로나 감염되기 딱 좋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런 바람을 <소소리바람: 이른 봄이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라고 한다. <명지바람>은 봄에 부는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이다. 이때는 부드럽다고 아니고 ‘보드랍다’고 해야 어감이 산다. 그보다 <봄>의 어원語源은 무엇일까? 이어령 선생은 <보다>의 명사형으로, ‘새싹이 움트고 새로운 것들의 시작을 본다(see)에서 왔다’고 했다.
<벙글다>는 형용사를 아시는가?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생긴 모습'을 말한다. 지금 전북지역의 곳곳에서 벚꽃과 매화가 벙글고 있다. <늘봄>은 '언제나 봄처럼 활기차고 새롭게 살아감'을 뜻하고 <찬늘봄>은 '늘 봄기운으로 가득참'을 말한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이 만발할 때 바람이 불면 눈이 내리는 것처럼 <꽃눈깨비>나 <꽃비>가 내릴 것이다. <눈보라>도 있고 <물보라>도 있지만 <꽃보라>처럼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영롱하게 내뻗치는 꽃빛깔의 기운을 뜻하는 <꽃빛발>이라는 우리말도 있다. 이제 <잔풀나기: 작은 풀싹이 돋아나는 봄철>가 시작됐으니 <꽃샘바람>에 건강을 유의하며, <봄물결> 속에 흩날리는 <꽃눈깨비>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일부러 <새우리말큰사전>에서 ‘꽃’ 항목을 찾아보니, 꽃으로 시작되는 말은 뭐 하나 나쁜 뜻이 없고 모두 다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단어들 뿐이다. 보라. <꽃동산> <꽃마차> <꽃대궐> <꽃바람> <꽃송아리> <꽃물결: 물결처럼 설렁거리는 많은 꽃> <꽃자리> <꽃잠: 결혼 첫날밤 신랑신부가 신성한 의식을 치른 후 달게 자는 잠> <꽃심> <꽃송이> <꽃살문> <꽃말> <꽃단장> <꽃달임: 진달래나 국화가 필 때 그 꽃을 따서 전을 부치거나 떡에 넣거나 하여 여럿이 모여 먹는 놀이> <꽃나이> <꽃놀이> <꽃구름> <꽃구경> <꽃향기> 등이 그것이다. 굳이 사전적 풀이가 필요없는 단어도 많다.
봄이 되어 춘분을 맞으면서, 꽃을 생각하는 것은 잘한 일이다. 마을 뒷산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어나고 있고, 곧 있으면 철쭉도 자태를 뽐낼 것이다. 얼마 전 상경길에 꽃집(꽃가게)에 들러 꽃 한 송이를 샀다. 생화인데 화학약품 처리를 하여, 물 안주고 햇빛만 비치지 않는다면 서너 달도 시들지 않는다해 아내에게 마음에서 우러난 ‘꽃선물’을 했다. 꽃을 싫어하는 여인네들이 있을까? 어느 가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를 부르지만, 어디 어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흔치 않을 것같다. 사람을 꽃에 비유하여 ‘인화人花’라고도 하고, 기생을 ‘해어화解語花’라고도 하지만, 진짜 꽃보다 아름다운 '그런 사람'을 고프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