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희끗희끗했고, 허리는 구부정했다. 평균나이 60세 이상. 세상은 그들을 ‘노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 중에 노인은 없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소년소녀가 있을 뿐이었다.
3ㆍ1운동길 90계단을 오르는 길. 이들에게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얼굴에선 진한 설렘이 묻어났다. 지난 5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을 찾은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회 회원 44명의 모습이 그랬다.
이날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회 회원의 방문은 같은 협회 소속 대구지회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상호 방문을 통한 활발한 교류로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문학발전과 영호남 화합의 기틀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이들 두 단체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사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의 창립 취지도 그랬다. 협회의 탄생은 1989년 전북수필문학회 한대석 회장이 부산여류문학회 한영자 회장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에서 비롯됐다. 편지엔 어수선하던 시국 상황과 함께, 전주에서 열리는 전북수필문학상 시상식에 꼭 참석해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었다. 당시 한 회장은 대구여류수필문학회 행사에 참석기로 돼 있었지만 동서간 화합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전주행을 택했고, 이들 두 단체는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한다.
이렇게 창립한 영호남수필문학협회는 1991년 ‘영호남수필’ 창간호를 발간하고 부산 오스카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후 영호남 각 지역에서 회원을 모아 광주, 전남, 전북, 부산, 울산, 대구ㆍ경북 등 6개 조직을 갖추게 된다. 1996년의 일이었다.
현재 4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영호남수필문학협회는 지난 21년 동한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매년 동인지 ‘영호남수필’을 발간하는 동시에 6개 지역을 순회하며 ‘영호남수필문학인 한마음 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1차례 열고 있는 정기행사 외에, 세미나ㆍ문학투어 등 좀 더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게 대구지회의 의도였다.
이날 자리엔 손경찬 대구지회장을 비롯해 서상은, 허정자, 허서경자, 김한성, 이은재, 손숙희, 백정혜씨 등 지역 회원 10여명이 함께 했다. 이렇게 모인 영호남 60여명 수필가는 김남옥 문화해설사의 도움으로 청라언덕과 선교 박물관, 서상돈ㆍ이상화 고택 등을 만끽했다. 박태준 시비 앞에선 ‘동무생각’을 함께 합창하기도 했다.
이날 이정은 팔공산 부인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신영규(55) 전북지회 사무국장은 “이번 일정을 통해 대구가 종교와 음악, 문학과 역사를 한 몸에 지닌 도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대구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북지회 김호심(70) 회원은 “대구ㆍ전북 지회간 결연을 통해 영호남이 정치ㆍ경제ㆍ문화적으로 좀 더 친숙해 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손경찬 대구지회장은 “이렇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면서 문학발전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동서화합은 물론 남북통일의 염원도 이룰 수 있지 않겠냐”며 “이상화와 현진건의 우정, 박태준과 이은상의 인연처럼, 오늘의 값진 만남이 먼 미래엔 그들처럼 아름다운 일화가 돼 다음 세대로 흘러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hoon@idaegu.com
사진-5일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에 모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대구지회와 전북지회 회원들. 이들 두 단체는 이날 상호 방문을 통한 활발한 교류를 목적으로 결연 협약을 체결했다.
http://idaegu.com/new/pages/sub.php?load=su&bcode=ADAA&no=7610
첫댓글 대구의 문학과 역사를 알리는, 선교사가 된 모임이었을 것 같아요~
영호남문학의 발전을~^^