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기라는 요술 방망이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어느 명소에 갔다가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내 시선은 옆 테이블에 꽂혔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할머니, 남편과 아내, 두 아이가 우리 일행보다 먼저 와서 주문한 모양인데, 그들 모두가 각각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인 10분 내외의 시간을 그들은 그렇게 따로따로 보내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을 보고 문득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두 아이도, 60대인 할머니도, 심지어 아버지와 어머니로 보이는 두 어른도 서로 마주 보기보다는 뿔뿔이 노는 듯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고 사랑도 있어야 한다고 한다. 빵이란 물질을 대표하는 것이고, 사랑이란 정신을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이 둘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먹고 사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가능해지면 무형의 것들이 지닌 가치에 눈을 떠야 한다.
특히 우리의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간관계는 관심에서부터 싹이 트는 것이다.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돈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의외로 많은 사람이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듯하다. 그저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면 다 되는 줄로 알고 살았던 탓이 아닐까 한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 사회로 전환되어간다는 내용의 글을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집단주의의 가치가 지배적이지만,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개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신의 권리주장이 세어지기 때문이란다.
가난할 때는 각박해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주위 사람에게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나는 그런 상반된 내용에 놀랐다. 내가 은연중 가지고 있던 믿음을 뒤엎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1990년 미국 덴버에서 상담학회가 열렸는데, 이때 사회적 이슈가 되는 청소년들의 마약 문제에는 일정 부분 상담자들의 탓도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혼을 원하는 부부에게 상담자들이 어떻게든 저지하려 들기보다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동조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무수히 많은 청소년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왔고, 마약에 쉽게 노출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학회에서는 상담자들이 결혼관만큼은 보수성을 띤 동양 사회를 본받자고 하는 결의를 다졌단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매년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지더라도 가정을 중시하는 전통만큼은 잘 유지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기대가 허물어지고 있던 판에 그 5명의 가족이 다 제각각 휴대전화기를 보고 있는 장면을 보고, 나는 뭔가 푹 꺾이는 느낌에 빠져들었다.
오늘날 휴대전화기의 기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온갖 유형의 YouTube를 통해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휴대전화기는 별별 것을 다 가능하게 해주는 요술 방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것이 아무리 고가여도 이제는 애들이고 노인이고 다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풍요 때문에 도리어 사람은 점점 소외되어가고 삭막함이 페부에 와 닿을 정도다.
단지 소득수준만 높아져도 개개인의 권리가 강화되어 사람 간의 거리가 멀어진다고 하여 걱정했는데, 이제는 그 정도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까지 더해져 사람 간의 거리는 더더욱 벌어질 것 같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알리며, 나아가 그것을 돈독하게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첫댓글 공감합니다. 글자를 아는 모든 사람이 휴대폰에코를 박고 있는 것이 이 시대의 그림이지요. 자기 생각은 없어지고 휴대폰이란 괴물이 사람들을 끌고가는 대로 끌려가고 있는데,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걱정하는 저도 점점 휴대전화기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나 지식을 얻어가고 있으니 어쩌지요? 그래서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말 삭막하기도 합니다.
가족끼리 식사하러 와서도 그런현상입니다.
완전 혼자사는 세상이지요.
음식을 들때에도 권하기보다 각자 자기것 드느라 바쁩니다.
혼자만 존재하는 세상 입니다.
어느 부인은 남편이 식탁에 앉아서도 전화기를 틀어놓고 있어 그만 화를 벌컥 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한 시도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첨단 전자제픔을 제일 늦게 장만하는 사람들이 전자공학 전공자들입니다. 내가 아는 어느 대학교수는 전자공학 박사인데 최고 구닥다리 셀폰을 그것도 최근에야 샀습니다.
나는 반도체 회사의 HD TV 칩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은퇴했고 아들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지만 모두 4G 셀폰이고 애 엄마만 빼고 집안의 두 남자는 셀폰을 거의 사용하는 일이 없읍니다.
일류 쿡들이 집에서는 부인이 해 주는 된장찌게 같은 그저 평범한 음식을 즐기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
아, 그렇게 IT 계통에서 일하셨군요. 그런 쪽에서 일하시는 분이 셀폰을 가장 늦게 그리고 구식으로 구입하신다는 말에 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장성숙 그래도 동창 모임 친구들 만나서 재잘거릴때가 제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