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와 환원의 이상적인 순환은
플라스크와 시험관이 나열된
무균상태의 실험실에서만 발생하는 것인가
회귀할 수 없는 날들이 있어
별들 빼곡한 밤하늘의 시절 떠올려도
떠날 수 없는 형광등의 건조한 조명
두레박 우물의 단 맛이 목 말라도
외면할 수 없는 수도꼭지의 염소 섞인 물
굽이굽이 오르막 산길 그리워도
멈출 수 없게 된 아스팔트 직선로의 질주
가역과 비가역, 그 갈등의 경계에서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
때 늦은 애착으로 치환된 채
길들여져 가는 것이야
다시는 환원할 수 없는 비가역반응으로
점차 무덤덤해져 가는 것이야
종이를 연소시킨 타고 남은 재가
다시 종이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은
흩어진 내가 흩어진 그대를
흩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였으니
휘청이며 놓지 못한 생이였으니
赫 |
첫댓글 하아... 좋고 안좋고는 잘 모르지만 그걸 떠나서 몇번이나 읽었어요.
이 시가 시를 쓰고싶게 하는군요
그거슨 날숨에 데워진 추억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