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훈 토마스 신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아가 3,1-4ㄴ 요한 20,1-2.11-18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리운 노랫소리에 까맣게 잊고 있던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를 함께 들으며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니, 그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아쉬움과 후회에서 한동안 벗어나질
못합니다. 지나치듯 들려온 노래 한 곡에 사랑을 주고받았던 추억이 밀려듭니다.
우리의 기억은 그렇습니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사소한 어떤 계기에
수많은 기억이 소환되고는 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분의 무덤을 찾습니다.
그분 곁에 가까이 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보이지 않으시고,
낯선 이들이 서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예수님께 받은 사랑의 기억을 잊지 않았습니다.
다른 상황 속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신 예수님을 비록 처음에는 알아뵙지 못했지만,
그 사랑의 추억 때문에 자신을 부르시는 목소리에 곧바로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의심하지 않습니다. 누구냐고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마리아는 그렇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우리를 불러 주시고 우리와 함께 길을 걸어가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분의 뜻을 삶 속에서 발견하며
의심 없이 그분의 음성에 응답하려면, 예수님과 나누었던 추억을 간직해야 합니다.
그 추억들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놓아야 합니다.
지나온 삶의 시간 속에서 예수님과 함께한 기억을 잘 간직해 놓아야만
오늘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단번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분과의 추억을, 그분에 대한 기억을 잘 간직하십시오.
광주대교구 최종훈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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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루카 신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아가 3,1-4ㄴ 요한 20,1-2.11-18
교회 안에서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는 주로 창녀나 죄 많은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복음서의 증언에 따르면, 그러한 모습 외에도 예수님을 따르며 일행의 시중을
들었고(루카 8,1-3 참조),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와 그분의 장례 때에 그 곁에 머물렀던
이였습니다(마르 15,40-47 참조).
또한 오늘 복음에서 알 수 있듯이, 빈 무덤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으로 만났으며 제자들에게 부활의 소식을 전한 첫 증인이며 선포자입니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이 성녀를 일컬어 사도들이 세상에 선포할 것을 미리
그들에게 선포한 ‘사도들을 위한 사도’라고 하였습니다(「요한 복음 해설」 참조).
오랜 시간 우리가 ‘사도’에게만 의미를 두느라 ‘사도들을 위한 사도’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진정한 사도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초대합니다. 그 회복은 예수님께 충실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곧 그분의 말씀과 삶에 온전히 충실하고자 하는 이,
복음에 더욱 충실해지는 이가 바로 ‘사도’입니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세상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고 증언하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복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거나 치유된 이들, 세상 안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사도인 저의 복음 선포를 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도를 위한 사도’입니다. 더욱 충실한 사도가 되게 해 달라고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의 전구를 간청합시다.
대전교구 김인호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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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아가 3,1-4ㄴ 요한 20,1-2.11-18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계 3대 테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호세 카를로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입니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어느 날 호세 카를로스는 고치기 힘든 병이 생겼습니다.
유명한 병원을 다녔지만 고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카를로스는 한 병원으로부터 초대를 받았고, 기적적으로 완쾌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카를로스에게 익명의 독지가가 자신의 재산을 주면서
카를로스를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카를로스는 너무나 고마워서 익명의 독지가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 독지가는 카를로스의 경쟁자였던 플라시도 도밍고였다고 합니다.
경쟁보다는 음악으로 맺은 우정이 더 진하였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경쟁자이자 친구였던 세계 3대 테너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월드컵에서 함께 공연하였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선 공연도 하였습니다.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나누게 되지만 우정은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보여줍니다.
지난 이탈리아 성지순례 중에 라테라노 성당 앞에 있는 ‘계단성당’을 찾았습니다.
순례의 마지막 날이라 모두 피곤했지만 가이드의 말을 듣고 모두 계단성당으로 갔습니다.
계단성당을 무릎으로 오르면서 모두 이웃을 위해서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그 계단은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심판 받았을 때 오르던 계단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부족한 나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것처럼 계단을 오르면서
이웃을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복사를 서는 아이부터 80에 가까운 어른까지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을 오를수록
무릎이 아팠지만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성공, 출세, 명예의 계단을
오르려고 합니다. 앞서 가는 사람은 끌어내리려고 하고, 뒤쳐진 사람은 밀어내려고 합니다.
천국의 계단은 어떤 계단일까요? 앞선 사람을 잡아 끌어내리는 계단은 아닐 것입니다.
뒤처진 사람을 밀쳐내는 계단도 아닐 것입니다. 천국의 계단은 앞에 있는 사람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는 계단입니다. 천국의 계단은 뒤에 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계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12명의 제자를
부르시고 함께 하셨지만 예수님께 사랑을 받았던 여인들도 있습니다. 복음서에서 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여인들도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여인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면서 하혈이 멈추었던 여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그 여인은 육체의 질병에서 자유를 얻었습니다.
두 번째 여인은 죽어야 할 운명에서 살아난 여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분 중에 죄가 없는 사람이 저 여인에게 먼저 돌을 던지시오.’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돌아갔고,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겠다.’라고 하셨습니다.
죽어야 할 여인은 예수님 때문에 자유를 얻었습니다.
세 번째 여인은 오늘 축일로 지내는 마리아 막달레나입니다. 그 여인은 일곱 마귀에게
사로잡혀서 살았습니다. 살아 있지만 삶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셨습니다. 이제 그 여인은 참된 자유를 얻었습니다.
저는 이 여인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막달레나는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 일수도 있고,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일 수도 있고,
오랜 동안 하혈을 하던 여인일수도 있고, 일곱 마귀가 들렸던 여인 일수도 있고,
부정한 행위를 한 후에 잡혀온 여인일 수도 있습니다.
성서가 전해주는 막달레나는 어둠 속에 있었습니다. 죄 중에 있었습니다. 고통 중에 있었습니다.
세상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막달레나는 지금 우리들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역시 나약하고, 부족하고, 쉽게 넘어지고, 원망과 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달레나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 대한 갈망입니다.
그것은 주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이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다음 날
무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똑똑하고, 받은 것 많았던 제자들은 두려움에 숨어 지낼 때,
막달레나는 주님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능력과 재능은 부수적인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 열정이 중요합니다.
사랑은 결심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무덤을 찾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사랑을 가족들에게, 이웃들에게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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