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사건/ 송이버섯
교실 문 여닫는 소리를 듣고도 김도곤은 선생님의자를 한 번 더 닦았다. 만약 문 열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면 닦은 곳을 또 닦고 또 닦았을지 모른다.
“오, 도곤학생! 내 의자를 닦았어요? 아유, 고마워서 어쩌나?”
미술선생 오드리햅번의 낭랑한 목소리를 듣고 김도곤은 비로소 허리를 펴고 꾸뻑 배꼽인사를 했다.
“뭘예. 아아들이 하도 난해서 선생님 옷 베릴까바 걱정되서 닦았심니더.”
대답대신 미술선생님은 김도곤의 어깨를 툭 치며 오드리햅번처럼 웃었다. 김도곤의 눈에 그렇게 보인 것이다.
찰랑찰랑 생머리를 흔들고 교단에 오른 미술선생님은 출석하기 전 일일이 반 친구들에게 눈인사부터 보냈다.
“오늘은 우리 생활미술에 대해 실습해보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생활미술은 미술의 여러 파트 중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미술이랍니다. 가령 머리를 깎는다든가 음식을 아름답게 쟁반에 담는 것도 생활미술이에요.”
달마대사처럼 눈썹이 유난히 검은 세 번째 줄 달마도사가 질문했다.
“옷입는거는요?”
“좋은 질문이에요. 옷 입는 이유가 뭐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생활에 편리하려고 입는 거잖아요? 그래서 옷 입는 것도 생활미술입니다. 가령 비오는 날은 어떤 색의 옷을 입어야 할까요?”
알랑방구가 아는 채 했다.
“꺼먼색요.”
“다른 사람은?”
알까기가 대답했다.
“헌 옷요!”
미술선생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비 오는 날은 밝고 강렬한 색의 옷을 입어야 해요.”
김도곤이 질문했다.
“옷 없는 사람은요?”
미술선생님이 김도곤을 쳐다보며 잇몸이 보일정도로 웃었다.
“일상생활에서 외국사람들은 절대 비싼 옷 안 입어요.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옷을 입지요. 그러니까 비싼 옷 살돈으로 여러 가지 색의 옷을 산다는 말이에요. 또 천을 구입해서 셀프메이드 하기도 하구요.”
미술선생님은 생활미술에 관한 여러 가지 지식을 강의한 후, 실습재료로 준비해 온 분필을 앞자리에서 뒷자리로 릴레이 시켰다.
“오늘은 여러분이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좋은 소품아이디어를 이 분필에 조각으로 표현해보세요. 장르는 없어요. 우수한 아이디어 낸 학생에겐 선생님이 생활물품을 선물하겠어요.”
반 친구들이 일제히 감동했다.
“우와!”
미술선생님이 나눠 준 분필로 반 친구들은 일반 수업 때와 달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조각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도곤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활에 요긴한 아이디어를 발상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하고 갑갑했다.
미술선생님의 선물도 챙기고 잘만하면 칭찬과 함께 머리 쓰다듬는 스킨십도 은근히 고대했지만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지고, 열심히 조각하는 반 친구들을 곁눈으로 보면 부아가 치밀었다.
꼭, 미술선생님을 반 친구들에게 벤또처럼 날치기 당할 것 같았다.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확실히 수업재능은 없는 먹통돌대가리고 자탄했다.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봤다.
공허한 하늘에 봄기운이 역력했다.
셋째시간 끝나고 슬쩍한 짱구의 벤또를 절반 돌려 준 것이 후회되었다. 또 사르르 배가 고파왔던 것이다.
문득, 지난주일 통학열차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떠올랐다. 인사도 못하고 내린 것을 며칠 동안 후회했는데 오늘 또 죄송했다.
말라 딱딱했지만 씹을수록 행복했던 손가래 떡 맛이 아직도 입안에 배어있는 듯했다.
손가래 떡이 할머니의 미소에 오버랩 됐다. ‘니는 생긴 것도 복 있게 생겼고 묵는 것도 복 있게 묵네? 니 묵는 기 꼭 송이 닮았구마. 예술이데이.’ 시합 메트에 오를 때처럼 김도곤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지!”
김도곤은 즉시 분필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우람한 손으로 섬세하게 조각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그날 할머니의 손가래 떡 송이보다 더 사실감 있게 조각하려고 노력했다. 매년 아버지와 가을에 캐는 송이버섯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조금씩 모양이 잡혀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런대로 만족한 모양을 완성했다.
분필이어서 진품보다 작았지만 일등급송이하고 흡사했다.
이윽고 미술선생님이 종료를 선언했다.
“자 그만! 시간 다 됐어요. 결과는 다음시간에 발표하겠어요. 나눠 준 봉투에 이름 빠트리지 말고, 맨 뒷줄학생이 앞으로 나오면서 친구들의 작품을 거둬오세요.”
그리고 미술수업은 끝났다.
또다시 교실은 소란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었다.
김도곤은 친구들 사이를 누비며 도둑갈매기처럼 반찬 한 점씩이라도 뺏어 먹느라 분주했고 반 친구들은 두 손으로 가리고 벤또를 먹느라 전쟁이었다.
그때였다.
왈카닥 교실 문이 열리며 뱅갈호랑이와 아프리카표범이 들어왔다.
훈육선생님과 체육선생님이었다.
두 선생님의 손에 긴 걸레봉과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김도곤!”
친구들 벤또 속의 마지막 반찬을 긁어 입으로 가져가던 김도곤이 눈을 크게 뜨고 대답했다.
“누가 내 부르노? 자썩들 오징어반찬 묵는거 처음보나?”
“김도곤! 너! 안 나와?”
천둥소리만큼 큰 체육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김도곤이 입속의 볶음오징어꼬리를 입에 문체 돌아섰다.
“와따! 선생님 아잉교? 웬일입니꺼?”
김도곤은 두 선생님의 손에 들린 두 개의 무시무시한 무기를 보고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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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술 시간에 이쁜 생머리 선생님에게서 분위기있는수업받다가
이거 왠 일일까
두호랑이 선생께서
김도곤이 잘못을저질렀을까
걱정 되네요 좋은글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시간되세요
모처럼 좋은날씨입니다
행복한 주일되시기바랍니다.
김도곤 학생 그런데가 있었네요..
선생님 책상을 닦아주고
학창시절에 있었던 좋은글
제미있게 잘보았슴니다.
좋아하니까요...ㅎ
멋진주일되십시오
제미있게 잘읽고 갑니다
행복한 휴일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주일 가족과 단란한 시간되세요
잘보앗슴니다
제미있슴니다.
네 고맙습니다 편한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