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행보에 브레이크가 없다. MBC ‘PD수첩’과 포털사이트 다음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고 연이은 낙하산 인사로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려는 흐름이 급류를 이루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의 ‘취재선진화’에 대해 “비뚤어진 언론관의 발로”(이명박 대통령 후보)라고 질타하던 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언론장악을 통한 여론통제’라는 신공안 정국 조성의 의도로 풀이되면서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움직임은 양갈래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지난 16일 광우병 위험을 다룬 MBC ‘PD수첩’에 대해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리고, 자사에 대한 감사원 특감 관련 사실을 보도한 KBS 9시 뉴스에 대해 ‘주의’ 조치를 하는 등 비판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한 축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판언론 통제’는 그 뿌리가 깊다. 대통령직 인수위 당시 언론사 간부·광고주 성향조사 파문부터 이미 논조에 따라 ‘우호-비우호’ 언론을 나누려 했던 것이 단적이다. 이후에도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논문 표절과 이동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의혹 관련 기사 누락 외압,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광우병 관련 EBS 프로그램 결방 압력, 방통위의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위법 판정과 삭제조치, 촛불집회를 생중계한 ‘아프리카’ 문용식 대표 구속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쇠고기 정국을 기점으로 그간의 ‘기사 삭제’ 등 비공식적 압력 행사에서 검찰 등 국가기관을 동원한 공식적 제재로 변했다는 차이뿐이다.
측근 인사들에 대한 언론계 ‘낙하산’ 배치는 ‘판갈이’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17일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날치기 논란 속에 YTN 사장에 선임된 것을 비롯, 양휘부 이명박 대선후보 방송특보단장과 이몽룡 전 KBS 부산방송 총국장도 이미 각각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는 인수위 때부터 지금까지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을 매개로 한 장악논란으로 시끄럽다. 감사원 특감, 검찰의 배임 혐의 수사,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 압력 등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은 집요하다. KBS 역시 김인규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공보팀장 등 이명박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의 차기 사장 내정설이 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대통령으로서 친한 정도에 따라 (언론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2007년 5월31일 편집·보도국장 세미나), “프레스 프렌들리는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아니며 무조건적 비판을 말아달라는 것도 아니다”(4월4일 신문의날 축사)라던 이 대통령의 언급과는 현격한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일부 언론이 안된다는 전제 하에 (대운하) 보도를 하고 있다”(당선인 신년회견)거나 인터넷의 광우병 논란에 대해 “정보전염병”(11일 국회 시정연설)이라고 비판하는 등 국정 혼선을 비우호적 ‘언론 탓’으로 돌리는 편협한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결과다.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낙하산 인사의 표면적 움직임과 함께 더 큰 틀의 본질적인 ‘판갈이’ 시나리오가 이미 인수위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점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바로 ‘산업과 시장’의 논리를 앞세운 언론환경 개조 시나리오다.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보유 자격 완화(3조원→10조원) △신문방송 겸영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미디어 로드맵’ 추진이 그 구체적 그림이다. 결과적으로 언론시장을 자본력 중심의 인수·합병 전쟁터로 만들어 ‘친자본·친기업·친정부’ 언론 환경으로의 재편을 목표로 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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