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져야 믿으려 한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 했고 알고 싶어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근본적 호기심의 출발은 아마도 죽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오래 함께 잘 지내다가 어느 날 말도 움직임도 없어집니다. 죽은 것이지요. 도대체 왜? 어디로? 가장 궁금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멀쩡하게 살아 있다가 갑자기 그냥 돌처럼 굳어진 사물이 됩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요? 그 사람 어디 간 거죠? 여기 남아있는 이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닌가요? 여태 있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간 거죠? 누구나 궁금하지 않았겠습니까?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언젠가 나 자신도 어디론가 가겠지요. 어디로?
때로는 꿈에 그 사람이 나타납니다. 어디엔가 살아있는가? 이것도 궁금합니다. 사람이 땅에 묻혀 흙이 되어버리는 육신으로만 된 것은 아니겠다, 상상해봅니다. 물론 실제 거기에 가본 사람은 없습니다. 일단 떠나면 돌아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냥 죽어서 끝나는 인생은 아닌가보다 생각합니다. 때로는 죽은 사람을 보았다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이상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의심과 더불어 궁금한 마음도 가집니다. 사실 알고 싶어도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말들은 있어도 확인할 방법은 없으니 그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가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는 많습니다. 표현은 달라도 뜻하고자 하는 내용은 거기서 거깁니다. 우리 육신이 아닌 영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귀신이나 도깨비 또는 요정이나 정령 나아가 마귀 또는 악령이나 악마 등등. 사실 신자들은 자기네가 믿는 신조차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존재한다고 확신하며 신앙합니다. 물론 우리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능력과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믿고 의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기야 때로는 불신자도 급하면 기도합니다. 어쩌면 본능이지요.
또 하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현상 중에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작품 속에서도 보았습니다. 지난 세기 우리네 TV 드라마 중 인기 있던 ‘전설의 고향’이 대표적 예일 것입니다. 특히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이 귀신으로 나타나서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들었던 ‘처녀귀신’은 많이 알고 있습니다. 직접 만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기야 요즘처럼 시끄러운 현대사회에 나타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워낙 불빛이 많으니 나타날 만한 곳도 마땅치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웬만한 산동네도 전깃불이 다 들어오니까요. 더구나 TV 드라마에 빠져있는데 귀신에 관심이나 있겠습니까?
우리 전 세대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묘 자리’에 대한 이야기지요. 어떻게 조상의 묘 자리가 후손들 삶의 행복과 번영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소위 ‘명당자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또 그 자리를 전문적으로 보아주는 사람도 있었지요. 찾으면 그 값이 엄청납니다. 그야 후손들 잘 될 것이라는데 무엇은 투자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말로 바꾸면 자식 일류대학 보내려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 하는 부모의 태도와 별다를 것 없습니다. 그러니 땅을 볼 줄 안다는 명성을 얻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나름 남다른 관심과 관찰 그리고 답사 및 연구를 많이 할 것입니다. 그렇게 이름을 얻고 나면 그가 지적하는 땅은 금값이 됩니다.
놀랐습니다. 땅의 흙을 집어서 입에 넣어 맛을 봅니다. 정말 그랬을까 싶은데 역시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분야입니다. 그런가보다 해야지요. ‘악지’(惡地)랍니다. 묘를 파지 말자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액이 걸린 일입니다. 포기하기 싫습니다. 좀 문제가 되더라도 감행할 만합니다. 짧은 시간에 큰돈을 쥐게 되는데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의기투합합니다. 사업가인 무당 ‘화림’ 그의 제자 ‘봉길’ 그리고 지관 ‘상덕’ 장의사 ‘영근’이 합작을 하는 것입니다. 무슨 갱단의 합작이 아니라 어쩌면 합법적인 거래입니다. 한 부잣집의 액운을 바꿔주기 위해 이장(移葬)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관이 답사를 하고 나니 소위 악지라는 말입니다. 이장하다가 큰일 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액운을 떨치기 위해 살풀이굿부터 시작합니다. 정말 실감나는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덤을 파헤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일단 관은 무사히(?) 파내서 옮깁니다. 잠시 보관한 장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파헤쳐진 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그냥 귀신 이야기에서 삼천포로 빠져나갑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전환이겠고 달리 보면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긴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보고 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이거 우리 무속신앙 이야기인가? 아니면 귀신 이야기? 아니면 국뽕인가? 아무튼 분위기나 배우들 연기는 만점입니다. 영화 ‘파묘’(Exhuma)를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