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異緣) /서서련(서순옥)
폭풍우에 빈 배일지라도
이어지는 끝을 오가며
하루도 멈출 줄 모르던 사공은
고집스런 노만 젖는다.
잠들기가 두려워진다
또 한바탕 꿈을 몰고 와서
붉게 물들여 놓으면
그리움에 사무쳐 울먹거릴
쥐어짜지 못할 가슴 아리면
죽을 것만 같아서
한밤에도 몸을 뉘이지 못하고
참선하듯 앉아 지새운다
핏발 서린 충혈 된
두 눈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허탈한 갈증이 두려워서이다
굳게 닫은 입술을 열어
아리아를 부르지 못할 바엔
차라리 은장도를 베어 물고
풀죽은 내 영혼을 기절시켜버리자
미친 듯이 일어나
살풀이라도 추지 못할 바엔
날카로운 작두의 입을 열어
영혼의 허리를 걸쳐놓고
바람 한 점에 운명을 맡겨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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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서서련(서순옥)
종합병원 병실문 앞에는
명부를 든 저승사자가
순번을 체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탯줄을 자르고
한편에서는 병을 고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죽음을 연결해주는 중매쟁이 같이
생산하고 수리하고 폐차 처분하는
자동차 공장 같다
꺼져가는 불씨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간절한 희망을 안고
가슴 저리며 모으는 손
입원실에 웅크리고 앉아
하루에 몇 번이나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 뒤에 공허감을 생각해본다
마주 보고 있는 입원실 환자가
눈을 감고 영안실로 향한다
남의 일도 내일인냥
눈물을 훔쳐내며
울꺽거리며 미어지는 가슴
카페 게시글
┖시단■두레필진
서순옥 / 종합병원 외 1 편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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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5
07.09.29 06:3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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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시인님 작품 감사합니다. 아동문학에도 글 좀 올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