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와 버섯
―호주의 시인 사만다 포크너에게
나희덕
산호와 버섯의 공통점을 아니?
포자로 번식한다는 거야.
유성생식으로 아이들을 낳은 우리도
이제는 조금 산호와 버섯에 가까워지고 있지.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뼈를 지닌 동시에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영혼을 지니고 있으니까.
깊은 바닷속을 상상하면서도
축축한 나무 그늘에 숨는 걸 좋아하니까.
시라는 이름의 산호 또는 버섯,
그 포자들이 자라는 시의 그늘에서 우리는 만났지.
그리고 서로의 영혼을 금세 알아보았지.
그녀는 나의 시에 자라는 버섯에 대해 묻고
나는 그녀의 시에 자라는 산호초에 대해 물었지.
세상 끝의 버섯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저편에 대해
숲에서 버섯을 캐고 있는 가난한 손들에 대해
값비싼 송이버섯을 따라 움직이는 자본의 흐름에 대해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초의 안부에 대해
몇 달 동안 계속된 산불에 대해
불이 나야 번식을 하는 유칼립투스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아주 멀리 가기도 했지.
나는 그 먼 바다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그녀는 이 땅의 흙냄새를 맡아본 적 없지만
그녀의 고향 토레스 아일랜드,
섬집에 누워 그 푸른 하늘을 잠시 엿본 것 같네.
부족들의 다정한 얼굴에 둘러싸여
짧은 단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기도 하네.
수영을 못하는 내가 그녀를 따라
바닷속 깊이 내려가 산호초를 본 것도 같네.
내일은 그녀와 헤어지는 날
나지막이 나는 말하려네 야오*, 다음에 만나
* Yawo : 토레스 아일랜드 원주민이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로, ‘안녕’이라는 뜻.
-《아토포스Atopos》 2023 여름호
나희덕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가능주의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